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KT 위즈가 포스트시즌 기적의 팀이 될 수 있을까. 지금의 기세라면 가능하다. 벼랑 끝에 몰렸던 KT가 오히려 주도권을 쥐는 모양새다. 마운드와 방망이가 180도 달라졌다.
KT는 3일 창원 NC파크에서 벌어진 2023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5전 3승제)에서 11-2로 NC를 격파했다. KT는 홈에서 열린 1~2차전을 패하며 벼랑 끝에 몰렸으나 창원으로 건너와 치른 3~4차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면서 균형을 맞췄다.
2일 선발 투수 고영표의 6이닝 무실점 호투와 배정대(2점), 문상철(1점)의 홈런으로 3-0으로 이긴 KT는 하루 뒤 경기력을 완전히 끌어올렸다.
홈런 3개를 포함해 14안타 6볼넷으로 NC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황재균의 각성을 눈여겨 볼만하다.
2번 3루수 황재균은 5타수 2안타(1피홈런) 2타점 1삼진으로 활약했다.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실책을 범하며 고개를 숙인 황재균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선 호수비를 펼치며 이를 만회했다. 황재균은 이날 경기에서는 1회 말 NC 선두타자 손아섭의 타구를 단번에 포구하지 못하는 실책을 범했다.
하지만 이번엔 곧바로 공격에서 만회했다. 3-0으로 앞선 2회 초 1타점 2루타를 날렸고 6-0으로 앞선 4회 초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좌측 펜스를 넘어가는 1점 홈런(비거리 125m)을 날렸다.
이강철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내야수들의 경기 감각이 올라왔다며 “황재균은 (실책을) 신경도 안 쓰더라. 미안한 마음도 없는 것 같더라"라고 말했다. 금세 잊고 경기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플레이오프 1~3차전에서 8타수 무안타 5삼진으로 무안타에 허덕였던 앤서니 알포드는 8회 초 1점 홈런을 비롯해 4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 1볼넷으로 살아났다. KT에서는 문상철과 조용호를 제외하고 선발 7타자가 모두 안타를 때렸다.
KT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는 6이닝 동안 1피안타 3삼진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1회 말 손아섭을 실책으로 출루시킨 후 6회 말 2사 후 손아섭에게 안타를 맞기 전까지 NC 타자들을 '노히트(no hit)'로 꽁꽁 묶었다.
1차전에서 3이닝 7실점(4자책점)의 부진하고 사흘 뒤에 나선 경기에서 지난 아쉬움을 말끔하게 지웠다. 쿠에바스는 경기 뒤 데일리 MVP(최우수선수)에 뽑혀 상금 100만원을 받는다.
이로써 KT는 5일 홈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승리하면 역대 3번째로 플레이오프 ‘리버스 스윕’(reverse sweep)을 달성하게 된다. 역대 5전 3승제로 치러진 플레이오프에서 2연패 뒤 3연승 한 사례는 2회 나왔다.
1996시즌 현대 유니콘스(키움 히어로즈 전신)가 쌍방울 레이더스를 상대로 2패 후 3연승했다. 2009시즌에는 SK 와이번스(SSG 랜더스 전신)가 두산 베어스에 리버스 스윕을 달성했다.
NC는 먼저 2승을 거두고도 시리즈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됐다. 이날 마운드가 일찍 무너져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한 채 졌다. 선발 송명기가 1⅓이닝 4실점으로 물러나고 2번째 투수로 투입한 이재학마저 2⅓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다.
3번째 투수로 나온 신인 투수 이준호가 1⅓이닝 동안 아웃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잡으면서 1만7400명의 매진 관중을 이룬 창원 NC파크의 홈팬들에게 위로를 안겼다. 8회 2점을 내 간신히 무득점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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