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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식축구에도 마케팅 옷 입힐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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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식축구에도 마케팅 옷 입힐 때
  • 정인수
  • 승인 2015.05.27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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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수의 투미닛 드릴] (9) '그들만의 리그' 벗어나려면... 장기적 마케팅 병행해야

<편집자주> 미식축구에서는 '투미닛 드릴(2minute drill)'이라고 해서 2분 안에 터치다운을 할 수 있는 훈련을 혹독하게 거듭한다. 찰나의 순간 같지만 이 2분 안에 승패가 좌우된다. 이를 위해 트레이닝과 필드운동 세미나를 거친다. 상대를 약하게 보고 마지막 2분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 2분 때문에 패배를 맛본다. 풋불에서처럼 하루 2분이면 자기 인생의 역전을 꿈꾸고 행동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믿는 정인수의 미식축구 세상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국 미식축구대표팀 부주장 정인수] 광고료만 30초당 450만 달러(49억 원), 미식축구 최강클럽을 가리는 미국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 '슈퍼볼'은 스포츠마케팅을 넘어 마케팅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어떤가. 미식축구는 그들만의 리그로 통하고 있다. 이달 초 시즌이 개막했지만 경기를 보러 오는 사람이라고는 팀 관계자와 동료 선수, 그의 가족과 친구, 협회 관계자가 전부인 상황이다. 국내 최강 클럽을 가리는 ‘김치볼’도 미디어의 외면을 받은지 오래됐다.

▲ 한국 미식축구는 아직까지 '그들만의 리그'다. 경기가 열려도 팀과 협회 관계자, 가족과 친구들이 팬의 전부일 뿐이다. [사진=스포츠Q DB]

미국에서는 부동의 넘버 원 인기스포츠인 미식축구가 왜 한국에서는 인기가 없는 걸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식축구를 경험해 본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사람은 경험을 통해서 좋고 나쁨을 느낀다. 한번 좋다고 생각하면 다시 그것을 경험하기 위해 노력한다.

컴퓨터를 예로 들어보자. 처음에는 단지 시장에 나온 기계 덩어리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 회사가 많은 사람들이 이를 사용해 볼 수 있도록 적극적인 마케팅을 시행했다. 편리함을 느낀 사람들이 차차 늘어나면서 일상생활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고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도록 만든 전략이 없었더라면 컴퓨터의 파급력은 이렇게 크지 않았을 수도 있다.

현재 국내에서 미식축구가 재미있는지 없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미식축구를 직접 하고 있는 선수들과 스태프, 협회 임원, 심판들이 전부다. 이들은 미식축구를 통해서 값진 경험들을 쌓았기 때문에 현역 생활이 끝나도 사회인팀에 가입해 선수 생활을 연장하든지, 협회 소속으로 심판을 한다든지, 리그 운영자로 변신해 미식축구와 지속적인 연을 맺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한국 미식축구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식축구 불모지인 한국에 무슨 마케팅이 필요하느냐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한국 풋볼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영영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겠는가. 미식축구를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대한미식축구협회는 장기적 마케팅의 일환으로 플래그 풋볼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플래그 풋볼이란 일반 미식축구와 전체적인 규칙은 비슷하나 부상 염려가 있는 거친 태클과 몸싸움을 배제한 풋불이다. 학교스포츠클럽 종목으로 채택돼 학생들이 접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의 경우 회사 일을 병행하는 풋불리그가 많다. 선수들은 업무를 잘 해내는 것과 동시에 여가 시간에 풋볼을 해서 일본 1등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들은 리더십, 책임감, 소통법, 상대를 분석하고 전략을 세우는 방법 등을 배운다. 미식축구를 통해 사회에서 바라는 이상적인 인재상을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을 사회에 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이런 사람들이 사회에 나와 좋은 기업에 입사하고 일을 잘 한다는 인식이 심어지면 어린 아이들이 풋볼을 시작하게 되고 미식축구 인구가 증가하게 된다.

미식축구 한 경기를 하나의 큰 이벤트로 생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선수들간의 경기는 이벤트 안에 포함된 하나의 콘텐츠일 뿐이다. NFL은 관중의 오감을 만족시킬 만한 다채로운 행사들을 기획한다. 구단들은 여성 관객을 늘리기 위해 핑크리본 이벤트를 열어 선수와 스태프 모두가 핑크색 장비와 액세서리를 착용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성들이 입고 싶어할 옷을 디자인해서 파는 것도 좋은 예다.

선수들은 비시즌일 때 병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함께 풋볼 경기를 시청하며 즐기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풋볼인’들이 사회의 리더, 봉사자라는 이미지를 쌓아가기 위한 거시적 전략이라 할 수 있다.

NFL 32개 구단 단장들은 시즌을 마치면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갖는다. 주된 내용은 관중을 늘리기 위한 방편들이다. 관객이 없으면 NFL이 존재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이들은 항상 팬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그들을 파헤친다.

▲ 한국 미식축구도 충분히 매력 있는 콘텐츠다. 하나의 상품으로 보고 접근하는 시각을 갖춘다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사진=스포츠Q DB]

미국에만 편중된 인기를 세계적으로 늘리기 위해 몇 해 전부터 영국에서 경기를 가졌고 조만간 아시아에서도 경기를 기획하고 있다.

미식축구를 하나의 상품으로 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구매자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상품을 만드는 조직은 시장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 자연히 도태돼 생존 경쟁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다. 구매자들이 원하는 좋은 기억,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상품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야성과 지성이 조합된 지상 최후의 스포츠 종목 미식축구는 충분히 상품으로서 가치가 있다. 한국 미식축구가 가진 매력을 어필한다면 언젠가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는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

     
■ 필자 정인수는?
1982년생. 한국 미식축구대표팀 디펜스 캡틴과 부주장을 맡고 있다. 풋볼월드컵에 2회 출전했다. 포지션은 라인백커. 동의대 졸업 후 일본 엑스리그 아사히 챌린저스를 거쳐 현재 서울 바이킹스서 뛰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는 남자 스포츠 풋볼을 사랑한다. 가수가 무대에서 노래로 감동을 주듯 움직임으로 감동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백성일 대표팀 감독은 “정인수의 안목이 상당하다”고 엄지를 치켜든다.

fbcool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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