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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결혼에 대한 통념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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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결혼에 대한 통념을 바꾸다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4.04.0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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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이예림기자]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백년해로해라!” 예나 지금이나 결혼식에 가면 주례 선생님이 힘주어 강조하는 단골 주문이다. 한데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드라마 속 상황을 보면 실로 아이러니하다.

왜냐하면 재혼을 둘러싼 러브스토리가 안방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다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방시청자들은 이혼에 대해 더 이상 불편해하지도 않거니와 오히려 극 중 이혼녀가 어떤 남자를 선택할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혼과 재혼에 대한 일반인의 정서가 확실히 달라진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속으로 들어가 보자. 지난 30일 인기리에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이하 ‘세결여’)에서 은수(이지아)는 태원(송창의)과 결혼했지만 시어머니의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이혼한다. 그 뒤 재벌 2세 준구(하석진)와 재혼했으나 남자의 바람기 때문에 결국 이혼을 선택한다. 은수는 두 남자와 사이에 아이를 두고 있다. 은수의 언니 현수(엄지원)는 자신의 절친과 결혼할 뻔했던 광모(조한선)와 동거하며 살고 있다.

또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급남녀’, MBC 수목드라마 ‘앙큼한 돌싱녀’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이혼한 뒤 다른 남자의 구애를 받으며 전남편과 삼각관계를 이루고 있다. 요즘 드라마는 돌싱녀, 돌싱남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과거에만 해도 여자에게 이혼은 주홍글씨였다. 남녀가 약혼 또는 결혼했다가 헤어지면 배신과 복수의 키워드로 다뤘다. 1999년 드라마 ‘청춘의 덫’에서 윤희(심은하)와 동우(이종원)는 딸을 낳고 동거한다. 그들은 약혼한 사이지만 동우는 출세욕에 불타 회사 오너의 딸인 영주에게 구애하며 윤희에게 결별을 통보한다. 결국 동우는 윤희의 갖은 애원에도 영주와 약혼한다. 이에 윤희는 동우에게 복수하는 데 자신의 인생을 건다.

15년 전과 현재 드라마를 비교하면 실로 격세지감이다. 어쩌면 이런 현상은 우리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그만큼 이혼이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난 까닭이다. 지난 6일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한국의 이혼율 연구 Ⅳ'(2000~2010)에 따르면 2000~2010년 한국의 평균 조(粗)이혼율(인구 1천 명 당 이혼 건수)은 2.72로 50년 전인 1951~1959년(0.20)보다 13.6배로 늘었다. 과거에 비해 이혼하는 이들이 많다보니 그들의 이야기가 드라마 속에서 자연스럽게 반영된다고 할 수 있다.

▲ tvN 드라마 '응급남녀' 방송캡처

비단 드라마뿐만이 아니다. 돌싱남녀는 방송가의 핫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은지 오래다. 최근 폐지한 SBS '짝'에서는 돌싱 특집으로 큰 관심을 모은 바 있으며 돌싱여성 99명이 출연해 3~5명의 유부남을 평가해 점수를 매기는 프로그램인 JTBC '99인의 여자를 만족시키는 남자'는 지난 23일 첫 방송되며 인기몰이 중이다. JTBC '님과 함께'는 중년판 '우리결혼했어요'로 배우 임현식, 박원숙, 이영하, 박찬숙 '돌싱'들의 만남을 보여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에 대한 반응도 제각각이다. “드라마와 예능에서 돌싱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자주 등장하다보니 정상적으로 결혼하고 사는 것이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살다보면 이혼할 수도 있는데 이제는 이혼이 큰 약점이라는 등 아주 특별히 취급되지 않는 분위기여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이들이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의 생각도 다채롭다. 원영선 서울여대 교수는 “드라마는 현실의 반영보다는 판타지다. 여성의 재취업이 열악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경제력이 없는 보통 여성의 경우 이혼은 로맨스만큼이나 쉽게 이루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드라마는 이혼을 원하는 여성의 바람을 보여주는 판타지다”고 지적한다. 드라마 주시청자인 주부들이 고단하고 팍팍한 결혼생활 속에서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이혼과 달달한 로맨스를 통해 위안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저서 ‘대중문화의 겉과 속’에서 드라마는 현실의 반영이며 더 나아가 현실을 교정하는 기능까지 요구하는 ‘교정적 리얼리즘’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현실이 그렇더라도 드라마가 좋은 방향으로 대중들의 생각을 이끌어야 한다는 얘기다.

아무튼 드라마는 대중의 목마름을 해소하는 문화의 한 장르다. 인기 있는 드라마는 대중이 체감하는 현실적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다. 드라마가 현실을 조장하든 현실의 반영이든 여성들이 사회 진출이 점점 많아지면서 결혼을 지속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선택권이 이전보다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앞으로 15년 뒤 우리 드라마 속 이혼과 재혼 풍속도가 어떻게 그려질지 자못 궁금한 것은 이 때문이다.

pres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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