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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니시우스 눈물, 인종차별로 시끄러운 라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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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니시우스 눈물, 인종차별로 시끄러운 라리가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05.24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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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지난 22일(한국시간)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와 발렌시아의 2022~2023 35라운드가 펼쳐진 스페인 발렌시아 메스타야 스타디움. 0-1로 끌려가던 후반 23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3·레알 마드리드·브라질)가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파고 들어가다 파울을 얻었다.

주심이 수습하고 있던 사이 비니시우스가 갑자기 흥분하더니 골대 뒤편으로 달려가 관중과 설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비니시우스는 주심에게 특정 관중이 인종차별 행위를 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어필했다. 레알 마드리드 동료들은 물론, 발렌시아 선수들까지 설전에 가세하며 경기는 10여 분간 중단됐다.

비니시우스에게는 이날은 힘겨운 날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막판 양 팀 선수들이 감정싸움을 벌였다. 이때 비디오판독(VAR) 결과 비니시우스가 상대 선수를 가격한 게 발견돼 레드카드를 받았다.

비니시우스(왼쪽)가 22일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와 발렌시아의 2022~2023 35라운드가 펼쳐진 스페인 발렌시아 메스타야 스타디움에서 자신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팬에게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비니시우스(왼쪽)가 22일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와 발렌시아의 2022~2023 35라운드가 펼쳐진 스페인 발렌시아 메스타야 스타디움에서 자신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팬에게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비니시우스는 그라운드를 벗어나면서 손가락으로 숫자 ‘2’를 뜻하는 V(브이)자를 만든 뒤 아래로 추락하는 시늉을 했다. 발렌시아가 2부로 떨어지라는 의미였다. 이에 화난 발렌시아 선수들과 또 몸싸움을 벌였다.

◆경기 전부터 인종차별 당한 비니시우스

비니시우스는 당시 경기가 끝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이 처음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아니다. 라리가에서는 인종 차별이 일반적이다. 사무국도 그렇게 생각하고 상대방들은 인종차별을 장려한다"고 썼다. 이어 “내 고향인 브라질에서는 스페인이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나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나는 강인한 사람이다. 끝까지 인종차별주의자들과 싸우겠다”고 했다.

비니시우스(왼쪽)가 22일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와 발렌시아의 2022~2023 35라운드가 펼쳐진 스페인 발렌시아 메스타야 스타디움에서 자신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팬에게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비니시우스(왼쪽)가 22일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와 발렌시아의 2022~2023 35라운드가 펼쳐진 스페인 발렌시아 메스타야 스타디움에서 자신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팬에게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레알 마드리드 공식 SNS를 보면 비니시우스는 이날 경기 전부터 인종차별을 당했다. 경기장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기 전부터 일부 팬들은 그를 향해 원숭이를 의미하는 “모노”(mono)라는 단어를 외쳤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심판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관중들은 경기 도중 비니시우스를 향해 “원숭이”라고 외쳤다.

뉴욕타임스는 “라리가에서 관중석을 통해 울려 퍼지는 인종차별은 새로운 건 아니지만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리그를 떠난 후 비니시우스가 표적이 됐다”고 했다.

라리가는 이날 공식 성명에서 2021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비니시우스를 향한 인종차별적 행위가 9차례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수사 나선 스페인 경찰 3명 체포

경기가 끝난 후 레알 마드리드는 스페인 검찰에 비니시우스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한 관중을 처벌해달라고 증오 범죄 혐의로 고발했다. 발렌시아는 비니시우스를 모욕한 팬의 입장을 영구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조사에 나선 스페인 경찰은 23일(현지시간) 비니시우스 경기장에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혐의로 관중 3명을 체포했다. 스페인 경찰은 이번 사과는 별도로 올해 1월 26일 마드리드에 비니시우스의 이름이 적힌 셔츠를 입힌 인형을 다리에 매달아 놓은 혐의로 마드리드에서 4명을 체포했다고 했다.

이들은 19∼24세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레알 마드리드 경기를 앞두고 다리 난간에 비니시우스 인형의 목을 매달아 넣고 “마드리드는 레알을 싫어한다”가 적힌 현수막을 걸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그리스도상 조명이 꺼졌다. 인종차별 행위를 당한 비니시우스와 연대한다는 의미다. [사진=AFP/연합뉴스]
지난 22일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그리스도상 조명이 꺼졌다. 인종차별 행위를 당한 비니시우스와 연대한다는 의미다. [사진=AFP/연합뉴스]

◆브라질 룰라 대통령 “인종차별과 파시즘이 지배 허용 안돼”

세계 각국에서 비니시우스를 응원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주요 7개국(G7) 회의에 참석 중인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국제축구연맹(FIFA)과 라리가 등 축구 단체가 “인종차별과 파시즘이 지배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다”고 했다. 브라질 상파울루 스페인 영사관 밖에서는 비니시우스가 겪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최근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그리스도상을 비추는 조명을 끄고 연대를 표시했다.

브라질 축구 ‘슈퍼스타’ 네이마르(31·파리 생제르맹)는 “비니와 함께한다"는 글과 함께 화난 이모티콘과 검은 하트를 비니시우스 사진과 함께 자신의 SNS에 올렸다. 같은 팀의 또 다른 축구 스타 킬리안 음바페(25·파리 생제르맹)도 SNS를 통해 "비니시우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당신과 함께하고 지지한다"고 전했다.

전 축구 선수 가레스 베일(33·영국)도 “인종차별은 축구계와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니시우스를 응원했다.

브라질 상파울루 스페인 영사관 밖에서는 비니시우스가 겪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브라질 상파울루 스페인 영사관 밖에서는 비니시우스가 겪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 프로축구선수협의회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인종차별 행위에 대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한 명의 팬이 누군가의 성적 지향이나 피부색 등을 모욕 하는만큼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손흥민·이강인도 인종차별서 자유롭지 못해

인종차별에 있어서 손흥민(31·토트넘 홋스터)과 이강인(22·레알 마요르카)도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2월 손흥민이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2022~2023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전에서 시즌 5호골을 넣자 일부 웨스트햄 팬들은 온라인에서 손흥민에게 “개고기나 먹어라” 등의 인종차별적인 글을 남겼다.

이강인이 지난 3월 레알 소시에다드와의 2022~2023 홈경기에서 시즌 3호골을 넣던 날에는 관중석에서는 한 팬이 동양인을 비하하는 행위인 ‘눈 찢는 동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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