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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자평] 김태균 감독의 쉼표 혹은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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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자평] 김태균 감독의 쉼표 혹은 마침표
  • 이희승 기자
  • 승인 2014.04.0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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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 주연의 치명적 멜로 '가시'

▲소개: 영화 ‘가시’는 신인 여배우를 발굴하는데 탁월한 감각을 지닌 김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가나 초콜릿 CF 경력이 유일한 신예 조보아가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생님을 사랑하다 파국으로 치닫는 여고생 영은으로 뽑혔다. 2001년 영화 '화산고'로 호흡을 맞춘 배우 장혁은 김 감독과 13년 만에 재회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전작에서 고등학생 역할을 맡았던 장혁은 체육교사로 신분 상승했다. 청소년관람불가. 오는 10일 개봉.

 

▲줄거리: 서울의 한 여고 체육교사 준기(장혁)는 곧 태어날 아이와 가정적인 아내를 둔 평범한 가장으로 평온한 삶을 누린다. 교내 인기 1위일 정도로 잘생긴 외모와 거친 남성미는 한창 사춘기인 여고생들의 마음을 훔친다. 어느 날 또래답지 않게 당돌한 영은(조보아)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며 준기를 흔든다. 어린 제자로만 여기다 점차 여자로 느껴지는 준기의 설렘을 사랑으로 확신한 영은은 그의 집까지 찾아오며 평온한 삶을 뒤흔든다.

▲뷰 포인트: 20대 초반의 여배우가 여고생을 연기하는 신선함은 이미 ‘은교’의 김고은이 보여줬다. 연기 경력이 전무한 조보아는 김고은과는 다른 농염한 눈빛으로 거침없는 여고생 영은 캐릭터에 녹아들어 매력을 발산한다. 여고시절 한번쯤 선생님을 짝사랑해봤던 여자라면 영은의 감정을 이해할테지만 도를 넘어선 집착은 개연성을 떨어트린다.

개봉 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조보아와 장혁에 집중됐지만 ‘가시’는 숨겨진 2명의 여인을 복선으로 등장시키며 섬짓함을 더한다. 준기의 아내 서연(선우선)이야말로 집착의 끝판왕이고, 동료 체육 교사이자 학교 후배인 여자 선생님이 사실을 오랫동안 준기를 짝사랑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서스펜스 스릴러를 표방하는 ‘가시’는 복잡하게 꼬인다.

 

선생과 제자의 에로틱한 장면을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실망이 클 것이다. 김 감독이 ‘가시’의 가장 힘든 대목으로 베드신을 꼽았을 정도로 시각적인 자극보다 배우들의 심리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시’의 섬뜩함은 이들을 견제하는 영은의 방식이다. 서연에게 과외를 부탁하며 들어와 안방을 차지하는 모습이나 준기에게 다가가는 친구, 선생님을 응징하는 모습은 사이코패스 무비에 가깝다.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위해 남편의 제자를 산부인과에 데려가는 장면이나, 갓난 아기를 훔쳐서 아파트 수조통에 던지는 살벌함은 '굳이 이 장면이 필요했을까?'싶다. 여러가지 아쉬운 점이 걸리나 조보아라는 꽤 괜찮은 신인을 발굴했다는 점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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