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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마동석'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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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마동석' [인터뷰Q]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6.10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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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시상식, 수상 이런 쪽에 관심이 없어요. 2편이 천만 관객을 돌파했을 때도 '이럴 수가' 하고 끝. 바로 다음 영화 준비에 돌입했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최초 천만 영화를 만들어낸 이가 이토록 무덤덤하다니. 보통의 감독이라면 온종일 샴페인을 따고 기쁨에 취하련만 마동석(52)은 그러지 않았다.

배우라는 타이틀이 더 친숙한 마동석은 '영화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발굴하고, 그 시나리오가 제작까지 이어질 수 있게 발로 뛰고, 함께 글을 고치며 작품을 완성, 여기에 연기까지 곁들이니 이보다 더 영화에 진심인 사람이 있을까. 20년 넘게 배우 일을 하며 번 돈을 모두 영화 만드는 데 써버렸다는 자조적인 농담을 던질 정도로 마동석의 삶엔 영화가 큰 자리를 차지했다.

마동석.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마동석.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저는 그저 영화 만드는 게 재밌어요. 영화 개봉하고 관객들에게 찾아가 인사 드리고. 그러면 제 손을 떠나는 거라고 생각해요."

지난해 개봉한 '범죄도시2'는 팬데믹 최초 천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물론 2023년 6월 현재까지도 유일한 팬데믹 천만 한국영화로 기록되고 있다. 세 번째 시리즈 공개를 앞두고 만난 마동석에겐 이런 기록조차도 "한국영화계에 미약하게나마 힘이 된다면 좋을 일"이었다.

범죄도시2가 1000만을 넘을 거라는 것은 마동석은 물론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1편이 갖은 유행어를 생산하며 큰 인기를 끌기는 했으나 688만 성적으로 막을 내렸고, 코로나19 팬데믹이 강력한 리스크는 영화 시장을 암흑에 빠트렸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들 '이 영화 잘 되겠는데?'라고 생각하겠는가.

하지만 범죄도시2는 무려 1269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극장가 보릿고개 속에 1편의 두 배가 가까운 기록을 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31일 개봉한 '범죄도시3'는 개봉 11일째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범죄도시2보다 3일이나 빨랐다. "손익분기점(180만명)만 넘으면 좋겠다. 그걸 넘겨야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다"는 마동석의 바람은 개봉 이틀 만에 이뤄졌다. 해외에서도 큰 반응을 일으켜 전 세계 흥행 수익 4위를 달성했다. 3편의 천만 관객 달성은 기정사실, 전작을 넘어 '어떤 기록'을 세울지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다.

마동석.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마동석.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 마동석의, 마동석에 의한, 마동석을 위한

이번 작품은 마동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마동석의 정체성이기도 한 '복싱'이 주를 이루는 것. 중학교 시절 영화 '록키(1977)'를 보고 복싱을 시작했다는 그는 이제 록키 못지 않은 프랜차이즈를 지닌 제작자가 됐다. 

영화에 등장하는 액션은 프로급 복싱 실력을 지닌 마동석이 직접 디자인했다. 그는 "복싱 동작 중 영화에 쓰면 좋을 기술이 많은데, 실제로 때려야 나올 수 있는 동작들은 못 쓴다. 이런 것들을 제외하다 보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걸 깨보려고 계속 도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액션도 위험하지만 복싱은 3~4배 더 위험하다. 이걸 구현하려면 디테일한 기술과 숙력된 사람이 있어야 한다. 흉내 내려다간 많이 다친다. 저는 지금도 감을 잃지 않으려고 복싱 연습을 계속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시리즈는 세계 액션 영화 시장에서 처음보는 액션을 준비해놨다고. 복싱도 꾸준히 진화시킬 계획이다. 

영화 ‘범죄도시3’ 스틸컷.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범죄도시3’ 스틸컷.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린 시절부터 갖은 무술을 연마한 그는 마블 '이터널스'로 할리우드에게 선택받은 한국영화 대표 액션 스타지만, 몸 상태는 세월과 함께 많이 상한 상태였다. 어려운 집 사정으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 얼음판에서 미끄러지는 사고가 나 팔이 부러지기도, 촬영 중 6m 높이에서 추락해 어깨와 척추에 부상을 입고 아킬레스건이 찢어진 적도 있었다. 사고로 인해 아킬레스건 절반이 없었고, 무릎 연골도 없다시피 했다. 아무리 강인한 마동석이라도 사고 트라우마에 대한 면역은 제로였다. 그러나 그런 몸으로 '왜' 계속 액션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좋아서"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제가 출연한 모든 영화는 제 인생이 많이 갈아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정찬성 선수나 김동현 선수한테 부상을 달고 전신마취 수술을 하면서도 왜 계속 이종격투기를 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냥 좋아서 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이게 제 직업인 만큼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려고요."

마동석의 삶은 쉴 틈이 없다. 연기만 하던 시기를 벗어나 기획, 각색은 물론 제작사 빅펀치픽쳐스의 얼굴로서 국내외를 돌아다니며 시나리오를 모으고 다양한 영화인을 만나고 있다.

빅펀치픽쳐스 대표작인 범죄도시가 마동석의 작품임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나 제작자라고 이름을 올린 것은 범죄도시2부터였다. 당시 마동석은 출연과 기획으로만 이름을 올렸다. 그는 "그때는 배우가 영화를 제작한다는 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는 시기여서 논의 끝에 올리지 않았다. 이것 외에도 이름을 넣지 않은 작품이 꽤 있다.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제작에도 이름을 넣게 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크래프톤 제작 배틀그라운드 IP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2021)'로 본격적인 제작 타이틀을 단 마동석은 범죄도시는 물론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압꾸정' 제작자로 나섰다. 기획하고 제작 논의 또는 확정인 작품을 모두 합치면 80여 편이라고. 그는 "처음에는 마냥 즐거워서 시작한 일"이라며 "진행하다 보면 정성이 들어간다. 작가의 정성, 기다리는 사람들의 정성. 이런 것들이 붙기 시작하면 책임감이 생긴다. 그것조차 좋은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반면 연출 욕심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작품을 기획하고 글을 만드는 프로듀싱에 재미를 느끼는 것. 그는 "좋은 감독, 촬영 감독과 협업하는 게 재밌다. 할 수 있는 몫만 하고 넘치지는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마동석.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마동석.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 한국영화 '발칵' 뒤집은 신화 "현재진행형"

범죄도시는 현재 8편까지 제작을 확정했다. 한국영화 사상 최대 프랜차이즈로, 편집 과정에 있는 4편까지 합치면 딱 절반을 지나왔다. 마동석이 직접 취재한 범죄 이야기는 50여 가지. 추후 더 많은 시리즈가 제작될 가능성도 지녔다.

3편을 오픈하기도 전에 8편 제작을 결정한 그는 "프랜차이즈 영화를 어렸을 때부터 꿈 꿨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더티 해리'나 '다이 하드', '007', '분노의 질주' 등. 한편 한편 찾아보면 어떤 편은 재미가 떨어질 수도 있고, 어떤 편은 액션이 더 강렬할 수도 있다. 재미없을 걸 걱정하고 하지 않는 것보다 프랜차이즈로 계속 이어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사랑해준 만큼 보답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어떤 스토리로 빌드업할지 고민 중이다. 의외의 인물,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펼쳐질 한 편의 영화도 있을 것"이라고 제작 의지를 다졌다.

범죄도시 해외판을 만나보는 날도 올 것. 그는 "할리우드 유명 제작사로부터 범죄도시 미국판을 만들자는 제안을 많이 받았다. 미국판을 만드는 건 확정"이라며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만들지 찾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마동석.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마동석.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범죄도시4' 개봉 시기는 내년으로 예상 중이다. 4편은 전작에서 무술감독으로 활약한 허명행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마동석은 "허명행 감독은 연출을 할 때 드라마에 더 신경 쓰는 감독"이라며 다음 작품에서는 드라마가 강화될 거라는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 

윤계상, 손석구, 이준혁, 아오키 무네타카를 잇는 새 빌런은 배우 김무열이 맡는다. 마동석은 김무열에 대해 "싸움을 어마어마하게 잘한다"고 귀띔했다. 앞으로도 마석도의 맨손 액션을 계속해서 만나볼 수 있냐는 질문에는 "지금은 말씀 못 드리겠다. 주로 맨손이기는 할 거다. 지구 끝까지 생각 중"이라고 답했다.

2017년 첫 등장한 범죄도시는 1~3년의 짧은 기다림 끝에 후속편을 선보여 왔다. '범죄도시5', '범죄도시6'는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이기에 지금보다 더 긴 시간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마동석은 이 이야기를 전하며 "마치 작전 같지 않나"라고 들뜬 얼굴을 했다. 범죄도시 시리즈 제작을 얼마나 즐기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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