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프로당구 남녀 통틀어 최다승을 달성한 김가영(41·하나카드)은 승부처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비결로 이렇게 말했다.
“모든 능력치를 갖춰야 중요한 순간에 흔들리지 않는다.” 프로당구 역대 최초로 9번째 우승컵을 든 여제다운 말이었다.
김가영은 17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라운해태 LPBA 챔피언십 한가위 결승전에서 한지은(에스와이)과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4-3(10-11 11-4 11-7 6-11 6-11 11-10 9-7)으로 승리했다. 통산 9번째 우승.
김가영은 PBA의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8회)을 제치고 프로당구 최다 우승자로 우뚝 섰다.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막을 내린 2024 에스와이 바자르 하노이 오픈에 이어 2연속 우승도 성공했다.
2019~2020시즌 LPBA에 데뷔한 김가영은 첫 시즌 SK렌터카 LPBA 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21~2022시즌부터 2023~2024시즌까지 매 시즌 2승씩 거뒀다. 올 시즌에는 일찌감치 2승을 거두면서 한 시즌 개인 최다승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이번 우승으로 상금 4000만원을 추가한 김가영은 LPBA 선수 최초로 우승 상금 4억원(4억2180만원)을 돌파했다.
김가영은 우승 뒤 “연습량, 멘털, 경험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어려울 것”이라며 “나도 경험 부족으로 불과 2~3년 전 결승서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대회 내내 애버리지 1점대를 기록하다가도 결승에서는 애버리지 0.5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래서 패한 뒤 인터뷰에서 아쉬운 감정을 토로할 때도 있었다”라고도 했다.
현재의 김가영은 질긴 승부사다. 이번 대회서 16강전, 준결승전, 결승전까지 세 차례 풀세트 접전을 벌여 모두 승리로 끝냈다. 결승도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5세트까지 2-3으로 뒤진 김가영은 6세트에서 9-10으로 밀린 상황에서 2점을 올려 승부를 7세트까지 끌고 갔다. 7세트에서는 3-7로 뒤진 상황에서 한지은이 3이닝 연속 공타로 돌아선 틈을 타 2점씩 득점하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김가영은 우승 후 “얼떨떨하다. 꿈같고 몽롱하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정말 기분 좋다”고 말했다. 그는 “내겐 우승 횟수보다 실력으로 인정받고 스스로 만족할 만한 경기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라며 “포켓볼 선수 시절에도 기록에 연연하지는 않았다. 당연히 누구도 써 내려가지 못한 기록을 달성해서 기분은 정말 좋다”고 했다.
김가영은 “좇을 대상이 없어서 느슨할 때도 있다”면서도 “때로는 남자 선수를 따라잡으려고 하면서 열정을 불태운다”고 했다. 그는 “후배 선수들이 ‘김가영 선수처럼 잘하고 싶다’고 인터뷰하거나, 내게 연습 방법을 물어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모든 면에서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지난 시즌 LPBA 무대에 입성한 한지은은 14번째 대회 만에 처음 결승전에 진출했지만 우승컵까지 거머쥐진 못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예상치 못하게 결승까지 와서 기뻤다. 아쉽게 준우승으로 끝났지만 발전할 수 있는 좋은 대회였다”라고 말했다.
한 경기 최고 애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웰컴톱랭킹’(상금 200만원)은 PPQ(1차예선)라운드에서 애버리지 2.273을 기록한 하야시 나미코(일본)가 수상했다.
18일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남자 결승전에서는 강동궁(SK렌터카)이 무라트 나지 초클루(튀르키예·하나카드)를 꺾고 통산 4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개막전에 이어 올 시즌 2번째 정상. 우승 상금 1억원을 추가한 그는 누적 상금 5억원(5억9400만원)을 넘겼다.
초클루는 이번 대회 16강전에서 애버리지 3.462를 기록해, 한 경기 최고 애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웰컴톱랭킹’(상금 400만원)을 수상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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