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배드민턴 세계랭킹 1위 안세영(22·삼성생명)은 지난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셔틀콕의 여왕’ 방수현(52) 이후 29년 만에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땄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의 큰 역사를 세웠지만 국내에 돌아온 안세영은 의외로 잠잠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게 아니었다.
당시 아시안게임을 마친 후 안세영에게 숱한 언론사의 인터뷰, 방송 출연, 광고 등의 제의가 들어왔지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안세영은 인스타그램에 “여러분들이 아는 안세영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저 평범한 운동선수 안세영이다”라며 “메달 하나로 특별한 연예인이 된 것도 아니고 오늘 하루 잘 이겨나가며 묵묵히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수많은 선수와 같은, 선수 안세영이다”라고 했다.
그는 “저는 앞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가 있으니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려고 한다. 많은 분의 응원에 일일이 응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지금은 온전히 치료하고, 휴식을 하여 안정을 취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한 안세영의 ‘도달해야 할 목표’는 올림픽이었다.
아시안게임을 정복한 안세영은 곧바로 올림픽을 준비했다. 그만큼 집중하고 공들였다. 팬들은 “겸손의 자세를 배운다”라고 안세영을 치켜세웠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10개월, 파리 올림픽에 나선 안세영은 결국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안세영은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배드민턴 결승전에서 허빙자오(27·중국·세계 9위)를 2-0(21-13 21-16)으로 이기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이 나온 건 1996년 애틀랜타 대회의 ‘셔틀콕의 여왕’ 방수현(52) 이후 28년 만이다. 안세영은 방수현 이후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2번째 선수이다.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 단식 배드민턴에서 은메달을 딴 손승모(44) 이후 20년 만에 단식에서 나온 메달이기도 하다.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에서 8강에 그쳤던 그는 3년이 지난 현재, 세계 최고의 배드민턴 선수로 탈바꿈했다.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했지만 어려움이 없진 않았다. 아시안게임 결승 중 입은 오른 무릎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치료와 재활을 거쳐 경기에 나섰지만 한동안 정상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5월 인스타그램에 “슬개건(무릎인대) 부분 파열된 부분이 처음 진단과는 다르게 짧은 시간 내에 좋아질 수 없고 (파리) 올림픽까지 최대한 유지해서 통증에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고 썼다. 사실상 통증을 안고 경기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였다. 올림픽을 위해서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오른 무릎에 테이핑을 칭칭 감고 경기에 나섰다.
안세영은 지난 6월 싱가포르오픈 정상에 올랐고 일주일 뒤 인도네시아오픈에서 준우승하면서 무릎 통증에서도 컨디션을 완전하게 회복했다. 올림픽을 직전에 두고 출전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부풀렸다.
지난 6월 미디어데이에서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퍼즐인 올림픽 메달을 완벽하게 끼워내겠다"고 말한 안세영은 그 각오 그대로 파리에서 최정상의 위치에 올랐다.
이미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안세영은 이제 내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 여자 단식 배드민턴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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