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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심리도 알고 싶어" 스포츠 연예 스타들 '표정지도' 따라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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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심리도 알고 싶어" 스포츠 연예 스타들 '표정지도' 따라잡기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4.03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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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지도까지 만들며 스타들의 감정·생각 하나하나까지 잡아내

[300자 Tip!] 최근 한 대학에서는 얼굴 근육의 움직임에 따라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21가지 표정 지도를 만들어 화제가 됐다. 이와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 및 연예 스타들의 표정을 따라잡는 표정 지도 만들기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다양한 표정을 지닌 김연아, 박유천 외에도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홍명보 감독까지 있다. 팬들은 왜 스타들의 표정 지도를 만드는 것일까.

▲ 김연아가 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국내에서 가진 팬 사인회에서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스포츠Q 박상현·이희승 기자] "스타의 심리와 감정 하나하나를 모두 알고 싶어."

팬들은 스타들이 무엇을 먹고 다니는지, 무엇을 입고 다니는지 등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한다. 스포츠 선수와 연예인들이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지금 심리 상태는 무엇인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감정과 심리를 알기 위해서는 얼굴의 표정을 보면 된다. 좌우에 각각 22개씩 있는 얼굴 근육의 미묘한 변화로 각기 다른 표정을 만들어내며 감정을 표출한다. 물론 감정이 처음부터 아예 없거나 애써 숨기려고 할 때는 무표정한 모습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표정이라는 것은 일종의 본능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표출된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스타들의 표정 지도다. 팬들은 스타들의 다양한 표정 사진을 모아놓은 표정 지도를 통해 감정과 심리 상태를 따라잡으려고 한다. 재미 삼아서 만드는 표정 지도이지만 스타들의 얼굴 하나하나까지 살피는 세심한 관찰력과 관심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 인간의 21가지 표정지도.

◆ 다양한 상황 연구로 만들어진 21가지 표정 지도

최근 미국 오하이오대 앨레익 마르티네스 교수 연구팀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를 통해 얼굴 근육 움직임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남성 100명과 여성 130명 등 230명을 대상으로 '역겨운 냄새를 맡았을 때', '예상하지 못한 좋은 소식을 들었을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사람이 짓는 얼굴 표정을 관찰한 결과가 실려있다.

마르티네스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그동안 행복과 슬픔, 놀람, 두려움, 분노, 혐오 등 6가지로 단순화되어 있던 사람의 감정을 기존 6가지 외에도 '행복한 놀람', '슬픈 두려움', '슬픈 분노', '슬픈 놀라움', '두려운 분노' 등 결합시킨 감정까지 포함해 21가지로 세분화했다. 이를 통해 컴퓨터가 사람의 감정을 진단해 자폐증이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정신 질환을 치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기술과 예술 연기까지 펼치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라는 특성 때문에 김연아는 풍부한 감정을 통한 다양한 표정을 짓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팬들이 만든 김연아의 표정 지도에는 각양각색의 표정이 담겨 있다.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 팬들이 만드는 표정 지도는?

보고서가 나오자 팬들은 앞다퉈 자신들이 좋아하는 팬들의 다양한 표정을 담은 표정 지도를 만들고 있다. 물론 전문적인 것은 아니지만 스타들에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관찰해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김연아는 다양한 표정의 향연이다. 허탈과 환희, 부끄러움, 새침, 황당, 억울, 분노, 아름다움, 반가움 등 제각기 다른 표정을 짓는 김연아의 모습은 풍부한 감정의 소유자임을 느끼게 한다.

실제로 김연아는 빙판 위에서 뛰어난 기술 외에도 예술 연기까지 보이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이기 때문에 풍부한 감정과 이를 통해 나오는 다양한 표정을 짓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풍부한 감정과 다양한 표정은 김연아의 예술적인 감각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박유천 표정 100가지 모음'에는 2012년 SBS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에 출연했을 당시의 박유천의 모습이 담겨 있다. 빨간 트레이닝복과 곤룡포를 입은 그는 '맘에 안들어', '놀람', '버럭'을 비롯 드라마 속에서 화제가 된 소주와 생크림 안주를 먹는 장면과 함께 '달콤'이라는 표정으로 폭소를 자아낸다.

▲ 박유천의 100가지 얼굴 표정이 담긴 표정 지도. 다양한 표정을 짓는 박유천의 모습에서 풍부한 연기력과 감정을 느끼게 한다. 영화 관계자도 박유천의 연기력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이후에도 표정 지도가 나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반면 홍명보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의 표정 지도는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자아낸다.

평소 무표정하기로 유명한 홍 감독의 모습은 기쁘거나 슬프거나 고통스럽거나 황당하거나 모두 같은 표정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에 올랐을 때의 표정만 홍 감독의 미소가 유난히 밝아보인다. 평소 표정의 변화가 없는 모습만 보다가 월드컵 4강에 올랐을 때의 파안대소가 그만큼 의외였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좋아하는 스타의 표정지도는 일시적인 팬심에서는 나올 수 없다. 오랜 기간 좋아해 온 노력의 결과물"이라며 "1990년대 초반 책갈피와 사진을 사 모았던 30대 이상과 쉽게 변화하는 10대들의 팬덤이 결합한 현상으로 오프라인 팬클럽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진 팬클럽 문화에서는 익숙한 풍경"이라고 말했다.

◆ 표정 지도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연예인들의 다양한 연기 표정은 바로 연기력과 직결된다. 만약 표정 지도에 다양한 모습이 들어있다면 그만큼 연기력이 좋다는 뜻이지만 그 반대라면 표정 연기가 부족하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한 영화 제작자는 박유천의 표정 지도에 대해 "단순히 연기와 가수를 넘나들어서 나올 수 있는 게시물이 아니다. 박유천은 무대 표정과 연기자 표정이 확연히 다르다"며 "방영중인 '쓰리데이즈'를 비롯해 그의 출연작들만 묶어 놓은 표정 지도도 분명 나올 것이다. 이런 지도는 영화 캐스팅에도 주요 고려사항"이라고 말했다. 박유천의 연기력이 이미 대중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스포츠 감독이나 선수들은 개인차가 있다.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고 격한 행동을 취하는 감독과 선수도 있지만 홍명보 감독이나 오승환(한신 타이거즈)처럼 평소에 표정을 짓지 않는 등 개인차가 존재한다.

▲ 홍명보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의 표정 지도. 홍 감독의 경우 월드컵 4강을 제외하고는 모두 똑같은 무표정 얼굴이다.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허정훈 중앙대 스포츠과학부(스포츠심리학) 교수는 "표정을 드러내고 드러내지 않고는 개인 성격차라고 할 수 있지만 무표정한 감독이나 선수의 경우는 오랫동안 경쟁하는 스포츠 문화에서 굳어진 습관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경기 중에 표정을 읽히지 않아야 하고 긴장을 풀지 않기 위해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스포츠심리학 전공) 교수는 "표정이 거의 없다는 것은 감정의 기복이 거의 없거나 감정이 없게 하는 노력의 결과로 보여진다"며 "표정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표정을 컨트롤함으로써 감정을 조절하기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취재후기] 김연아와 박유천, 홍명보 감독의 공통점은 바로 팬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표정 지도는 팬덤의 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21가지 표정 지도에 대한 네티즌들이 만들어내는 패러디물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런만큼 스타들의 표정 지도는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자신들의 표정까지 관찰당하는 스포츠, 연예 스타들은 피곤하지 않을까.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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