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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은퇴선수 '세컨드 라이프', 다양한 진로 개척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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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은퇴선수 '세컨드 라이프', 다양한 진로 개척하려면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6.05 0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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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선수 및 체육인 행복나눔 활성화 방안 세미나…대한체육회 차원 다양한 지원대책 마련 절실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지난해 대한체육회 국정감사에서 은퇴선수 2942명을 대상으로 한 생활실태조사를 한 결과, 48%에 해당하는 1272명이 무직인 것으로 확인됐다.

52%가 직업을 갖고 있었지만 프로선수, 교수, 강사, 심판 등 스포츠와 관련한 업종에 종사하는 비율은 18%에 그쳤다. 나머지는 자영업과 사무직 등 경력과 무관한 분야였고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비율은 18% 뿐이었다. 나머지는 비정규직이나 자영업 등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렇듯 한국 스포츠를 세계 정상권으로 올려놓은 엘리트 선수들의 은퇴 이후 생활은 척박하다. 선수들은 일반인보다 은퇴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노년층이 되기까지 또 다른 직업을 가져야 한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이명천 단국대 석좌교수가 4일 서울 정동극장에서 열린 '은퇴선수 및 체육인 행복나눔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체육인 행복나눔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올해 본격적으로 은퇴선수에 대한 취업지원 등 체육인 복지향상을 위한 대책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은퇴선수들의 취업역량을 높이고 취업현장까지 연계하기 위한 맞춤형 직업훈련교육과 취업지원 서비스를 지난 4월부터 실시했다. 이와 함께 지원정책 수립에 반영하기 위해 은퇴선수들에 대한 생활실태를 조사하고 멘토가 구직활동을 돕는 멘토링 제도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4일 서울 정동극장에서 '체육인 행복나눔 기금 마련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와 스타 소장품 경매, 팬 사인회와 함께 '은퇴선수 및 체육인 행복나눔 활성화 방안' 세미나도 열렸다.

◆ 은퇴 후 두 번째 삶, 준비와 전략이 중요하다

활성화 방안 발제에 나선 이명천 단국대 석좌교수는 'RICE'를 주장했다. ▲ 선수 등 체육인들이 스스로 준비(Readiness)를 갖추고 있어야 하고 ▲ 국민체육진흥법령 개정 등을 통해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 등 제도 개선(Improvement)를 이뤄야 하며 ▲ 각종 국제교류 프로그램 개발을 통한 신동력 개발과 도전(Challenge) ▲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환경조성(Environment)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천 교수는 "현재 삼성이나 현대-기아차, LG 등 세계적인 한국 기업들이 국내외적으로 스포츠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며 "또 각종 스포츠 빅이벤트를 유치함으로써 선수 경기력 향상과 함께 스포츠 외교, 행정, 매니지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또 "국제연합(UN)에서 밀레니엄 개발목표를 채택한 이후 스포츠를 활용한 공공개발 원조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개발도상국 스포츠 인재 양성을 위한 스포츠 발전 지원계획인 '드림 투게더(Dream Together)'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개도국 스포츠행정가 과정, 스포츠지도자 교육과정, 선수 초청 훈련과정 등으로 나뉜다"고 소개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이명천 단국대 석좌교수가 4일 '은퇴선수 및 체육인 행복나눔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대 체육학을 전공한 임민지 씨가 한 스포츠기업 취업에 성공한 사례를 들며 체육대 출신이기 때문에 타 전공자보다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략을 짜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체육학 전공과 재능, 끼가 결합된 체육인들을 바라는 스포츠기업은 많다"며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언제까지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 목표 달성 여부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해 명확하게 방향을 잡는다면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 결국 전략이란 방향을 잡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이규혁은 "체육인들이 선수가 아닌 두 번째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며 "나 역시 (지난해) 은퇴했을 때 앞으로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했다. 은퇴 후 선수들의 스포츠 복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 학업은 인생 보험, 선수들도 현역부터 공부를 시작하라

체육인들이 선수에서 은퇴한 뒤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역시 대한체육회의 복지가 중요하다. 선수들은 오직 운동만 해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회 경험이 부족한 편이다. 이날 팬 사인회에 참석한 남자펜싱 국가대표 구본길도 "선수들의 사회 적응도가 일반인들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체육인의 삶을 계속 살아가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 길이 좁은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장덕선 한국체대 교수는 "대학체육특기생 가운데 16% 정도가 선수생활을 중도포기하는데 이들이 새로운 진로를 찾으려고 해도 대안이 없다"며 "초중고교 시절 운동부에 들어가면 학업을 등한시하는 환경 탓에 학업 능력이 수준 이하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운동 외에는 배운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미녀 펜싱선수 김지연이 4일 서울 정동극장에서 열린 '체육인 행복나눔 기금 마련행사' 사인회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지연은 은퇴 후 진로를 지도자가 아닌 학업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현재 복지후생금이나 국외유학 지원금, 보호지원금 등 다양한 지원금 제도가 있긴 하지만 이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현역시절부터 진로교육 및 학습병행을 지원함으로써 안정적인 은퇴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학업은 인생 보험인만큼 공부를 통해 '플랜 B'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국의 ACP(Athlete Career Program), 독일의 이중경력 제도, 영국과 호주의 ACE(Athlete Career Education) 등 개인별 경력과 진로 선택을 지원하고 학업을 병행하게 함으로써 은퇴 뒤 자연스러운 직업 전환이 이뤄질 수 있는 은퇴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됐다.

실제로 여자펜싱 국가대표 김지연은 "선수들이 은퇴한 뒤 구태여 지도자로 나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은퇴 뒤에는 지도자가 아닌 스포츠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학업에 신경 쓸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은퇴 선수가 무조건 지도자로 나설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은퇴선수는 체육교사나 초등체육 전담교사, 중등학교 스포츠강사 등으로 빠질 수도 있겠지만 스포츠 관련 직업은 의외로 많다"며 "이를 위해 전문 체육인 교육센터를 설립하고 체육관련 학회와 공조체제를 구축해 새로운 직업에 도전할 필요도 있다. 스포츠심리상담사나 스포츠 진로 및 인권 상담이 있을 수 있고 대학 때까지 축구선수로 활약했던 이중재 변호사의 경우처럼 학업을 통해 스포츠와 결합된 새로운 직업을 창출해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세미나에 함께 참석한 류미경 대한체육회 경영혁신부장은 "은퇴 선수들의 일자리가 더욱 확대되기 위해서는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며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된다면 엘리트와 생활 체육이 하나가 돼 진로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질 수 있다"고 통합 체육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체육인들이 4일 서울 정동극장에서 열린 '체육인 행복나눔 기금 마련행사'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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