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0:36 (금)
'속도보다 방향', 은평구가 전하는 리틀야구의 참가치
상태바
'속도보다 방향', 은평구가 전하는 리틀야구의 참가치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6.05 17: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리틀야구 팀 탐방] 소프트볼 국가대표 코치 출신 이동호 감독 지휘, "우애만큼은 특급"

[고양=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노민규 기자] “1시간 30분 동안 즐겁게 야구했어요. 최선을 다했습니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기 마련. 서울 은평구 리틀야구단은 지는 것에 익숙한 팀이다.

2013년 12월 부임한 이동호 감독이 이끄는 서울 은평구는 2013년 2승, 지난해 8강에 든 것이 전부일 정도로 강하지 않은 팀이다. 올 시즌 열린 하드스포츠, 구리시장기, 도미노피자기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조기 탈락했다.

그러나 결코 기죽는 법이 없다. 열악한 환경을 조금씩 극복해나가는 것에 의의를 두고 한 걸음씩 뚜벅뚜벅 나아갈 뿐이다. 성적은 좀 떨어질지언정 과정을 중시하는 은평구의 철학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한 리틀야구의 모범사례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 은평구는 이기는 것보다 지는 것에 더 익숙한 팀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자주 지긴 하지만 우애만큼은 최고"라고 웃음을 잃지 않는다.

◆ 고대하던 운동장 확보, 도약은 이제부터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관산동 934번지. 네비게이션상으로는 벌판으로 나오는 이곳은 은평구 선수들이 훈련하는 운동장이다. 수업 관계로 도착하지 못한 멤버를 제외한 7명의 선수들만이 취재진을 맞이했다. 저학년부까지 50여명에 육박하는 대규모 선수단을 꾸린 강팀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동호 감독은 “최근 전단지 2만부를 찍어 돌렸다. 서너 통씩 전화 문의가 들어와 기대가 크다”면서 “시즌을 앞둔 시점에서 주축 선수 3명이 한꺼번에 빠져버렸다. 좋은 선수들이 여럿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서울 은평구는 지리적으로 고양 일산 동구, 서구, 덕양구, 서울 서대문구, 마포구, 강서구 등의 중간에 자리하고 있다. 이동호 감독은 “리틀야구에서 확고히 자리잡은 부근의 팀들로 선수들이 가는 바람에 수급에 적잖이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 은평구 리틀야구단 선수들 7명 만이 취재진을 맞았다. 사진기자의 요청에 따라 익살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는 선수들.

그래도 숨통이 트였다. 지난 3월말 운동장이 생긴 것. 이동호 감독은 “조기축구회 벽제 FC 측에서 우리의 딱한 사정을 듣고 무상으로 공간을 내주셨다”며 “더 이상 여기저기 돌아다닐 필요가 없어져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모른다”고 활짝 웃었다.

◆ 사령탑의 이색 경력, 소프트볼 국가대표 코치 

이 감독의 프로필 중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이력이 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소프트볼 국가대표 코치를 지낸 것. 많은 이들이 ‘여자야구’로 오해하는 소프트볼은 야구보다 배로 섬세한 기술을 요한다. 바운드를 크게 유도하는 배팅, 번트 수비 시 만들어내는 더블 플레이 등은 탄성을 자아낸다.

이동호 감독은 “여자 선수들을 가르쳐 본 것은 정말 값진 경험”이라며 “소프트볼 기술을 야구에 접목시킬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선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익힌 것이 지도자로서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 이동호 감독은 소프트볼 국가대표 코치를 지낸 경력이 있다. 야구보다 섬세한 기술을 요하는 여성 스포츠 소프트볼계에 몸담았던 경험은 아이들을 지도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은평구 선수들은 구력이 길지 않다. 중학생들은 방망이를 쥔지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5,6학년 선수들도 길어야 7개월 남짓이다. 이동호 감독은 “치고달리기나 번트같은 기본 작전 말고 고급 사인을 내기는 역부족”이라며 “한 경기에서 작전이 많이 나가야 2개”라고 웃어보였다.

하지만 그는 “에러를 하든, 삼진을 당하든 다 좋다. 해볼 것은 다 해보고 들어오라고 강조한다”며 “자신감을 가져서인지 방망이만큼은 많이 올라왔다. 경험이 적어 아직 따라오지 못할 뿐 조금만 다듬으면 빠른 시일 내에 세밀한 작전야구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 “재밌게 운동하는 건 우리가 최고” 

신준철, 신우현, 김민상이 은평구를 이끄는 맏형들이다. 중학교 1학년생인 이들은 “우리가 좀 자주 지긴 한다”고 깔깔 웃으면서 “그래도 운동할 때 재밌게 하는 것만큼은 전국을 통틀어 우리가 최고일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친구들로부터 ‘깜상’이라고 불린다는 신준철은 “언젠가 한번은 우리도 이길 수 있지 않겠느냐”며 “사람이 적으니까 운동하기에는 오히려 더 좋다. 서로들 장난도 치고 많이 웃는다. 정말 즐겁고 편하게 야구한다”고 팀 자랑을 늘어놓았다.

▲ 왼쪽부터 신우현, 신준철, 김민상. 셋은 은평구를 이끄는 중학생들이다.

덩치가 좋아 ‘뉴뚱’이란 별명을 가진 신우현은 “은평구는 형, 동생들이 각별히 친하다. 인원도 작년보다 많이 들어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팀”이라면서 “이제는 운동장이 생겨서 외야 펑고를 원 없이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인상을 자주 찌푸려 ‘오만상’으로 불리는 김민상은 “감독님, 코치님이 세세하고 자세하게 지도해주셔서 정말 좋다”면서 “선수들이 너무 많으면 실전에 나갈 기회가 없는데 나는 많은 경험을 쌓고 있다. 꼭 한번 우승을 해보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다.

신준철은 SK 김광현처럼, 신우현은 LG 이병규(9번)처럼 되고 싶단다. 김민상은 한신 오승환을 존경한다. 셋은 “비록 은평구가 강한 팀은 아니지만 열심히 운동해서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은평구 리틀야구단. 수업으로 빠진 선수들을 제외한 9인이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서울 은평구 리틀야구단 

△ 감독 = 이동호
△ 코치 = 정성옥
△ 선수 = 이정근 김민서 김준서 김민상 신우현 신준철(이상 중학 1년) 주성준 천광훈(이상 초등 6년) 이정욱 김민성 이정민(이상 5년) 주민찬(4년) 김형진(이상 3년)

sportsfactory@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