UPDATED. 2024-03-29 06:22 (금)
37세 박은선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여자 축구]
상태바
37세 박은선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여자 축구]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04.12 1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박은선(37·서울시청)은 4월 잠비아와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자신의 이름을 축구 팬들의 기억 속에 확실하게 새겼다.

7일 잠비아와의 1차전에서 팀의 5번째 골을 넣어 9년 만에 A매치 골을 넣었고 11일 2차전에서는 손화연(현대제철)과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 두 골을 터뜨렸다.

1-0으로 앞선 전반 33분 김혜리가 후방에서 올려준 공을 상대 수비라인을 재치 있게 파고들어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만들었다. 침착하게 골키퍼를 제친 뒤 빈 골문에 공을 차 넣었다. 4-0으로 앞선 후반 43분에는 김혜리(현대제철)가 오른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그대로 헤딩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박은선이 11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잠비아와의 국가대표 친선경기에서 공을 몰고 있다. [사진=KFA]
박은선이 11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잠비아와의 국가대표 친선경기에서 공을 몰고 있다. [사진=KFA]

앞서 후반 7분에는 후방에서 띄워준 공을 헤딩으로 옆으로 떨궈 이금민(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의 골을 도왔다.

박은선이 멀티 골을 넣은 건 2014년 태국과의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3골을 넣은 이후 약 9년 만이다.

올해로 37세인 박은선은 대표팀에서는 이제 노장 소리를 듣지만 여전히 골 감각은 살아있다. 특히 공격수 중 가장 큰 181cm의 높은 키와 탄탄한 신체 조건을 갖춰 ‘고공 축구’를 하기에 적합하다.

박은선이 11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잠비아와의 국가대표 친선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KFA]
박은선이 11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잠비아와의 국가대표 친선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KFA]

한국은 이날 박은선에게 여러 차례 공을 띄워주면서 공격의 활로를 찾았다. 박은선은 이날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박은선이 지난해 6월 7년 만에 대표팀에 선발됐을 때만 하더라도 의아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국가대표 경력은 화려했지만 오랜 만의 대표팀 승선에다가 30대 중반을 넘어 체력적인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콜린 벨 대표팀 감독은 “박은선의 피지컬은 다른 선수에게는 없는 장점이다. 경기 중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요소라고 봤다"라며 대표팀에 꾸준히 불렀다.

그간 골이 없었던 박은선은 잠비아와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3골을 몰아넣으면서 마침내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이날 득점으로 박은선은 여자 대표팀 최고령 득점 기록(36세 107일)도 세웠다.

박은선은 경기 뒤 ”소속팀 감독님께서 제가 은퇴를 생각했을 때 불러주시고 기회도 많이 주셨다. 그러다 보니 벨 감독님의 눈에도 들어 대표팀에 들어오면서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벨 감독님께서 운동할 때나 경기할 때 많이 배려해주시고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써 주셔서 저는 하라는 대로만 따라 한다. 계속하다 보면 몸 상태가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 같다"고 전했다.

박은선은 이제 7월 호주·뉴질랜드 국제축구연맹(FIFA)을 바라본다. 그는 2003년 미국 여자 월드컵과 2015년 캐나다 여자 월드컵에 출전했지만 아직 골을 넣지는 못했다.

박은선은 "월드컵에 가서 골을 넣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데, 매번 그러지 못해서 아쉬움이 있었다"며 "이번에 최종 명단에 들어서 월드컵을 가게 된다면 득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꼭 골을 넣어서 더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