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올 시즌에 (우승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올해 3월 프로야구 미디어데이에서 이범호(43) 프로야구 KIA(기아) 타이거즈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앞에 두 감독이 차례대로 각각 3년과 2년 안에 우승하겠다고 하자 분위기에 떠밀린 듯 “올 시즌”이라고 외쳤다. 하지만 허튼소리가 아니었다. 초보라는 꼬리표를 붙인 채 팀을 지휘한 그는 쟁쟁한 선배 사령탑들을 제치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KIA는 17일 SSG 랜더스에 0-2로 졌으나 2위 삼성 라이온즈가 두산 베어스에 패한 덕분에 매직넘버 1을 지우고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2017년 이래 7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이범호 감독은 2005년 선동열(삼성 라이온즈) 전 감독과 2011년 류중일 삼성 전 감독에 이어 3번째로 취임 첫해 정규리그 우승을 해낸 감독이 됐다. 선동열(42세 8개월 12일) 감독에 이어 역대 2번째로 정규리그 우승 감독으로도 됐다.
이범호 감독은 17일 정규리그 우승 뒤 "초보 사령탑이라는 것은 누구나 한번 겪어야 하는 자리고, 그 감독이 그 시절 어떻게 했는지는 다 기록으로 남는다"며 "절대 제가 초보라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경기에서 이길 수 있을지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범호 감독은 초보였지만 초보답지 않았다. 시즌 초반이던 4월 9일 1위에 오른 후 잠깐 2위에 내려갔을 뿐 시즌 내내 1위를 달렸기 때문이다. KBO리그 최초 1980년대(1981년)생 사령탑인 이범호 감독의 소통 리더십과 3할(0.301·18일 기준)이 넘는 강타선이 KIA를 강팀으로 만들었다.
이범호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사령탑에 올랐다. 올해 2월 호주 스프링캠프 출발 직전에 비위 혐의로 김종국 전 감독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면서다. 1군 타격코치를 맡으면서 선수들과 평소 활발하게 소통했던 이범호 감독은 사령탑 부임 이후에도 자신의 방식을 이어갔다.
지난 7월 17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이 대표적이다. 아웃카운트만 하나 더 잡으면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었던 양현종을 5회 2아웃에 마운드에서 내렸다. KIA가 9-5로 앞서고 있었지만 양현종이 흔들리자 한 박자 빠르게 조치한 것. 하지만 기분이 좋을 리 없는 양현종은 더그아웃에서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그러자 이범호 감독이 양현종에 다가가 ‘백허그’를 하며 미안함을 표시했다. 여전히 감독이라고 하면 권위가 떠오르는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감독이 선수를 끌어안는 장면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평상시 감독과 선수의 끈끈한 유대가 없었다면 나오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마운드에서는 기복이 있었지만 타선은 막강했다. 팀 타율(0.301)과 팀 안타(1472개), 팀 득점(818점), 팀 타점(778점), 팀 OPS(출루율+장타율·0.832), 팀 득점권 타율(0.308)까지 모두 1위를 달린다. 심지어 팀 대타 타율(0.360)마저 압도적인 1위다.
데뷔 3년 만에 미친 듯이 활약하는 내야수 김도영을 비롯해 1983년생으로 이범호 감독보다 불과 2살 어린 최형우의 신구조화가 강력한 빛을 내고 있다.
김도영은 전반기에 20홈런-20도루를 달성했고 지난 7월에는 데뷔 첫 사이클링 히트를 치더니 광복절에는 KBO리그 역대 9번째로 30홈런-30도루를 달성했다. 지난 8일에는 2000년 박재홍(현대 유니콘스)과 2015년 에릭 테임즈(NC 다이노스)에 이어 역대 3번째 한 시즌에 ‘타율 3할-30홈런-30도루-100타점-100득점’을 이룬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김도영은 타격 3위(타율 0.344), 홈런 2위(37개), 타점 7위(105개), 득점 1위(134개), 도루 6위(39개), 출루율 3위(0.417), 장타율 1위(0.646), 안타 4위(178개)를 기록 중이다. 올 시즌 강력한 정규리그 MVP(최우수선수) 후보다.
김도영은 "여기까지 왔는데 한국시리즈 우승을 못 하면 정규시즌 1위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시리즈에서 꼭 우승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단단히 먹겠다"고 말했다.
41살인 최형우는 올 시즌 115경기에서 타율 0.280 22홈런 108타점으로 여전히 위력적인 모습이다. KIA에는 김선빈, 이우성, 박찬호, 소크라테스 브리토까지 총 5명의 3할 타자가 있다.
한국시리즈(KS) 직행 티켓을 거머쥔 KIA는 12번째 KS 우승을 정조준한다. KIA는 전신인 해태 시절을 포함해 7전 4승제로 펼쳐진 KS에서 11전 11승의 ‘무패 신화’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KIA는 처음으로 2014년 완공된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처음으로 우승할 기회를 맞이했다. KIA는 최근 KS 우승이었던 2017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우승컵을 들었다. 당시에는 5∼7차전을 중립 구장인 잠실야구장에서 치렀다. 하지만 현재는 1~2차전과 5~7차전을 정규리그 1위 홈에서 치른다.
KIA는 앞서 1987년에만 광주(무등야구장)에서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나머지는 모두 중립 구장으로 사용된 잠실야구장이나 상대 팀 구장에서 우승의 영예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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