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이제 그는 야구 역사에 홀로 서게 됐다.”

미국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20일(한국시간)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미국 메이저리그(MLB) 최초로 50(홈런)-50(도루)에 성공하자 이같이 썼다. MLB에서 유일한 기록을 세웠다는 의미다. 이 매체는 오타니를 “30세인 그는 진정한 살아있는 레전드(The 30-year-old is truly a living legend)"라고도 했다.

MLB닷컴은 “오타니는 2018년 일본에서 MLB에 건너온 이후 각종 새로운 기록을 쓰며 그와 같은 선수가 없었다는 걸 증명해 오고 있다”라고 했다. AP통신은 “지난 150년간 MLB에서 뛴 2만 3000여 명의 선수 중 50홈런과 50도루를 달성한 선수는 없었다”라고 했다. 일본 언론도 오타니의 50-50 달성 소식을 일제히 속보로 전했다.

오타니가 148년 MLB 역사를 바꿔놓았다.

오타니는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 방문 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48홈런-49도루를 기록한 오타니는 1회와 2회 각각 베이스를 훔치면서 도루를 51개까지 늘렸다. 방망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6회 1사 2루에서 조지 소리아노를 상대로 2점 홈런을 터뜨려 49홈런에 성공했다.

대기록은 머지않아 만들어졌다. 7회 2사 2,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마이애미 투수 마이크 바우만의 폭투로 2사 3루가 됐다. 오타니는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바우만의 시속 89.1마일(약 143km) 너클커브를 밀어 쳐 왼쪽 담장을 넘기는 시속 50호 홈런을 터뜨렸다. 비거리는 130m.

베이스를 힘차게 돌고 홈을 찍은 오타니는 동료들과 차례로 포옹한 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을 뜨겁게 안았다.

놀랍게도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오타니는 9회 2사 1, 2루 6번째 타석에 들어서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시즌 51호 홈런까지 터뜨렸다. 오타니가 50-50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날, 6타수 6안타(3홈런) 10타점 4득점이라는 또 다른 대기록을 동시에 썼다. 오타니는 다저스 역대 2번째로 한 경기에서 멀티 홈런과 멀티 도루를 기록한 선수로도 이름을 남겼다. 50, 51호 홈런을 기록하면서 2001년 숀 그린의 49개 홈런을 넘어 다저스의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도 새로 썼다.

오타니의 대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0-40도 MLB에서 보기 드물다.

40-40은 1988년 호세 칸세코, 1996년 배리 본즈, 1998년 알렉스 로드리게스, 2006년 알폰소 소리아노, 2023년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그리고 오타니까지 6명만 달성한 대기록이다. 오타니가 달성한 43-43부터 이미 MLB 신기록이었다. 아쿠나 주니어는 지난 시즌 73도루를 기록했지만 홈런은 41개였다.

프로야구 KBO리그에서는 에릭 테임즈(NC 다이노스)가 2015년 기록한 게 유일하다. 올 시즌 KIA(기아) 타이거즈 김도영이 37홈런-39도루로 40-40에 도전하고 있다.

오타니는 경기를 마친 후 “솔직히 말해서 (50-50을 달성해서) 가장 놀랐을 사람은 바로 나”라며 “오늘 잘 돼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능한 빨리 달성하고 싶었다. 아주 오랫동안 소중히 간직할 일”이라고 했다.

2013년 일본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스에서 데뷔한 오타니는 2018년 LA 에인절스에서 입단하면서 MLB에 진출했다. 6년을 에인절스에서 뛰면서 이도류(투수와 타자 겸업)로 활약하면서 아메리칸리그(AL) 신인왕(2018년), AL 정규리그 MVP(2018년·2023년), AL 홈런왕(2023년)을 싹쓸었다.

2021년 46홈런, 2023년 44홈런으로 40홈런 시즌도 2번이나 있었다. 투수로는 2022년 15승 9패 평균자책점 2.33, 2023년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로 2번이나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렸다.

‘괴물’, ‘야구 천재’, ‘야구의 신’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오타니에게는 부족하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로 FA(자유계약선수) 이적했다. 프로스포츠 사상 역대 최고인 10년 7억달러(약 9240억원)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지난해 8월 팔꿈치 인대 부상을 당하고 수술을 했기 때문에 올 시즌에는 투수로 아예 나설 수 없었다. 지명타자로만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는 방망이에 전념하며 MLB의 신기원을 썼다.

올 시즌 150경기에서 타율 0.294 51홈런 51도루 120타점을 기록 중인 그는 올 시즌 강력한 내셔널리그(NL) 정규리그 MVP 후보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오타니가 50-50을 달성한 날, 다저스는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가을야구를 확정했다. 다저스는 91승 62패(승률 0.595)로 NL 서부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오타니는 MLB 진출 7년 만에 처음으로 가을야구를 맛본다. ESPN에 따르면, 오타니는 플레이오프에 한 번도 오르지 못한 채 866경기를 뛰었는데, 이는 주전급 선수 중에는 최다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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