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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스포츠 뿌리' 되고픈 창업동아리 스포루츠의 '준비된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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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스포츠 뿌리' 되고픈 창업동아리 스포루츠의 '준비된 열정'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6.01 10: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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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대학생 스포츠창업동아리...단국대생 판짜기, 골프 앱 개발· 리그 운영 등 성과

[300자 Tip!] 취업난, 비정규직, 인턴... 우울한 단어들이 뉴스를 도배하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10%를 넘어섰고 대학교가 ‘취업양성소’로 변한지 오래다. 스포츠산업은 말할 것도 없다. 밖에서 보기에 어느 분야보다 화려해 보이지만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고 업계 종사자들의 처우는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단국대학교 스포츠경영학과생들은 2013년 직접 판을 짜보기로 결심했다. 이름부터 뿌리가 돼보겠다는 의미의 '스포루츠(Sporoots)'다. 이들은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해 사업을 전개한지 2년간 눈에 띄는 행보를 보였다. 필드에서의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한 스포츠업계에서 이들은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천안=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스포루츠(Sporoots),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스포츠의 뿌리가 되겠다는 의지다.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 산학협력관 지하에 자리한 사무실에 들어서자 문에 붙여진, 물감이 무분별하게 터지는 포스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채로운 색깔의 아이디어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길 바라는 의미란다.

▲ 2013년 출범한 스포루츠는 2년 새 눈에 띄는 성장을 일궈냈다. 왼쪽부터 이선정, 김시원, 김형석, 김희원, 김수은, 김슬기, 박승현 씨.

즉석 음식들과 칫솔, 침대가 눈을 사로잡았다. 화이트보드에는 마케팅 원론, 유통단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을 브레인스토밍한 흔적들이 엿보인다. 파티션 곳곳에는 생각날 때마다 적어놓은 듯한 포스트잇 메모들이 붙어 있다.

국내 유일의 스포츠창업 동아리인 스포루츠는 2013년 3월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학생들이 주축이 돼 '스포츠 F&B(Factory&Bank)'라는 이름으로 돛을 올렸다. 스포루츠는 그 스포츠 F&B의 자회사. 그해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창업맞춤형 사업에 선정돼 세상에 발을 내디뎠다.

◆ 그랜드슬램-리그 운영, 눈에 띄는 성과들

대학교마다 링크(LINC)사업단이 있다. LINC는 Leaders in INdustry-university(college) Cooperation의 약자로 교육부가 추진하는 산학협력 선도전문대학 육성사업을 뜻한다. 단국대 천안 캠퍼스는 현장밀착형 분야에서 ‘매우 우수’ 등급을 받았다. 스포루츠는 이 혜택을 통해 2년간 부쩍 성장할 수 있었다.

그동안 일궈낸 성과가 꽤 있다. 출범 첫 해 캐디 부족현상과 캐디피가 급증하는 추세에 주목한 이들은 골프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트라이앵글 씨앤씨라는 기업으로부터 업무협약(MOU) 제의를 받았다. ‘그랜드슬램’이란 이 앱은 필드, 실내 구분없이 회원들의 스윙 자세, 헤드스피드, 볼 궤도, 볼 스피드, 비거리 등을 영상으로 촬영, 분석하는 프로그램이다.

입상 경력도 있다. 창업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는 최우수상을, 창업 머니드림 대회에서는 우수상을 받았다. 지난해엔 천안시교육청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천안 지역 학교스포츠클럽 12개 종목의 운영을 맡기도 했다. 천안시 초중고축구리그도 이들의 손을 거쳤다.

2013년에 그랜드슬램 앱 개발, 2014년엔 축구리그 운영을 비롯한 이벤트 대행이 중점사업이었다면 올해 중점 사업은 뭘까. 박승현(24·스포츠경영학과) 팀장은 “현 단계에서 말씀드리기는 조금 그렇다”고 수줍게 웃어보이며 “의류와 관련된 것”이라고만 귀띔했다.

◆ "간단한 행사는 가볍다", 밤샘 작업하는 열정인

“숙식 해결하는 건 다반사죠. 시험기간에는 특히 더 그렇고요.”

열정들이 대단하다. 이들은 스포루츠 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추진력과 말솜씨를 겸비해 ‘에이스’로 통하는 1기 멤버 김형석(24·스포츠경영학과) 씨는 “밤샘 작업을 통해 경진대회서 입상했을 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 스포루츠 사무실 문에 걸린 포스터. 다양한 색깔의 물감이 터지는 것에는 다채로운 아이디어가 쏟아지기를 기대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이선정(22·스포츠경영학과) 씨는 “오로지 공부와 취업만을 생각했던 내가 시야가 넓어진 것을 느낀다”며 “창업캠프, 부스 설치 등 작은 경험들을 통해 스포츠를 경영, 마케팅 등 타 분야와 접목하면 무궁무진하게 뻗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유일한 타과생인 김수은(24·행정학과) 씨는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다르다. 어떤 논리를 펼칠 때도 설득력 있게 의견을 전개하는 능력들이 생겼다”고 전했다. 막내 김슬기(20·스포츠경영학과) 씨는 “이제 작은 행사 정도는 특별한 지시가 없더라도 알아서 준비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밖에서 보기에도 이들은 눈에 띄는 친구들이다. 지태형(21·스포츠경영학과) 씨는 “스포루츠에서 정말 뜻깊은 대학생활을 한다는 느낌이 든다. 단순한 스터디를 뛰어넘은 모임”이라며 “학부 수업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친구들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가장 트렌드에 맞는 인재들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 준비된 인재, 업계 진출 선배 배출

현재 이들은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가 주관하는 대학농구리그의 단국대 서포터즈 운영을 맡고 있다. 박승현 팀장이 서포터즈를 총괄 관리한다. 스포루츠가 직접 현수막을 제작 설치해 홍보활동을 주도하고 응원도구를 배부하며 경기 당일 이벤트도 전담하고 있다.

현장 경험이 생명인 스포츠업계에서 대학생 때 필드를 누비고 다녔다는 점은 특장점이 될 수 있다. 박정환(21·스포츠경영학과) 씨는 “스포츠산업만이 가진 특징,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미리 겪는 것에 초점을 맞춘 동아리라는 점에 매력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 스포루츠 멤버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회의를 하고 있다. 대학생임에도 이들은 지도교수와 실무자 선배들의 조언 속에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준비된 인재’로 거듭난 선배들은 대한스키협회, 세마스포츠마케팅 등 스포츠산업 계로 진출해 후배들에게 강력한 모멘텀을 던져주고 있다. 네트워킹, 사회성, 붙임성이 특히나 중요하다고 알려진 스포츠산업계에서 선배들이 실무진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큰 자산이 된다.

이제 스포루츠는 어엿한 인기 동아리가 됐다. 박승현 팀장은 “평소 눈여겨 본 후배들에게 가입 권유를 한다”며 “파워포인트, 포토샵 등 컴퓨터 활용능력이 뛰어나다든지, 창의력이 빼어나다든지, 성실함이 돋보인다든지 하면 스카우트 제의를 한다”고 말했다.

◆ "창업?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래도 여전히 창업은 ‘범인’들이 도전하기 힘든 분야임에 틀림없다. ‘사업 DNA’는 타고나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많은 실패 경험을 통해 철저히 준비한 뒤 해야 하는 것이라며 젊은 나이의 창업은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박승현 팀장은 “모르고 접근하면 창업은 한없이 길이 막막한 게 사실이다”라면서도 “하나하나 뜯어보면 자금 지원 방법, 아이템 개발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할 수 있는 길이 널려있다. 창업진흥원, 중소기업청 등 지원책과 교육 프로그램이 잘 구축돼 있다”고 설명했다.

도전을 주저하는 이들을 향한 박 팀장의 메시지는 거침없이 이어진다. 박 팀장은 “창업이야말로 한살이라도 어릴 때 도전해봄직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국비지원이라 실패에 따른 부담도 너무 크게 가질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 박승현 팀장은 창업에 대해 "창업진흥원, 중소기업청 등 지원책과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며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도전해봄직한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라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다가오는 것이 실현 가능성에 대한 부분일 터. 박승현 팀장은 “지도 교수님들이 사업성에 대한 검토를 해주시고 필드에 계신 선배들도 적잖은 조언을 주신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디어를 가다듬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창업. 자꾸 부딪혀서 경험을 쌓고 연구하는 스포루츠의 젊은 열정처럼 도전한다면 결코 어렵게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취재 후기] 대학생들과 취재 약속을 잡고 나면 손꼽아 기다렸던 택배 아저씨를 만나는 것처럼 설렌다. 특히 스포루츠처럼 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치는 이들과 만나면 스포츠업에 종사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덤비던 기자의 대학생 시절을 보는 것 같아 더욱 뿌듯해진다. 스포츠도 하나의 카테고리로 인정받아 가는 시점이다. 20대 초반부터 무에서 유를 창조해보겠다고 앞만 보고 달리는 이들이 있어 한국 스포츠산업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신선한 에너지를 받았으니 기자도 다시 달려야겠다. 스포츠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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