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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와 나폴리, 우승이 갖는 의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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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와 나폴리, 우승이 갖는 의미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3.05.0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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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김민재(27)의 우승은 개인적으로도, 소속팀 SSC나폴리에게도 의미가 여럿이다.

5일(한국시간) 나폴리가 2022~2023 이탈리아 세리에A 33라운드 우디네 원정에서 우디네세와 1-1로 비기면서 정상을 확정했다. 2위 라치오(승점 64)는 승점 80 고지를 밟은 나폴리가 잔여 5경기를 전부 지더라도 추월할 수 없다.

김민재는 유럽 5대 빅리그 즉,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스페인 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프랑스 리그1에서 트로피를 품은 세 번째 한국인이 됐다. 박지성은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2007‧2008‧2009‧2011), 정우영은 독일 바이에른 뮌헨(2019) 소속으로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손흥민은 득점왕을 거머쥐었을 만큼 훌륭하지만 토트넘 홋스퍼가 우승권이 아니라 아직 트로피가 없다.

김민재가 우승을 확정하고 열광하는 팬들에 둘러싸여 활짝 웃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박지성, 정우영의 당시는 올 시즌 김민재만큼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고 말할 수 없다. 나폴리가 올 시즌 세리에A 20구단 중 최소 실점(23골)하는데 김민재의 역할은 지대했다. 제공권이 좋은 데다 빠르기까지 한 김민재가 중앙 수비수로 뛴 덕분에 나폴리는 과감하게 라인을 올릴 수 있었다.

카테나치오, 이른바 빗장수비로 유명하고 거칠기까지 한 이탈리아 리그를 수비수로 호령했다는 사실은 김민재의 클래스를 실감하게 한다. 그간 한국은 차범근 손흥민(이상 분데스리가), 박지성 손흥민(이상 프리미어리그), 박주영 황의조(이상 리그1) 등 다른 리그에선 경쟁력 있는 자원을 배출했지만 이탈리아와는 그리 인연이 깊지 않았다. 2000년 안정환이 임대 자격으로 페루자에서 뛰면서 두 시즌 동안 30경기 5골, 2017년 이승우가 엘라스 베로나 소속으로 14경기 1골을 기록한 게 다였다.

나폴리 팬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33년 만의 세리에A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김민재는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이적료 200억원을 기록하며 입성했고 유벤투스, AS로마, 인터밀란, AC밀란 등이 전통의 강호로 군림하는 리그에서 최고 수비수로 우뚝 섰다. 국내 미디어뿐 아니라 현지에서도 빅터 오시멘, 지오반니 로렌초,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와 더불어 김민재를 나폴리 질주의 주역으로 꼽는다.

나폴리가 세리에A를 제패한 마지막 시즌은 1989~1990. 1986~1987 포함 통산 세 번째 우승이란 사실도 김민재가 얼마나 어려운 미션을 달성했는지 보여준다. 세리에A에서 유벤투스, AC밀란, 인터밀란 외의 팀이 우승한 게 2001년 AS로마 이후 무려 22년 만이다. 33년 전 나폴리 우승은 고(故) 펠레, 리오넬 메시와 더불어 축구계 ‘3대장’으로 불리는 고(故) 디에고 마라도나가 뛰던 때였으니 나폴리 팬들이 열광의 도가니에 빠진 게 당연하다.

열광의 도가니가 된 나폴리 시가지. [사진=EPA/연합뉴스]

 

K리그 전북 현대에서 중국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했을 때 김민재는 ‘그런 출중한 기량을 갖추고 대체 왜 유럽이 원성을 들었다. 2021년 페네르바체로 이적한 뒤 괄목성장한 김민재라 해도 빅리그 첫 시즌에 이토록 잘 녹아들고 핵심으로 발돋움하리라 예상한 이들은 드물었다.

김민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게정에 "여러분이 주신 응원 덕분에 더 힘낼 수 있었던 시즌이었다"면서 "이 영광을 한국에 있는 팬분들께도 전해드리고 싶다. 한국인으로서 이탈리아 리그에서 우승하고, 한국을 알릴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기쁨, 영광, 행복 다 여러분이 응원해 주신 덕"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외신 반응은 극찬 일색이다. AP통신은 “칼리두 쿨리발리의 대체로 영입한 김민재가 빠르게 적응하며 9월의 선수에 뽑혔다. 그는 나폴리 우승의 주역”이라고 적었다. AFP통신은 “김민재는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라며 “올 시즌 나폴리 수비력의 김민재의 공헌이 상당했다”고 평가했다.

마라도나가 그려진 깃발을 휘날리는 나폴리 팬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나폴리가 우승하면서 마라도나가 또 다시 소환되고 있다. 2020년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 그의 조국 아르헨티나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정상에 오르더니 이번엔 그가 전성기를 보낸 나폴리가 스쿠데토(세리에A 우승팀이 유니폼에 다는 방패 문양)를 추가했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은 “아마도 마라도나의 가호가 있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공을 돌렸다.

한편, 국내팬들은 곧 이탈리아 챔피언을 눈앞에서 만날 수 있다. 나폴리는 다음달 방한해 친선경기를 치른다. 상대는 이강인 소속팀인 라리가의 마요르카가 유력하다. 김민재는 이 경기를 치르고 6월 예정된 예술·체육요원 기초군사훈련을 받아야 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따른 병역혜택 때문이다. 따라서 6월 16일 페루전, 20일 엘살바도르전 등 대표팀 A매치 평가전 참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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