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이대훈 키즈’ 박태준(20·경희대)이 이대훈의 꿈을 이뤘다. 한국 태권도가 막혔던 혈을 뚫었다.
세계랭킹 5위 박태준은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에서 26위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에 기권승을 거두고 애국가를 울렸다.
이번 올림픽에서 MBC 해설위원으로 나선 이대훈 대전시청 코치의 한을 대신 풀어준 쾌거다. 한국은 이전까지 이 체급에서 금메달이 없었다. 올림픽 최고 성적은 이 코치가 2012 런던 대회에서 거둔 은메달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태권도를 시작한 박태준에게 이대훈 코치는 우상이자 스승이다. 반복 훈련이 지겨워 운동선수를 이어가야 할지 기로에 섰을 때 이 코치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68㎏급에서 동메달을 딴 장면이 박태준에게 자극이 됐다.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2018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아시안게임 3연패까지 굵직한 국제 이벤트에서 금메달을 수집하는 이대훈을 바라보며 박태준은 올림픽 금메달이란 꿈을 키웠다. 이대훈이 졸업한 서울 서대문구 한성고등학교에서 진학해 이 코치로부터 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그렇게 무럭무럭 자란 박태준은 생애 첫 올림픽 출전에서 이 코치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2월 올림픽 선발전에서 세계랭킹 3위 장준(한국가스공사)을 꺾고 올림픽행 티켓을 손에 넣더니 결국 남자 58㎏급 최초 금메달로 청출어람을 이뤘다. 더불어 2008 베이징 손태진(68㎏급), 차동민(80㎏ 초과급) 이후 16년 만에 한국 남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태권도 금메달을 수확했다.
박태준과 이대훈의 스토리로 이대훈 코치가 야구 레전드 이대호의 유튜브 채널 ‘이대호 [RE:DAEHO]’에 출연해 남긴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아끼는 후배 박태준을 포함, 한국 태권도를 진심으로 애정하는 마음이 묻어 나온다.
이 코치는 “이번에 기대하는 게, 저 올림픽 나오기 전 베이징 때 4명 출전해서 모두 금메달을 땄다. 2012년부터 올림픽에 출전했는데 그때부터 남자 금메달이 하나도 없다"며 "이제 제가 나왔지 않느냐. 그래서 이번에 좀 금메달을 땄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내가 그 안 좋은 기운을 다 가지고 나와서 땄으면 좋겠다, 그런 기대감을 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훈의 간절한 바람 덕분일까. 박태준이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을 세우는데 선봉에 섰다. 한국은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올라선 2000 시드니부터 2016 리우 대회까지 매번 금메달을 수확하다 2021년 열린 지난 2020 도쿄 대회에서 노골드로 체면을 구긴 바 있다.
박태준이 산뜻한 스타트를 끊으면서 바람을 탄 한국 태권도는 메달 도전을 이어간다. 세계랭킹 12위 김유진(울산광역시체육회)이 여자 57㎏급, 4위인 서건우(한국체대)와 이다빈(서울특별시청)이 각각 남자 80㎏급, 여자 67㎏초과급에 출전한다.
파리 올림픽 태권도 경기일정은 오후 4시 이후에 시작한다. 김유진이 8일 오후 4시 33분, 서건우가 9일 오후 4시 21분, 이다빈이 10일 오후 5시 47분에 16강전을 치른다. 셋이 박태준처럼 승승장구할 경우 한국시간 새벽 4시 이후에 결승전이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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