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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아트 스타 코리아' 논란 증폭...예술도 서바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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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아트 스타 코리아' 논란 증폭...예술도 서바이벌?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3.3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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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대한민국의 현대 미술을 이끌어나갈 최고의 예술가를 가리기 위해 기획된 케이블채널 스토리온의 ‘아트 스타 코리아’(매주 일요일 오후 11시)가 30일 첫 전파를 탔다.

노래·춤·연기·요리·패션디자인·모델 실력 등을 평가하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이어 미술가들이 경쟁을 펼치는 ‘아트 서바이벌’이 국내 최초로 시도돼 방영 전부터 미술계는 물론 대중의 관심이 집중됐다.

♦ 미술에 대한 대중적 관심 확산, 스타 발굴 위해 '아트 서바이벌' 감행

▲ '아트스타코리아' 1회 장면 [사진=스토리온 영상 캡처]

미술계에서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대거 나왔다. 반이정 미술평론가와 김선정 큐레이터가 멘토를 맡았다. 유진상 계원예술대 교수, 홍경한 경향아티클 편집장, 우정아 포스텍 교수이자 미술사학자, 권오상 조각가가 심사위원을 맡아 프로그램의 권위를 높였다.

이날 방송에서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15명의 참가자들은 회화, 조소, 설치, 퍼포먼스, 설치미디어, 비주얼아티스트 분야에서 기량을 뽐내온 20~30대의 전문 작가, 학생, 길거리 예술가, 대학강사로 이뤄졌고 해외 유학파가 다수를 차지했다. 이들은 첫 미션인 ‘예술에 대한 대중의 고정관념을 깨라’를 부여받고 작품 제작에 돌입했다. 버려진 테이프를 활용해 밀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낸 김동형이 우승, 전달력과 개연성 부족을 지적받은 이국현이 탈락했다.

음악이나 춤, 요리나 패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반 대중이 어려워하고 멀게 느끼는 미술을 TV 프로그램을 통해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실제 미국에서 2010년 방영된 아트 서바이벌 프로그램 ‘워크 오브 아트’는 큰 인기를 끌어 시즌2까지 제작됐다. ‘아트 스타 코리아’ 제작진 역시 “‘미술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고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것과 아울러 재능 있는 젊은 미술가들이 자신의 실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프로그램 제작에 나섰다”고 밝힌 바 있다.

♦ 객관적 평가 잣대, 진부한 포맷, 깊이 부족한 결과물 우려 속출 

하지만 첫 회부터 문제점이 엿보였다. ‘예술을 경쟁구도에 넣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가’라는 우려를 의식한 듯 참가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촉발됐다. 차지량 참가자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참가자들과 밖에서 만나고 싶다. 심사위원들은 나를 탈락시켜 달라”고 도발했다. 서우탁 참가자는 자신의 작품에 부정적 평가가 매겨지자 격한 반응을 보였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불편한 장면들이었다.

▲ '아트스타코리아' 1회 장면 [사진=스토리온 영상 캡처]

노래 실력을 평가할 경우 음정의 정확도나 성량·음역대 등의 비교적 객관적 기준을 제시할 수 있으나 미술은 같은 작품이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해석과 감상평이 나올 수 있다. 그렇기에 미술 작품을 어떤 잣대로 평가할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조은주 회화작가는 “미술은 주관적이라 호불호가 명확히 갈린다. 과연 심사 결과에 대해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처럼 시청자가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게 되면 잡음이 생겨 좋은 목적이 무의미하게 돼버린다”고 지적한데 이어 “1등을 대중적인 팝아티스가 차지하면 미디어의 영향력으로 인해 대중적이지 않은 작품을 창조하는 작가들은 묻혀버릴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또한 ‘프로젝트 런웨이’와 동일하게 미션 기간을 이틀로 설정한 점은 아이러니하다. 참가자들에게는 첫 미션 주제로 고정관념을 깨는 신선함을 주문하면서 제작진은 포맷의 진부함을 유지한 점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장고운 서양화가는 “미대 과제물 준비에도 최소 1주일은 주어진다. 반짝이는 아이디어 역시 시간이 쌓이며 깊이와 기발함을 갖추는데 2일은 미술가의 깊은 고뇌와 정성이 담긴 결과물을 내놓을 만한 시간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 예술정신보다 스타 탄생에 치중하는 프로그램 되지 않을까 우려 

그는 “MTV를 시청한 느낌이었다. 딱히 예술이라기에는 깊이가 너무 얕다는 생각이 든다. 대중의 예술에 대한 이해나 관심이 깊어질지는 잘 모르겠으나 참가자들의 캐릭터들이 특이하고 가벼워서 최소한 관심은 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MC인 여배우 정려원은 “아티스트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트 스타는 아무나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스타가 되고자 출연했다. 그렇다면 아트 스타는 누가 만드나. 거대자본과 미디어, 큰 손 컬렉터나 유명 평론가일까. '아트 스타 코리아'가 미술계의 상업적 측면을 부각하고, 숭고한 예술정신보다 스타 탄생에 치중하는 프로그램으로 전락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꼬리를 물게 된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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