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07:50 (금)
핫한 여성 예능... 넷플릭스표 ‘사이렌’, 성별 뛰어넘다
상태바
핫한 여성 예능... 넷플릭스표 ‘사이렌’, 성별 뛰어넘다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5.25 1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핫하다. 남성 출연자로 가득한 예능 세계에 콩 나듯 보이던 여성 예능이 이제는 트렌드로 떠올랐다. '골 때리는 여자들'이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스포츠 예능을 두드리며 SBS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것에 이어 대한민국 대표 예능 PD 나영석, 김태호도 여성 예능을 택했다.

이러한 여성 예능 시대 속 최근 '더 글로리', '정이', '퀸메이커', '길복순' 등 여성 중심 시리즈물을 내놓은 넷플릭스가 기존에 없던 생존서바이벌 예능에 도전한다. '피지컬: 100'으로 폭발적인 흥행을 이끈 데 이어 두 번째 도전이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오는 30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사이렌: 불의 섬'은 최강의 전투력과 치밀한 전략을 모두 갖춘 여성 24인이 6개의 직업군별로 팀을 이뤄 미지의 섬에서 치열하게 부딪히는 생존 전투 서바이벌 예능. 앞서 남성 생존서바이벌, 혼성 생존서바이벌이 여러 차례 방송되기는 했으나 여성이 '전투력'으로 겨루는 예능은 최초다.

◆ '왜' 생존 전투 서바이벌인가

스턴트팀, 군인팀, 소방팀, 경찰팀, 운동팀, 경호팀으로 나뉜 6개 팀은 각각 4명의 직업 여성으로 구성된다. 현직 여성 소방관, 경찰관, 국가대표 선수는 물론 세 명의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켜온 전직 대통령 경호관이 출연해 눈길을 끈다.

강하고 프로페셔널한 여성들을 한 곳에 모은 이은경 PD는 24인의 여성과 함께 섬으로 들어갔다. 3만평에 달하는 섬에는 각 직업군의 특성을 살린 기지와 전투가 펼쳐지는 거대한 아레나, 출연자들이 이용한 상점 등이 들어섰다. 여기에 6박 7일간의 리얼리티를 고스란히 담아내려 200여 명의 스태프가 참여했다. 피지컬100이 출연자 100명을 담기 위해 200~300명 가량의 스태프를 동원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대규모 프로젝트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이은경 PD는 생존 전투 서바이벌을 택한 계기에 대해 "'진짜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에서 시작했다. 연출로 참여했던 '알쓸신잡'이나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통해 '진짜'는 이길 수 없다는 걸 배웠다"며 "자기 분야에 진심이고 직업적인 전문성을 가진 분들과 작품을 하고 싶었다. 토크를 할까, 여행을 갈까 고민하다가 이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일하는지 보여주는 게 더 살아있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고 밝혔다.

그는 스포츠만화의 주요 키워드인 '우정', '노력', '승리'를 사이렌에 적용시키고자 했다. 신체적으로 강한 여성들을 모은 이유도 "여성들의 강인함이 눈으로 보였으면 해서"였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성격도 영향을 줬다. 그는 "한국에서는 이런 프로그램을 리얼리티 쇼, 예능이라고 부르지만 넷플릭스는 '시리즈'로 묶인다. 드라마, 예능 모두 시리즈라 서사를 가진 콘텐츠가 팬들을 끝까지 붙잡는 데 유용할 거라 생각했다"며 "진한 여성 서사가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늘어난 서바이벌 예능 흐름은 '탈출 욕구'로 통했다.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탈출할 것인지,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살아남기'는 이제 온전히 우리의 삶에 녹아들었다.

김경애 스턴트팀 리더(왼쪽부터), 김봄은 군인팀 리더, 김현아 소방팀 리더, 김혜리 경찰팀 리더, 김희정 운동팀 리더, 이수련 경호팀 리더. [사진=넷플릭스 제공]
김경애 스턴트팀 리더(왼쪽부터), 김봄은 군인팀 리더, 김현아 소방팀 리더, 김혜리 경찰팀 리더, 김희정 운동팀 리더, 이수련 경호팀 리더. [사진=넷플릭스 제공]

◆ 성별 아닌 직업인으로, 출연진의 공통된 소망

"나영석, 김태호 PD 모두 제가 존경하는 분들이고 (사이렌이) 여성 예능 흐름에 탔다는 것이 흐뭇하기도 해요. 그동안 이렇게 일주일 내내 여성 예능을 볼 수 있었던 적이 있었던가요."

여성 예능 붐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은경 PD가 우려하는 바는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들이 "여자 치고 잘 한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24인은 여성 소방관, 여성 경찰 등이 아니라 각 직업군을 대표해서 나온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기존 프로그램이 남성 중심으로 이뤄졌고, 이 직업군에도 남성이 자연스럽게 떠오르지 않나. 그동안 보지 못했던 여성 직업인들이 6박 7일을 생존하며 어떻게 연대하고 살아남는지가 사이렌의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이렌이 고정된 성역할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 내다봤다. 이은경 PD는 "제가 바라는 프로그램의 방향성은 사이렌을 보고 출연진을 롤모델 삼아 해당 직업에 도전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소방팀 리더 김현아는 "소방관은 세 가지를 먹고 산다. 밥과 사명감, 나머지 하나는 신뢰다. 그런데 현실 속 소방관은 편견을 먹고 산다. 신뢰가 필요한데 현장에서 직접 보여드리기 전까지는 많이들 안 믿어주시더라"라며 "저는 여자라서 나온 게 아니다. 소방관을 보여주려 나온 거다. 소방관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잘 하고 있는데 모든 현장에서 출동해서 보여드릴 순 없으니 사이렌을 통해 시청자분들에게 보여드리면 이미 잘 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시지 않을까 싶어서 나오게 됐다"고 출연 계기를 설명했다.

7년 차 경찰이자 경찰팀 리더 김혜리 역시 "성별을 떠나 개인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카바니 국가대표이자 운동팀 리더 김희정은 "카바니라는 생소한 운동 자체를 알리고 싶어서 나왔다"고, 현재 배우로 활동 중인 경호팀 리더 이수련은 "그동안 제가 어떤 일을 해왔는지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곳"이라고 각 직업군의 자부심과 사명감을 드러냈다.

사이렌은 오는 3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어 2주간 총 10편의 에피소드로 만나볼 수 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