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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 민규동 감독 "임지연 이유영 동성애 장면은 글래디에이터 격투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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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 민규동 감독 "임지연 이유영 동성애 장면은 글래디에이터 격투신"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5.26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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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노민규기자] ‘간신’(5월21일 개봉)은 연산군 11년, 조선 팔도 1만 미녀를 징집해 왕에게 바쳤던 사건인 ‘채홍’과 최고의 권력으로 왕을 쥐락펴락 하고자 했던 간신들의 실제 역사를 담은 작품이다. 개봉 첫 주에 6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 순항길에 올랐고 대만, 프랑스에 이어 프랑스 칸 마켓에서 일본, 태국, 홍콩까지 총 5개국에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서양골동양과점 앤티크’ ‘오감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내 아내의 모든 것’을 연출하고 ‘키친’ ‘김종욱 찾기’를 제작해온 민규동(45) 감독은 여성 위주의 정서적 영화에 빛을 발휘했다. 그랬던 그가 광기와 횡포가 질펀한 잔혹한 역사, 수위 높은 노출의 사극을 만든다고 해 의구심을 자아냈다. 무엇이 감독 민규동을 변하게 했을까. 물음표를 던지기 위해 민 감독을 만났다.

 

- 개봉 후 관객 반응이 갈리는 양상이다. 또 수위 높은 에로티시즘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색다른 역사적 접근에 눈길을 보내는 등 제각각인 듯하다.

▲ 어떤 분들은 충격적으로 보고, 또 어떤 이들은 “익숙한 이야기다” “평범하다”고 하시더라. 노출을 둘러싸고도 “실망이다” “민망할 정도다”란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상이한 결과를 드러내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았다.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했다. 권력과 남자들의 이야기인데 채홍사가 소재로 되며 여자들이 등장했고, 당시 여성들의 혹독한 희생과정을 노출로 보여주려고 했다. 야하게 연출하려면 제대로 했을 거다.(웃음) 그러려고 연출한 게 아니다.

- 연산군 시대를 다룬 기존 드라마·영화와 달리 ‘공공의 적’ 간신들의 시선에서 당대를 바라본다. 어떤 의도였나.

▲ 연산군은 많이 다뤄졌으나 채홍사만 안 다뤄진 게 질문의 시작이었다. 정치권력의 폐해 중 채홍사를 빠트리면 과거사를 제대로 조명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조선 3대 간신으로 불리는 임숭재(주지훈)-임사홍(천호진) 부자의 시점으로 연산군(김강우)의 역사를 재조명함으로써 미치지 않고선 살 수 없었던 그 시대를 관통했던 광기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싶었다. 당대 간신들의 욕망과 권력 싸움에 지금의 현실을 투영하고 싶었다. 과거사의 어두운 과정을 적나라하게 응시함으로써 불편함을 모른 채 살아가는 게 어떤 의미인지 당돌하게 던져야하는 거 아니냐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 '간신'의 해외용 포스터

- 영화는 숭재와 연산군이 주도한다. 만만치 않은 캐릭터를 맡은 주지훈과 김강우의 연기가 두드러졌다.

▲ 김강우는 확실한 변신을 보여줬다. 대상으로 존재하는 캐릭터라 입체적으로 그려내기 힘들었을 텐데 제2시즌이 궁금할 정도로 광기 표현을 원 없이 해냈다. 주지훈은 새로운 간신상을 창조했다. 그의 가능성과 연기상의 아쉬움을 워낙 잘 알기에 독려했는데 폭 넓은 연기가 나왔다. 둘의 시너지 효과도 좋았다. 전쟁 치르듯 싸워가며 보완함으로써 커플링이 주는 긴장감을 맛보게 해줬다. 여배우와 할 때완 또 다른 에너지를 교환하는 점이 보는 재미를 주더라.

- 상당수 남성 관객들은 단희(임지연)와 설중매(이유영)의 동성애 베드신에 깊은 관심을 보이더라. 기존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자극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 이전에도 이후에도 만들어지기 힘든 장면일 거다. 베드신이라기보다 ‘글래디에이터’ 같은 격투신이라고 하는 게 맞다. 왕의 연희에서 명령에 의해 치러지는 것이지 동성에 대한 욕망이 아니지 않은가. 서로를 죽이려고 덤벼드는 모습에 왕은 희열을 느끼고, 여자들은 혹독한 희생양이 되는 장면이다. 경연에서 승리한 단희가 벌거벗은 몸으로 설중매를 향한 칼을 막아내는 대목에선 이들이 분노해야 할 대상에 대한 각성과 연대감을 실어내고자 했다. 처절하고 슬픈 장면으로 연출하려고 했다. 순자의 “물은 백성이고 배는 왕이다‘란 글이 이 영화의 화두로 잘 올라타기를 바랐다.

- 임지연과 이유영은 지난해 혜성처럼 데뷔한 신인들이다. 그들에게 ‘간신’은 무척이나 고된 작업이었지 싶다.

 

▲ 눈에 욕망을 담아야 야해지는데 지연씨한텐 “들키지 않게 분노, 처절함, 애절함을 담아라”라고 어려운 주문을 했다. 단희는 어린 시절 순수했던 기억을 공유한 숭재를 다시 만난 뒤 단 한 번도 사랑의 눈빛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티나지 않게 경멸한다. 각자의 길을 가자는 주의다. 그 모든 것이 힘들었을 텐데 잘 소화해줬다. 이유영은 전도연 같은 대배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평범한 외모인데 순수함부터 천박함까지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본능과 끼가 있다.

- 세련되고 따뜻한 현대물을 주로 만들어오다 사극에 몸을 실었다. 일단 제작비부터 대폭 늘어나야 하고, 제작과정에서도 몇 곱절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는 장르다.

▲ 심플한 구어체와는 언어영역이 다르더라. 고어를 구사해야 하고 더욱이 자기 신분과 계급에 맞는 언어를 구사해야하는 게 어려웠다. 그러면서도 캐릭터의 매력을 떨어트려선 안되고. 예산의 압박으로 인해 상황을 대사로 처리해버리거나, 연극적으로 한 공간에서 대사로 밀어 붙이는 방식을 시도해야만 했다. 고군분투하며 찾은 방법들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배우들의 연기였다. 20명 보조 출연자를 300명으로 보이게끔 연출하느라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할 수 없는 순간이 생겼을 때 자괴감이 컸고 힘겨웠다.

- 저예산 영화의 설움을 톡톡히 체험했겠다.(웃음)

▲ 저예산의 혹독함이 영혼을 갉아 먹었다. ‘19금(청소년 관람불가)’을 선택하면서 제작비가 확 낮아졌다. 이 와중에 관객의 눈높이는 맞춰야 하고. 보통 사극이 100회차를 촬영하는데 ‘간신’은 63회차로 마무리했다. 사극을 여러 편 찍으신 이준익 감독님이 대단하시단 생각을 뼛속 깊이 했다. 두 번째 사극을 하면 많이 덜어내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극은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와 같은 편안함이 있다. 더불어 지난 이야기를 재현하는 데서 오는 엄숙함마저 있는 매력적인 장르다. 이번에 큰 영화를 찍으니 내가 확장된 느낌이 들었다. 티셔츠를 입다가 턱시도를 입은 느낌이랄까.

 

- 민 감독의 영화는 주로 여성 캐릭터와 그들의 스토리에 주목했다. 어떤 이유에선가.

▲ 문학, 예술분야 대부분의 창작자가 남성이고 여성은 소비자로서 대부분 존재한다. 거친 남자보다 억압받는 여자 이야기가 관심의 대상이고, 창작자로서 해야 한다고 여겼다. 이들의 이야기가 남녀관계를 맺으며 인간의 이야기로 펼쳐졌다. ‘간신’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작들과 전혀 다른 영화 같지만 기존의 맥락을 잇는 영화다.

- 동생은 ‘간신’의 제작자(수필름 민진수 대표)이며 아내는 영화감독(홍지영)이다. 가족이 동종 업계에 종사하고 있음은 장점이지 싶다.

▲ 동생은 가장 설득하기 어려운 제작자다. 거리감이 없으니 내게 말을 막 한다.(웃음) 오히려 농밀한 소통이 이뤄져 어려운 관계다. 가족이라고 안일하게 실수를 가려주면 큰 일이 나므로 날 선 긴장감을 유지한다. 위험천만한 소리겠으나 아내가 여배우면 창작 활동하는데 보완재 역할을 하지만, 감독일 경우 작업환경을 너무 잘 이해해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서로에게 전달된다. 비판과 조언을 해줄 순 있겠으나 가족이라 아주 객관적이 되지도 못한다. 또 경제적으로 둘 다 최악의 직업이다. 후후.

- 차기작 계획을 들려달라.

▲ 일제 강점기 시기를 배경으로 한 2편의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1949년 해방 이후 혼돈기에 일제의 흔적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싸우는 작품이 하나 있다. 또 하나는 1954년을 배경으로 한국전쟁 당시 한국을 방문했던 여배우 마릴린 먼로를 만났던 남자 스토리다. 전후 폐허 속에서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자들의 이야기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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