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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111) 이지언] GS칼텍스 통역사, 선수와 구단의 연결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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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111) 이지언] GS칼텍스 통역사, 선수와 구단의 연결고리
  • 스포츠잡알리오
  • 승인 2023.05.0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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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아라 객원기자] 프로스포츠, 특히 국내 구단에서 외국인선수의 존재는 귀중한 보석과도 같다. 이들의 기량이 한 시즌 농사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외인선수 곁을 보면 항상 같이 다니는 이가 있다. 마치 TV 예능 '전지적 참견시점'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매니저처럼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1년 365일을 함께하는 통역사다. 외인이 가진 실력을 오롯이 발휘하려면 통역사가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 

땀의 현장에서 언어를 치환해주는 일 외에도 통역사가 하는 일은 무척 많다. 훈련과 팀의 행정 일부까지 지원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선수와 팀간 가교 역할을 하는 이지언 통역사가 JOB아먹기 111번째 주인공이다.

경기 현장에서. [사진=본인 제공]
경기 현장에서. [사진=본인 제공]

-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스포츠통역사 이지언입니다."

- 체육교육과를 졸업했습니다. 이 직업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일단 스포츠를 굉장히 좋아해서 체육교육과에 진학했습니다. 배구를 좋아하기도 하고 어릴 때 외국에서 잠시 공부하고 온 경험을 살려 프로팀에서 통역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근데 졸업하고 마침 GS칼텍스 서울 통역사 공고가 스포츠잡알리오에 올라왔습니다. 바로 지원했는데 좋은 기회가 되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 스포츠통역사가 되기 위한 자격은 어떤 것이 있나요? 외국 생활은 필수일까요?

"스포츠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도, 어느 상황에서도 통역할 수 있는 어학 능력, 본인보다 남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이타심이 필요합니다.

외국 생활이 필수조건은 아닙니다. 다만, 외국 생활로 훌륭한 영어 능력과 문화 경험이 있어서 외국인선수를 이해할 수 있다면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꼭 갔다 와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다녀왔으면 본인이 일하는데 플러스 요인이겠죠?"

2019-2020 도드람 V-리그 1라운드 KGC인삼공사와의 경기 승리 인터뷰 [사진=본인 제공]
2019~2020 도드람 V리그 1라운드 KGC인삼공사전 승리 인터뷰. [사진=본인 제공]

- 외국어 능력 향상을 위한 개인적인 팁이 있나요?

"교과서적인 조언일 수 있겠지만... 의지를 갖고 꾸준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일주일에 한 번 60분보다는 일주일동안 매일 10분이 좀 더 효율적이잖아요. 꾸준히 해야 할 흥미를 계속 잃지 않기 위해 좋아하는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이용해서 자연스레 노출되는 공부를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대부분 언어에서 조바심이 나는 이유가 단기간에 잘하고 싶은 마음을 갖기 때문인 것 같아요. 언어는 단기간에 되기 어렵습니다. 모국어인 한국어도 정말 수십수백수만번을 틀리고 오래 배워 잘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틀리는 거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냥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 선수들을 위해 통역 외에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통역사들마다, 구단마다 팀의 분위기가 굉장히 다를 것으로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 훈련 외적인 모든 것을 도맡아 하려는 편입니다. 선수가 오로지 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서류 작업부터 병원이나 은행 업무 그리고 그 외 기타 모든 사항들을 맡아서 합니다. 외국인이라 필요한 서류가 매우 많고 생각보다 한 번에 안 되는 일들이 많더라고요. 외국인선수들이 한국 의료서비스가 좋으니까 많은 것을 해보고 가고 싶어해서 예약합니다. 쉬는 날에 휴가를 받거나 볼일을 보러 갈 때 스케줄도 짭니다. 운전도 하고요. 외적인 모든 것을 신경 쓴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강소휘 선수와 함께. [사진=본인 제공]
강소휘(오른쪽)와 함께. [사진=본인 제공]

- 무려 5시즌 동안 한 팀에서 꾸준하게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을까요?

"사실 비결이란 게 있겠습니까. 5년 동안 같은 감독님, 그리고 영어권 외국인선수들을 만날 수 있어서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영어권 선수가 오지 않는 시즌에는 다른 통역사를 구해야 하는데, 저는 그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 중요한 경기 중 작전타임에서 감독 이야기를 통역하기 어려울 때도 있나요?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보면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 저는 거의 다 직접적으로 통역을 합니다. 다만, 문화적 차이 때문에 통역을 고려해서 해야 하는 경우에는 의역하기도 합니다. 통역이라는 게 한국과 다른 나라 문화 차이를 줄이는 일이라 생각하거든요. 감독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더라도 외국에서는 의미가 없는 말이라든지, 너무 과한 얘기라든지, 또는 감독님이 절제해서 말씀하셨지만 몹시 화가 나는 상황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적절하게 말로 다 풀어서 설명하는 게 저의 역할입니다."

모마 선수와 함께. [사진=본인 제공]
모마(왼쪽)와 함께. [사진=본인 제공]

- 스포츠통역사의 매력은 어떤 것인가요?

"매력이 너무 많아서 세 가지만 얘기해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현장에서 오는 현장감, 두 번째는 열정, 세 번째는 팀워크로 만들어진 결과에서 오는 보람이 있습니다.

팀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결과적으로 저는 한 팀의 스태프이고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의 훈련 외적인 모든 것을 담당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성적이 나오든 안 나오든 팀으로써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한 보람은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 만약 스포츠통역사가 아니었다면, 어떤 직업을 가졌을 것 같나요?

"글쎄요, 상상해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현장에서 일하는 게 저랑 잘 맞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무엇이든 하지 않았을까요. 가슴이 뛰는 일, 그리고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경기 현장에서. [사진=본인제공]
경기 현장에서. [사진=본인 제공]

- 마지막으로 통역사를 꿈꾸는 취업준비생들에게 한마디.

"확실히 여자배구 인기가 많아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분들도 많고 이 직업에 대해 많이 물어봐 주십니다. 실제로 질문을 주셨던 분 중 통역사가 되어서 코트에서 뵌 분들도 계세요. 제가 공통으로 말씀드렸던 것은 '통역사 자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본인에 대한 믿음만 있으면 충분히 누구나 할 수 있다'입니다. 통역사는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여나 되고 싶으신 분들, 준비하는 분들이 있다면 포기하지 마시고 열심히 하세요! 꼭 코트 위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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