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1312만 '서울의 봄'으로 극장가 침체를 타파한 황정민, 정해인이 '베테랑'의 후속편으로 '천만 골든벨' 재연을 노린다.
영화 '베테랑2'(감독 류승완)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제작보고회를 진행했다. 이날 현장에는 '베테랑' 시리즈 연출을 맡은 류승완 감독과 배우 황정민, 정해인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베테랑2'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 분)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 분)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 국내 개봉에 앞서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토론토 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되면서 세계 4대 영화제 중 2곳의 선택을 받았다.
2015년 개봉한 '베테랑'은 1341만명을 동원하며 액션 신드롬을 일으켰다. 류승완 감독은 9년 만에 후속작을 선보인 계기에 대해 "영화를 만들고 나서 서도철이라는 주인공과 영화 속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더라. 황 선배님과 이 인물을 두고 '더 만들자'고 약속했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다시 돌아온 '서도철' 황정민은 "류 감독님과 작업한다고 했을 때부터 행복했다. 배우가 현장에서 잘 지낼 수 있는 판을 잘 깔아주니까 좋다"며 "1편 끝나고 너무 잘 돼서 2편을 바로 했으면 좋겠는데 안 하는 거다. 그 사이에 다른 작품을 많이 하셨더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류승완 감독이 "그 사이 목사도 하셨고 쿠데타도 하셨지 않나"라고 받아쳐 웃음을 안겼다.
◆ '베테랑2' 익숙함과 새로움의 조화
이번 작품은 류승완 감독의 첫 시리즈물이다. 9년 만에 속편을 선보이면서 연출적인 고민이 많았을터. 그가 말하는 '베테랑'은 '서도철=황정민'이었다.
류승완 감독은 "9년 동안 쌓여온 이 사람의 성장과 변화를 어떻게 숙성해서 보여드릴 것인가, 어떤 진화된 재미를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영화를 소개하며 '전작과 달리 어두워졌다'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이 어두움이 무게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전작이 명확한 악의 대상을 놓고 심플하게 달려가는 영화였다면 이번 영화는 상대하는 빌런의 존재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 보다 다층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관객들이 더 다양한 측면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액션 이야기가 많이 나오다 보니 액션의 연쇄작용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굵직한 액션 장면은 네 장면 정도다. 어려운 액션 장면은 전문가들이 다 달라붙어서 촬영하기 때문에 감독이 크게 할 일이 없다. 오히려 아주 개인적인 지점들, 예를 들어 정해인 배우의 아주 사소한 연기 등에 연출적으로 신경을 섰다"고 이야기했다.
가장 애착하는 장면은 '에필로그'라고 말하며 "서도철이 모든 일을 끝내고 새벽에 자기 집에 돌아와 일상을 마무리하는 장면이 있다. 개인적으로 저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그 장면을 찍을 때 와닿더라"라고 귀띔해 기대를 높였다.
황정민은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은 1편의 서도철을 2편에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목표였다고. 그는 "관객들이 느끼는 서도철은 9년이 흘렀다고 해서 변하지 않는다. 관객들은 아마 9년의 관극을 크게 못 느끼실 거다. 개봉한지 얼마 안 된 것 같다는 분들도 많았다. 아마 명절 특선 영화로 '베테랑'을 방송해 주셔서 그런게 아닌가.(웃음)"라며 "그렇기에 2편의 서도철은 변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1편에서 입었던 의상을 그대로 착용했고 헤어스타일도 똑같이 했다"고 말했다.
서도철이 '익숙함'을 맡는다면 신입형사 '박선우' 역의 정해인은 '새로움'을 맡는다. 류승완 감독과 정해인은 외유내강이 제작한 영화 '시동'(2019)으로 인연이 있다.
류승완 감독은 "새로운 피를 넣는 것이 신선함을 주겠다 싶어서 누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정해인 배우를 떠올렸다. 방황하는 청년도 잘 어울리고, 엄마 아들 친구를 해도 어울리고, 탈영병을 잡으러 다녀도 어울리고, 크리처를 달아도 어울린다. 제안을 했더니 흔쾌히 받아줬다. 융화되고 섞이는 성격의 사람이라 전체적인 호흡도 좋았다"고 정해인의 캐스팅 비화를 전했다.
정해인은 "처음 제안 주셨을 때는 이 작품이라는 걸 몰랐다. 재미있는 작품을 하고 싶은데 한 번 만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떨리는 마음을 감독님을 뵈러 갔다. 이후 '베테랑2'를 말씀해 주셔서 너무 기뻤다. 설렜고 가슴 한편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촬영 날짜가 다가오길 고대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또 전작의 명성에 따른 부담감에 대해서는 "안 부담스러웠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연기할 때만큼은 부담감이 도움을 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을 안 하려고 하면 할수록 생각이 더 나는 법이기 때문에 역으로 이용했다. 부담감은 배우가 직면하고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 "죄짓고 살지 말라 그랬지?" 더 강해진 '액션 수사'
류승완 감독은 이번 작품의 액션을 '정형외과 액션'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1편에서 서도철이 문짝, 소화전에 찍히곤 했는데 국내외 관객들이 볼 때마다 '악' 소리를 내더라. 그러다 보니 그게 시그니쳐처럼 됐다"며 "2편에서는 훨씬 강도 높은 것을 해야겠다 싶더라. 액션을 찍을 때는 두 가지가 수반된다. 안전과 배우들의 헌신적인 노력. 영화에서 두 가지 모두가 충족됐다. 배우 모두가 헌신적으로 해 주셔서 안전하고 재미있게 만들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황정민은 "액션이 디테일해졌다"며 "겨울에 촬영을 했는데 몸이 경직되고 얼어 있었다. 엄동설한에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생채기가 나면 겨울이 훨씬 아프다. 그래서 조심스러웠던 부분도 있었다. 예고편에 나오는 '아, 힘들어'는 영화 끝자락에 나오는 장면인데 단전에서 나온 대사"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를 들은 류승완 감독은 "대본에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정해인은 "액션이 밀도가 높고 부피감이 있다. 액션을 많이 하는 편이 아녔지만 지금까지의 작품 중 가장 안전했던 현장이었다. 그래서 마음껏 펼치고 놀 수 있었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들어야 정해진 약속 안에서 놀 수 있는데 가장 체계적이고 정확했던 액션이 많았다"고 감탄했다. '베테랑2'를 위해 준비한 부분으로는 '기초 체력'을 꼽으며 "제가 가장 건강할 때 찍었던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중 '물 슬라이딩 액션'은 보기와 달리 안전했다고. 그는 "연골, 무릎을 갈아버리는 액션 같지만 정말 안전하게 찍었다. 저도 신기했다. 리허설을 하는데 이렇게도 되는구나 싶더라. 배우로서 필요한 건 용기 정도였다. 안전함에도 불구하고 겁을 내면 더 다칠 수 있으니까"라고 설명했다.
황정민은 그런 정해인을 칭찬하며 "우리가 1월에 찍었는데 추울 때 비 신을 찍으면 더 춥지 않나. 눈 신으로 바꿔달라고 할 정도였다. 해인이가 일주일 정도 고생했다. 다독거리면서 대단하다고 했다"고 치켜 세웠다.
류승완 감독이 평가한 정해인의 액션 점수는 '9.99'였다. 0.01은 액션을 할 때 동작이 너무 빠르다는 이유로 얻지 못했다. 그는 "(정해인 배우는) 몰입을 너무 한다. 그래서 현장에서 '자기야, 성격을 여유있게 해봐. 성격을 고쳐 봐'라고 했다. 보시는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게 책임감이 정말 크다. 1번부터 10번이 있으면 빨리 완성해야 하는 성격"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카메라 속도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빠른 액션을 선보여 난감했다는 감탄이 섞였다. "트라이앵글 초크라는 기술이 있는데 상대 배우가 숨이 넘어갈 뻔 해서 탭을 한 적도 있다. 그래서 '이건 영화야, 연기를 해!'라고 했다. 작품에 헌신적인 태도는 좋은데 순간 몰입도가 너무 세다"는 에피소드도 더했다.
작품은 1편의 속편답게 다양한 이야기가 엮인다. 전편과의 연결고리가 많아 정주행 후 관람하면 더 좋을 작품. 1편에 등장한 극동화물 소장 전성호 역의 정만식, 명성일보 박승환 기자 역의 신승환이 서도철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특히 1편에서 황정민이 착용한 옷이 그대로 사용됐다. 류승완 감독은 "이 옷이 황 선배님의 개인 옷이다. 그래서 한 벌밖에 없다. 1편을 촬영하던 당시에는 서도철의 다음 이야기를 무조건 찍을 거니까 집으로 안 가져가고 의상팀에 맡겼다. 그런데 9년이 흐른 거다. 2편을 찍기로 하고 창고에서 가장 먼저 사수한 것이 서도철의 옷이었다"고 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끝으로 류승완 감독은 황정민을 향한 감사함을 비쳤다. 그는 "제가 현장에서 감격스러웠던 지점은 '진심으로 아낀다는 거'였다. 현장마다 좋은 배우들이 오면 그런 분위가 생긴다. 황정민 선배님은 오늘도 셋 중에 가장 먼저 왔다. 곁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존경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요즘은 배터리가 빨리 닳아서 문젠데.(웃음) 항상 일찍 오고 대본을 끼고 있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정해인 배우도 영향을 받게 된다. 진심으로 동료 배우들을 아껴 주시니까 보기 좋았다. 감독으로서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배우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며 황정민을 향한 존경과 애정을 표현했다.
'베테랑'과 더불어 '서울의 봄' 신화를 이끌어갈 두 주연 배우는 "1편을 넘어선다"는 자신감을 강조했다. 황정민은 "기다리고 고대한 만큼 보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충분히 기대에 부응하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정해인은 "내심 저 또한 기대하는 바가 많다. 자신 있다. 감독님, 선배님과 함께 에너지 넘치는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이 에너지가 관객분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거라고 믿고 있다.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베테랑2'는 9월 13일 극장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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