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놀기 좋아하는' 유재석은 호시탐탐 새로운 놀잇거리를 찾아 나선다. 콘텐츠 확장의 흐름을 빠르게 이해하고 수용하는 그는 차례로 OTT와 웹예능 시장에 발을 들였다. OTT 예능 '더 존: 버텨야 산다'를 그 어렵다는 시즌제로 유치해 시즌3까지 선보이는 능력까지 갖췄다. 이미 레드오션이 된 유튜브 시장에서 생애 처음으로 도전한 웹예능 '핑계고'는 고삐 풀린 화려한 입담으로 인기를 끌고 단기간에 구독자 211만명을 달성했다.
'핑계고'는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구독자의 두 배가 넘는 조회수 500만회를 기록 중이다. 디즈니+ '무빙' 주역들이 출연한 회차는 1100만회를 훌쩍 넘겼다. 방탄소년단(BTS)과 공유가 출연한 회차도 1000만회 달성을 앞두고 있다. 2024년 기준 대한민국 인구 수가 5150만명이니 숫자로 환산하면 국민 5명 중 1명이 해당 영상을 시청한 셈이다. 음악예능 클립이나 뮤직비디오가 아닌 국내 웹예능이 단일 영상으로 '천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구독자의 절반 정도의 조회수만 나와도 성공이라는데 '핑계고'는 천장을 뚫고 하늘로 향해 가는 중이다.
이러한 인기 덕에 원하는 날짜에 출연하려면 대기표를 들고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지난 22일 공개된 'mini핑계고' 정재형, 이상순 편에서는 이상순이 "앨범 발매 날짜인 7월에 맞춰서 나오려고 했는데 이미 8월까지 스케줄이 모두 차 있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이상순의 신보 '완벽한 하루'는 지난달 4일에 발매됐다. 앨범 발매 50일 만에 '핑계고' 출연 기회를 얻은 것.
'핑계고'는 국민 MC로 십수 년간 일인자의 위치를 놓치지 않은 '만인의 호감 예능인' 유재석이 방송을 떠나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기획만으로 시청자의 응원을 얻었다. 여기에 유재석의 '찐친' 인맥이 누구인지 들여다볼 수 있고, TV 밖의 그가 어떻게 여가를 보내는지 엿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절친한 출연자에게 농담을 던지고 장난을 치며 6살 아이처럼 웃는 유재석의 모습은 시청자의 동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유재석은 '핑계고'의 인기를 활용해 후배들에게 기회를 제공해 왔다. 남창희에게는 '실비집'을 차려줬고 '이달의 계원' 콘텐츠를 신설해 이동휘, 이상이, 키, 세븐틴, 양세찬 등이 예능감을 뽐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실비집'과 '이달의 계원'만큼은 출연자가 오롯이 조명받을 수 있도록 자신의 역할을 최소화했다.
'핑계고'가 성공하면서 뜬뜬의 동생 채널 쑥쑥도 등장했다. 뜬뜬의 PD들이 제작하고 양세찬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쑥쑥은 회의 콘텐츠에서 시작해 양세찬의 인기 캐릭터 '모지리'를 내세운 먹방 콘텐츠를 공개하고 조회수 100만회를 넘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런 유재석이 최근 새로운 콘텐츠를 욕심내기 시작했다. 황정민 편에서 지나가듯 나온 여행 이야기를 단숨에 '노 어플 여행' 예능으로 확장했다. 제목도 황정민이 '핑계고'를 실수로 '풍향고'라고 부른 것에서 따와 '풍향고'로 설정했다. 유재석은 즉석에서 바람을 따라간다는 의미도 덧붙였다. 황정민과 양세찬이 함께 떠나고 객원으로 지석진을 출연시킬 계획까지 세웠다. 거듭 "진짜로 추진하겠다"며 의지를 굳혔다. 이에 구독자 역시 기대감을 드러냈다.
'mini핑계고' 정재형, 이상순 편에서는 촬영시간 2시간 안에 유재석을 위한 노래를 작곡하는 '송캠프'를 제안했다. 정재형은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 출연해 정형돈을 위한 '순정마초'를 작곡한 바 있다. 이상순은 '놀면 뭐하니?' 싹쓰리 편에서 '다시 여기 바닷가'를 작곡했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음악 예능 아이디어는 정재형과 이상순의 만류에도 2024년 가을로 진행 날짜를 확정했다.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고, 그대 믿는다면" 그야말로 유재석이 '무한도전'에서 이적과 함께 부른 곡 '말하는 대로'의 가사가 펼쳐지는 모습들이었다.
이러한 유재석의 남다른 추진력은 예능에 누구보다 진심이기에 가능한 결괏값이다. '더 존: 버텨야 산다' 론칭 당시 조효진 PD는 스포츠Q와의 인터뷰에서 "유재석 씨는 프로그램 전체를 꿰뚫는 통찰력과 상황을 부드럽게 풀고 장시간 달려갈 수 있는 체력을 지닌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방송이 없으면 무슨 낙으로 사나 싶을 정도로 본인이 하는 방송에 진심인 사람이다. 방송 외 시간에도 모니터를 정말 많이 한다. 모르는 이야기가 없을 정도다. '무한도전'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유재석 씨는 언제나 새로운 예능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무엇이든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재석은 항상 새로움을 추구했다. 조효진 PD와 유재석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는 "우리가 옛날에 했던 똑같은 걸 다시 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냐"였다. 버라이어티 예능 황금기를 만들어낸 주역답게 한국형 예능의 새바람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시청자의 입장에선 유재석의 '풍향고'와 '송캠프'가 기다려질 수밖에 없다. 여행 예능의 결을 가져가더라도 유재석의 여행 예능, 황정민의 여행 예능은 본 적 없을뿐더러, 베테랑 작곡가들이 오로지 유재석의 재미를 위해 2시간 만에 곡을 완성해야 한다는 미션은 기존 음악 예능과 비교해 색다른 지점이 있기 때문. '핑계고' 영상 댓글 창은 이미 '풍향고'와 '송캠프'가 보고 싶다는 시청자들로 가득하다.
'말하는 대로' 마지막 가사에는 "도전은 무한히 인생은 영원히"라는 구절이 있다. '무한도전'을 풀어낸 가사는 듣는 이에게 가슴 묵직한 울림을 준다. 유한성이 없는 무한한 유재석, 그의 도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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