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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코미디 마지막 파수꾼' 추대엽, 음악개그 코미디 지평넓혔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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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코미디 마지막 파수꾼' 추대엽, 음악개그 코미디 지평넓혔다 [인터뷰]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5.06.05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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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MBC는 대한민국 정통 코미디 역사를 쌓아올린 방송사 중 하나다. 하지만 2015년 현재 MBC 정통 코미디는 '죽어가고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시도하는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은 하는 족족 시청률 등 여러 문제로 간판을 내렸고 앞으로 기획 중인 프로그램도 사실상 전혀 없다. 이처럼 MBC 코미디는 암담한 상황의 연속이다. 이런 현실에서 끝까지 MBC 코미디의 파수꾼을 자처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추대엽(37)이다. 그는 비록 지금은 다른 방송사에서 '음악 개그'라는 새로운 형식의 코미디를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MBC 코미디를 다시 살리겠다는 꿈을 잃지 않고 있다.

 

[스포츠Q 글 박영웅 · 사진 노민규 기자] 최근 추대엽은 tvN '코미디빅리그'를 통해 인기를 얻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친정집 MBC를 떠나 새로운 둥지에서 '음악 개그'라는 새로운 시도로 큰 인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지난 5월 홍대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여전히 크게 웃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왜일까?
 
◆ MBC 코미디의 '마지막 파수꾼' 추대엽 "여전히 미련 있어요"

추대엽은 MBC 13기 공채개그맨이다. 그는 데뷔하던 당시부터 재미있는 외모와 뛰어난 노래 실력, 즉흥적인 입담 능력을 통해 MBC 코미디의 빛나는 유망주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다. 당연히 그는 MBC 코미디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됐고 선후배들과 함께 꾸준한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추대엽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MBC 정통코미디는 내림세를 넘어 붕괴 수준까지 치닫게 됐다.

"정말 힘들게 MBC 공채 개그맨이 됐어요. 무조건 잘될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현실은 가혹하더라고요. 13년간 MBC 정통코미디를 해오면서 프로그램만 무려 15번이 바뀌었어요. 대부분 폐지였죠."

"십수 년간 지속해서 프로그램을 유지하며 인기를 끄는 타 방송사와는 다른 분위기가 이어진 거죠. 저를 비롯해 선후배들은 실망을 넘어 낙담을 하게 되는 상황까지 이어졌어요."

 

지금은 단 한 개의 프로그램도 존재하지 않는 MBC 정통코미디. 그렇다면 왜 MBC 정통코미디가 이처럼 부진한 걸까? 추대엽은 이 질문에 대해 조심스러운 답변을 내놨다.

"여러 원인이 따랐던 것 같아요. 방송시간대의 문제도 있었고 MBC만이 가지고 있던 특수성에 따른 문제 등등…. 하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우리 MBC 개그맨들의 능력이 부족해서는 아니라는 것이에요."

"우리 모두 다른 방송사 개그맨들과 동등하거나 혹은 더 잘하는 친구들입니다. 현재 MBC 공채 출신이었다가 KBS 등으로 옮겨가 빛나는 친구들이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이렇게 힘든 상황에 놓인 'MBC 정통코미디'. 그래도 추대엽은 마지막까지 기회가 주어진다면 파수꾼을 자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뼛속 가지 MBC 개그맨이 맞았다.

"집이 싫다고 가출은 할 수 있지만, 인연은 끊을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해요. 지금은 제가 비록 다른 방송채널에서 활약 중이지만 MBC에서 여전히 정통 코미디를 한다고 하고 제가 필요하다고 하면 달려갈 준비가 돼 있어요. 제 꿈은 정말 MBC 정통 코미디를 살리는 겁니다."

"새벽 4시가 됐든, 사람이 없든, 아무리 열악한 환경이라도 기회만 준다면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재미있게 만들 자신이 있어요."

 

◆ 추대엽의 새로운 시도 음악 개그 '추태원'으로 빛을 보다

추대엽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MBC라는 보금자리를 떠났다. 지금은 케이블채널 tvN 코미디빅리그에서 활약 중이다. 그는 '불우의 명곡-추태원' 이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음악 개그를 통해 인기를 얻는데 성공했다. 부활의 김태원을 패러디한 캐릭터와 가요계 표절문제를 풍자한 개그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한 것이다.

"MBC 오디션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당시 멘토로 등장하신 김태원 선생님의 말투와 말씀하신 내용에 확 꽂혀있던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김태원 선생님과 닮은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또한 제가 꿈꾸고 있던 개그 자체가 새로운 느낌의 '음악 개그'였어요. 그래서 항상 준비 중이었죠. 김태원 선생님의 표정이나 말투 몸짓 등을 계속해 흉내를 냈고 제 음악 개그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어요."

"이런 노력이 열매를 맺었던 것 같아요. 첫 방송이 나가고 나서 시청자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죠. 특히 김태원 선생님이 출연을 해주신 방송분은 크게 이슈가 됐죠."

"지금은 저를 확실하게 알아보시는 분들이 늘기 시작했어요. 심지어 광고까지 섭외가 들어오면서 인기를 많이 누리게 된 것 같아요. 너무 행복한 일입니다. 특히 지금은 부활 콘서트에서 게스트로 계속 섭외가 되고 있어요. 김태원 선생님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어요."

 

◆ 추대엽이 말하는 '고급지향의 음악 개그'

비록 지금은 '코미디빅리그'에서 고정 코너로 볼 수는 없지만 '추태원'이라는 캐릭터의 성공은 추대엽의 음악 개그 방향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주는 계기가 됐다. 그는 앞으로도 본인이 지향하는 음악 개그의 길을 갈 생각이다.

"제가 지향하는 코미디는 '고급형 음악 개그'예요. 제가 이것을 하려는 이유는 간단해요. 제가 원래 꿈꿨던 직업이 가수였고 잘하는 장기도 노래예요. 이런 예전의 꿈과 현재 개그맨의 위치에서 웃기는 일 두 가지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것이 바로 음악 개그라는 생각 때문에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추대엽은 자신이 펼치려는 음악 개그의 차별성도 이야기했다. 그는 자신의 음악 개그가 기존에 시도됐던 다른 '음악 개그'와는 뭔가 다른 느낌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에 시도됐던 음악 개그는 많았죠. 하지만 제가 시도하는 것과는 많이 달라요. 예를 들면 음악개그로 큰 인기를 끌었던 '개그콘서트-고음불가' 같은 경우는 음악보다는 캐릭터적인 성향이 많은 코너였어요. 하지만 제 것은 음악과 캐릭터 두 개의 균형추를 맞추는 개그예요."

"음악 자체를 즐기면서 캐릭터도 즐기는 형식이죠. 이런 방식은 제가 음악을 좋아했기에 가능할 수 있던 것 같아요. 제가 그냥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가 600곡 정도인데 이런 능력이 제 음악 개그에 많이 접목돼 있는 거죠."

 

◆ 추대엽의 두 가지 목표

이처럼 자신만의 음악 개그를 통해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게 된 추대엽. 그에게는 이제 두 가지 확실한 목표가 생겼다.

"힘든 과정을 거치며 의기소침해진 삶을 살다가 조금씩 잘되려는 조짐이 느껴지면서 자연히 두 가지 목표가 생겼어요."

"첫 번째는 제가 만든 음악 개그들로 솔로 개그 공연을 펼치는 거예요. 관객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면서 웃음도 주는 그런 공연을 만들고 싶은 겁니다. 또한, 음악 개그를 통해 '복면가왕' 같은 음악프로에도 자주 출연하는 거죠."

"두 번째는 열려있는 활동을 하면서도, 여전히 침체기를 못 벗어나고 있는 MBC 정통코미디를 살려내고 싶다는 목표예요."

"제가 지난 2008년에 MBC 연예대상 우수상을 받으면서 한 말이 'MBC 개그맨들이 가진 것에 비해 너무 많이 못 누리고 있다'는 말이었어요. 반드시 우리가 가진 만큼 누릴 수 있는 터전을 만들게 하고 싶어요. 우리의 고향 MBC에서요."

[취재 후기] 추대엽은 의지의 사나이다. MBC 개그맨이 된 이후 힘들었던 13년의 시간 속에서도 꿋꿋하게 코미디의 길을 걸어왔다. 중간에 유혹도 많았고 개그를 포기할 뻔한 일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가진 개그적인 자신감과 특유의 의리로 지금 훌륭한 개그맨이 돼가고 있다. 잡초 같은 추대엽. 앞으로 더 주목해야 할 개그맨이자 방송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 추대엽은 누구?

고3 시절부터 가수를 꿈꾸면서 강변 가요제, 대학가요제에 참가했으나 번번이 실패를 맛봤다. 이후 군에 입대해 뛰어난 입담으로 군대 공연 MC를 맡게 됐다. 이것이 계기가 돼 개그맨 시험을 보게 됐다. 이 과정에서 그는 개그맨 이수근, 김병만과 개그맨 시험 수험생 동기가 되기도 했다. 결국, 지난 2002년 13기 MBC 공채개그맨이 된 그는 13년간 MBC 정통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해 활약해왔다. 현재는 MBC를 벗어나 다양한 채널에서 개그맨으로 활동 중이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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