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이혜린 객원기자] 최근 몇 년 새 배구 인기가 치솟으면서 프로배구단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도 대폭 늘었다. 그러나 야구단, 축구단보다 규모가 작다 보니 채용공고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스포츠산업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는 스포츠잡알리오 대학생 기자단이 배구단에 입사한 지 얼마 안된 직원을 찾아 어떻게 꿈을 이룰 수 있었는지를 상세하게 물었다. 경기도 의정부시를 연고로 하는 KB손해보험 스타즈 배구단 소속 김시연 주임이다. 인원이 적은 스포츠단이 원하는 인재상의 답을 얻을 수 있다.
KB손해보험은 1976년 금성통신으로 창단한 유서 깊은 팀이다. 프로배구 출범 후 경북 구미에 자리를 잡았다가 2017년 수도권으로 연고지를 옮겼다. 2015년에는 범LG에서 KB금융그룹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국가대표 세터 황택의와 아웃사이드 히터 나경복을 필두로 새 시즌 V리그에서 호성적을 노린다.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의정부 KB손해보험 스타즈 배구단 김시연 주임입니다."
- 배구산업에 입문한 계기는.
“스포츠를 좋아해서 체육대학에 진학한 뒤, 배구에 매력을 느껴 대학교 내내 배구 관련 대외활동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협회나 연맹, 구단에 종사하면서 배구 발전과 저변 확대에 힘써보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갖게 됐습니다."
- 현재 업무는?
“크게 티켓 판매, 유소년, SNS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 티켓 판매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시즌 시작 전 티켓 가격을 측정하고 각종 좌석과 구역을 어떻게 나눌지, 신설 구역이 필요하진 않은지 확인해요. 예를 들어 의정부체육관에는 ‘그린존’이라는 시그니처석이 있는데 보완할 점은 없는지 등을 관계자들과 다방면으로 논의해요. 동시에 멤버십을 어떻게 구성하고 몇 개를 판매할지 등도 함께 구상합니다.”
- 시즌권은 어떤지.
“기업체 시즌권이 있을 수도 있고 그 외 진행하는 단체 초청이 있어요. 개별적으로 연락이 오는 유료 단체의 경우 정해진 예산 내에 맞춰서 제공해 드릴 수 있는 걸 구성해요. 그리고 의정부주민의날, 체육회 소속 분들을 초청하는 체육인의날, '발리 보러 갈래' 등 크게 3가지의 의정부시와 관련한 초청 이벤트가 있어요. 연고지와 상생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배구단을 홍보하는 목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 시즌 멤버십은요?
“멤버십 구성부터 많이 고민해요. 크게 3~4가지 정도 안을 만들어 내부 회의를 통해 하나를 결정한 뒤 전반적인 상품을 어떻게 구성할지 논의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에 박스형으로 나가던 멤버십이 배송 단계에서 문제가 많아 우편형으로 바꾸는 등이죠.
이후 판매, 프로모션을 어떻게 할지 SNS팀과 조율하고 티켓 업체와 판매 일정도 조율합니다. KB손보 배구단 같은 경우, 멤버십 전용 카카오톡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요. 1:1로 구단 관계자와 소통하실 수 있도록 제가 직접 응대하고 있습니다. 멤버십 판매 뒤 데이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한다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 기억에 남는 멤버십 팬은?
“멤버십 팬들을 대상으로 에스코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홈·원정 에스코트를 따로 진행해요. 이 이벤트를 직접 진행하는데 그때마다 팬들에게 ‘어떻게 KB스타즈 배구단의 팬이 되셨는지’ 여쭤요. 실제로 국장님이나 책임님도 궁금해하시죠. 듣다 보면 참 감사하고 전부 사연이 특별해서 팬 에스코트를 진행했던 분들은 경기장 멀리서도 알아보게 되더라고요.
최근 기억에 남는 건 아이들 팬인데요. 경기장에 문어 인형을 쓰고 오는 아이가 있어요. 동생도 정민수 선수 팬인데 ‘민수형, 형은 내 꿈이야’를 적은 플래카드를 들고 왔더라고요. 그 친구들은 매번 경기장에 오고 이벤트에도 매번 참가해요. 또 응원가를 자장가처럼 부른다고 해서 기억에 남더라고요.
마지막으로 항상 직접 플래카드를 작성해 오셔서 전광판에 잡히는 팬이 계세요. 선수명만 적는 게 아니라 선수 수식어도 직접 만드는 게 너무 인상 깊었어요. 경기장 오면 그분이 제일 열심히 응원하는데 처음 입사했을 때 가장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 유소년 업무는?
“의정부에서 12기째 유소년 배구클럽을 진행하고 있어요. 기수 시작 전 몇 주차부터 몇 명을, 몇 개 반으로 나눌지 등 전체적인 운영을 기획합니다. 이후 커리큘럼을 감독, 코치진들과 협의하는데 아이들이 재밌게 배구를 즐겼으면 하는 클럽은 재미 위주로 짜요.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친구들은 대회에 출전하기에 좀 더 실력 향상 위주의 프로그램을 짜도록 돕고 있어요. 한국배구연맹(KOVO)이 진행하는 홍천 배구대회나 구단 클럽 배구대회 등 각종 대회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전반적인 준비, 운영, 기획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 비시즌과 시즌 하루 일과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시즌은 크게 경기가 있는 날과 없는 날로 나뉩니다. 경기가 있는 날은 전날과 당일 의정부체육관으로 이동해 경기를 준비해요. 경기가 없는 다음날에 멤버십 분들 별 적립(KB손해보험 스타즈 배구단 홈경기 티켓 구매액에 따른 1만원당 1개씩 적립해 주는 이벤트) 데이터를 정리하고 다음 홈경기를 준비합니다. SNS도 담당하다 보니 촬영본 컨펌을 진행하고 경기 관련 영상이 업로드될 수 있도록 조율합니다. 시즌 같은 경우 예상치 못했던 업무들과 즉흥적으로 처리해야 되는 업무들이 많아 업무의 유연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시즌의 경우 크게 시즌 직후와 차기 시즌 전으로 나뉩니다. 시즌 직후에는 한 시즌 동안 어떻게 진행했는지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 많아요. 한 시즌을 되돌아보면서 피드백을 주고받고 다음 시즌 보완할 점이 무엇인지 등을 중점적으로 진행해요. 시즌 전에는 각자 맡은 업무에 따라 다른데 저 같은 경우 티켓 관련 업무, 멤버십 구성 등 전반적인 시즌 준비를 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연패 기간이 가장 힘들었죠. 입사 2년 차 때 무거운 분위기를 겪었어요. 무언가 돌파구를 찾고 싶어 선수단도 많이 노력했는데 막상 경기력으로 이어지지 않더라고요. 티켓을 판매하다 보니 무기력하게 지거나 경기력이 안 좋았을 때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 기간에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지만, 그런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헤쳐 나가는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정확히는 그 상황이 너무 힘들다가 아니라 이걸 해본 적이 없다 보니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 게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 외는 좋아서 선택한 일이기에 크게 힘들었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
- 반대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담당하는 업무에 따라서 말씀드릴게요. 티켓 같은 경우, 단체 관람을 한번 오셨던 곳에서 재방문하실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다시 연락하셔서 ‘저희 이번에도 가고 싶은데요, 이번에는 더 많이 가고 싶다, 더 다양하게 즐기고 싶다’, ‘너무 즐거웠다, 좋았다, 아이들이 좋아했다’ 등 이런 말을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멤버십의 경우 저희 멤버십 팬들이 다정다감하세요. 정이 많으셔서 ‘멤버십 하길 잘한 거 같아요, 멤버십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오는 게 더 크네요’ 등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들을 때 가장 보람 있습니다.
유소년은 경우가 다릅니다. 하나는 클럽이다 보니까 초등학교 6학년이 지나면 더 이상 할 수 없어서 중학교로 진학한 친구들을 경기장에서만 만날 수 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경기장에 친구를 데리고 오는 등 점점 주변인한테 영향을 주고 또 이 친구들이 생활체육으로 배구를 즐긴다고 말할 때 참 기특하더라고요. 그리고 매 기수 끝날 때 아무도 안 다치고 무사히 종강할 때, 수강하는 학생들이 줄지 않고 매번 다시 찾아 주시는 분들이 있을 때 ‘운영을 잘하고 있구나’ 느낍니다.”
- KB손해보험 배구단 규모는?
“KB손해보험 브랜드전략 파트 안에 배구단이 있습니다. 인원은 국장급 1명, 책임급 1명, 주임급 2명, 총 4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원이 적기에 명확하게 부서를 구분하지는 않습니다." (5월 28일 기준)
- 채용은 자주 있는지.
“제 기준으로 봤을 때 자주 있진 않습니다. 특히, 배구단은 제가 채용됐던 공고 이후 최근에 우리카드 우리WON 공고가 끝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5월 28일 기준)
- 채용 과정은.
“저 같은 경우 1차 서류, 2차 면접 이후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경쟁률은 잘 모르겠지만, 3~4명 정도 면접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면접관은 5분이었고 한 명씩 5:1로 진행됐습니다. 주로 국장님께서 질문을 많이 주셨고 후인정 전 감독님도 자리했습니다. 압박 면접의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 취업 준비 과정은?
“KB손보 배구단에 오기 전, 대한배구협회(KVA)에서 13개월 정도 인턴으로 근무했어요. 인턴직이라 항상 준비하던 중 KB 배구단의 유소년 담당 채용 공고를 봤습니다. 대학생 때 KB스타즈 유소년 배구클럽 보조 강사로 아르바이트했던 경력이 있어 주저 없이 지원했습니다.”
- 전공이 중요한가요?
“중요하다기보다 업무를 이해하기 더 편하지 않을까, 업무 진행에 있어 더 편리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스포츠 전공이 아니더라도 종사하시는 분들이 많은 걸 보면 애매한 거 같습니다. 스포츠 전공이 유리하기보다는 ‘이해가 낫다, 적응하는데 다른 사람에 비해서 드는 시간이 좀 적다’ 정도로 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대외활동이 필요한가요?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주변에 활동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무조건 하라고 얘기합니다. 대외활동과 현장 직무는 다를 수 있지만, 간접 경험이 크다고 생각하기에 최소 2개 정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대외활동하면서 단체, 사회생활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고 그 안에서 배워가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해서 무조건 추천합니다.”
- 그렇다면 어떤 대외활동을 했는지.
“아마추어 대학배구연맹(ALUV) 4·5기를 했습니다. 대외활동을 하나 더 준비하려던 찰나 KB손해보험 유소년 배구클럽 보조강사 제의가 들어왔어요. 대외활동보다 더 현장을 경험할 수 있다고 판단해 보조강사 업무를 아르바이트로 진행했습니다.”
- 유소년 배구클럽 보조강사 경험이 취업에 도움이 됐는지.
“키즈 배구 교실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구단과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는데 구단에서도 ‘키즈 배구 교실을 운영하면 좋겠다’라는 니즈가 서로 맞아서 키즈 배구교실 1기를 기획 및 진행했습니다. 이 경험이 이후 취업에 있어 도움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 근무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능동적인 태도와 배우려는 태도, 적극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능동적인 태도는 구단 업무상 인원이 적기에 중요해요. 누군가 시켜서 하는 수동적인 태도보다 먼저 찾아서, 일을 할 때 담당이 아니더라도 도울 수 있는 점이 없는지 체크하면 고맙더라고요.
그리고 처음 하다 보면 당연히 능숙하지 않고 어려운 점이 있는데, 배우려는 태도와 적극성만 보인다면 얼마든지 가르쳐줄 수 있고 얼마든지 가르쳐 주시더라고요. 겸손하게 능동적으로 업무하다 보면 예쁨 받고 좋은 성과를 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팬은 입사 시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보는지.
“배구에 대한 이해도가 다르고 팬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강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팬이기에 항상 콘텐츠나 티켓, 멤버십을 구성할 때 ‘내가 팬이라면 이걸 살까? 볼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렇기에 입사해서 현직에 종사할 때 팬인 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직업 만족도는?
“100이 최고치라면 100이에요. 왜냐하면 배구산업에 종사하고 싶었고 목표했던 구단에서 일하면서 선수단과 같이 호흡하고 잘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움을 주는 면이 만족도가 크기 때문입니다. 힘들 때 이 일을 얼마나 하고 싶었는지 되돌아보면서 ‘내가 안일했구나, 배부른 소리를 했구나’ 생각해요. 그리고 이 일을 하기 위해 대학교 4학년 내내 얼마나 많이 노력했는지 떠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만족도가 100% 되는 거 같아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 팀의 우승 현장에 같이 있는 것입니다. 우승하는 데 있어 선수들이 큰 힘을 낼 수 있도록 행정적으로 도움을 주고 그 옆에서 함께 한 팀이라는 기분을 느끼면서 우승의 현장을 만끽해 보고 싶습니다.”
- 취업준비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뭘 더 준비하세요, 이렇게 하세요’는 다른 분들도 많이 할 것 같아요. 대학에 좀 늦게 들어갔고 고난과 역경을 조금 겪어본 사람으로서 해주고 싶은 말은 ‘자책을 안 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충분히 빛날 수 있는 사람이고 빛나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른 거니 그냥 꾸준히 자기가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계속 나아가기만 하면 될 거 같아요. 멈춰도 되는데 포기만 안 했으면 좋겠어요.
‘대행사’라는 드라마에서 ‘길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물어보는 장면이 있어요. ‘길을 만들어야죠’라고 답변했는데 물어본 사람이 ‘아니다. 그냥 걸어가면 그게 길이 되는 거다’라고 한 장면이 너무 인상 깊게 남아있어요. 같은 생각입니다. 그냥 묵묵히 가다 뒤돌아보면 그게 길이 되어있을 수 있고, 누군가는 그 길을 따라가고 싶어 할 수 있으니, 본인이 너무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충분히 빛나는 사람이니까. 그 말을 해주고 싶어요."
*감수, 편집국 통합뉴스룸 팀장 민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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