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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뉴욕은 남자 보모 '매니'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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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뉴욕은 남자 보모 '매니' 전성시대
  • 이상은 통신원
  • 승인 2014.04.0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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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 가정 아빠 역할 톡톡히...남자아이 남성성 함양에 큰 기여

[뉴욕=스포츠Q 이상은 통신원] 봄이 다가오면서 뉴욕의 공원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는 보모들로 넘쳐난다. 특히 뉴욕은 맞벌이하는 부부(혹은 동거남녀)가 많아 보모를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요즘 새로운 보모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 새로운 경향은 가수 겸 배우 존 브랜든이 시작한 남자 보모 사업이다. 이들은 ‘매니(Manny)’라고 불리는데 ‘맨(남자)’과 ‘내니(보모)’를 합친 단어로 이젠 뉴욕에서 흔히 거론되는 키워드가 됐다.

▲ 아빠를 대신해 남자아이와 야구놀이를 즐기는 매니

존 브랜든은 직업활동 외 여가 시간에 주변 지인 가족들의 아이들을 돌보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남자 보모에 대한 장점을 절실히 느끼면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특히 요즘 같이 이혼율이 높은 현실에서 싱글맘들은 확산하고, 이들의 남아들은 아빠가 없어 남자들이 할 수 있는 놀이를 향유하기 힘들다.

그래서 매니들은 공원에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지켜보며 앉아 있는 일반 여자 보모들과 달리 축구나 야구, 달리기 등 활동적인 놀이를 아이와 함께한다. 아이는 아빠에게서 제공받아야 했던 남자다운 태도와 활동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고, 일하러 나간 엄마는 아빠를 대신한 든든한 남자가 아들을 돌봐주기에 안심한다. 1석2조의 효과다.

▲ '뉴욕 매니스' 사이트에 소개된 아이와 체스를 즐기는 매니 모습

존 브랜든의 열성 고객 중 한 어머니는 “처음에는 남자라 좀 꺼렸는데 지금은 11세의 아들 제이슨이 보모 오는 시간만 기다린다”며 “소극적이었던 아이가 적극적이고 활발해졌다”고 매니를 적극 추천한다. 그녀에 따르면 제이슨은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아빠를 둔 친구를 무척이나 부러워했는데 이제는 남자보모를 아빠처럼 여긴다고 흡족해 한다.

매니들의 심사기준은 엄격하다. 신원 조회부터 우수 대학 졸업 학력은 기본이다. 이외 요리 및 영양관련 상식, 아이들과의 교감 능력, 다양한 언어구사력 등을 꼼꼼히 따져서 선발한다. 특히 다문화 가정이 많은 뉴욕의 경우 2개국어 이상을 사용하는 가정이 많아 매니들도 기본 2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단순히 아이의 식사를 챙겨주고 옆에서 돌봐주는 정도를 벗어나 유치원이나 학교 과제를 봐주며 과외교육까지 겸하는 경우도 많다.

▲ 남자보모 사업 창시자인 존 브랜든

‘보모는 엄마 역할을 대신할 여자야 한다’는 선입견을 깬 ‘NYC 매니’ 사업은 의외의 좋은 반응을 얻어 이를 모방한 남자 보모사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고객이 폭증하자 뉴욕뿐만 아니라 다른 주에도 자격증을 취득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최근 이혼율 급등으로 인해 한부모 가정이 느는 추세다. 가정에서는 바쁜 업무와 여전한 가부장제 의식으로 인해 엄마에게 자녀교육과 관련한 모든 것을 맡겨버림으로써 아빠의 실질적 부재가 자리하고 있다.

▲ 아이의 숙제를 돌봐주는 남자보모

특히 유치원, 초중고교에서는 남성 교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여(교사)초 현상’이 심화돼 남자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역할 모델을 찾지 못하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여자아이들은 씩씩하고 유능한 ‘알파걸’로 성장하는 것과 달리 남자아이들은 점차 여성화되거나, 의지박약의 ‘초식남’이 돼가는 게 사회문제로 부상하는 중이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신선한 아이디어로 지펴진 뉴욕의 ‘매니 바람’은 위와 같은 문제를 잉태한 한국 사회의 숨통을 틔어주는 것과 아울러 청년층 실업해소에도 도움을 주는 혁신적인 시스템이자 문제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sangeh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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