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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세결여' 결혼과 비혼, 소시오패스 담은 새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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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세결여' 결혼과 비혼, 소시오패스 담은 새폴더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3.30 2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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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작가 원칙 재확인하며 30일 화제리에 종영

[스포츠Q 용원중기자] SBS 주말극 ‘세번 결혼하는 여자’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30일 오후 10시 방영된 마지막회(40회)에서 은수의 세 번째 결혼 대상은 자신이었다. 갓낳은 아들을 시댁으로 보내고 준구와 완전히 결별한 은수는 쇼호스트로 복귀, 딸 슬기와 함께 상쾌하고 개운하게 살아간다. 준구는 이모의 지원사격 아래 이다미와 부부 같은 생활을 해나가고, 태원과 채린은 마침내 임신에 성공한다. 현수는 광모와 동거를 계속하나 결혼을 꿈꾸지는 않는다. 현수의 친구 주아는 결혼에 골인한다.

▲ '세 번 결혼하는 여자' 마지막회 장면 [사진=SBS 방송 캡처]

시청률은 김수현 작가의 과거 히트작들에 비해 낮았다. 최고 시청률은 지난 38회 19.3%(닐슨코리아 집계, 수도권 기준)로 동시간대 1위를 지켰으나 20% 고지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시청률로만 환산하기 어려운 사회적 파장은 넓고도 깊었다.

◆ 결혼·가족 의미 되새겨…비혼·1인가구 실태 조명

시대 변화에 따른 달라진 결혼관을 클릭한 ‘세결여’는 그 누구의 딸이나 엄마가 아닌 독립된 인격체로서 행복을 위해 두 번의 결혼과 이혼을 과감히 감행하고, 아버지가 다른 두 아이를 ‘선택’한 주인공 오은수(이지아)를 통해 결혼의 의미, 나아가 가족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리고 은수는 독하고 싸가지 없는 게 아니라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뜨거운 여자로 그려졌다. 언니 현수(엄지원)는 날로 증가하는 비혼 및 1인가구의 실태를 웅변했다.

이 작품은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불륜과 이혼 소재의 막장 드라마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뻔한 소재를 다뤘음에도 품격이 다른 접근법이 돋보였다. 시월드의 학대와 이혼과정을 건너뛴 채 재혼부터 이야기를 풀어가는 노작가의 과감함은 안방극장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후 최대의 스포일러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제목 ‘세번 결혼하는 여자’를 둘러싼 각종 추측이 양산됐다. 은수가 전 남편들인 태원(송창의) 혹은 준구(하석진)와 재결합할 것인지, 자신을 세 번째 파트너로 맞이해 꿋꿋이 살아갈 것인지를 두고 시청자의 기대 섞인 예상이 난무했다.

▲ 드라마 '세번 결혼하는 여자’ [사진=SBS]

◆ 채린 통해 확산일로 소시오패스 문제 환기

드라마 초중반까지 은수·현수 자매가 중심축 역할을 했다면 중반 이후 거친 성격의 수전노 최여사(김용림)네 사람들로 관심축이 이동했다. 깐깐하지만 합리적인 골드미스 태희(김정난), 주변에 막을 친 듯 제멋대로 행동하는 채린(손여은), 정 많으면서도 할 말 다 하는 가정부 임실댁(허진)이 등장해야 ‘채널고정’이 이뤄진다는 우스갯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채린은 타인의 권리에 대한 무감각을 비롯, 거짓말을 반복하며 쉽게 흥분하고 공격적 성향을 보이는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로 설정돼 시청자의 공분과 연민을 동시에 샀다. 트위터리언들은 각자의 가정과 학교, 직장에 존재하는 채린형 인물 사례를 앞다퉈 올려 우리 사회에 확산하는 소시오패스 문제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

소시오패스는 유전적 요인이나 뇌구조의 문제, 환경적으로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학대를 경험한 경우가 많다는 학술에 걸맞게 김 작가는 친아버지로부터 구타당해온 채린을 결국 이해하고 감싸안는 태원을 통해 넌지시 해결책을 제시했다.

김수현 작가는 그동안 다양한 인간군상을 통해 삶의 의미를 통찰하면서도 70세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시대 흐름이나 사회 이슈를 놓치지 않아왔다. ‘세결여’는 작가의 원칙을 재확인한 새폴더로 시청자의 깊은 신뢰를 담기에 충분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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