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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투수에 끝내기 안타까지, 다재다능한 김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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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투수에 끝내기 안타까지, 다재다능한 김재박
  • 박용진 편집위원
  • 승인 2014.04.03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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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2개 던지고 승리투수, 연장 끝내기 안타까지

[스포츠Q 박용진 편집위원]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MBC청룡 유격수 김재박은 단 2구만에 승리투수 요건을 얻은 뒤 끝내기 안타까지 쳐내는 진기록을 세웠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선수 자원이 많이 없었고 투수 분업화 인식도 정착되지 않아서 이런 기록이 나왔지만 '승리투수의 승리타점'은 진기록임에는 틀림없다. 

1985년 7월 27일. 엉뚱한 행동을 잘하는 ‘빨간 장갑의 마술사’ 김동엽 MBC 청룡 감독은 삼성전에서 1-1로 맞선 연장 10회초 1사 만루 위기를 맞자 유격수 김재박을 마운드로 올렸다.

▲ 프로야구 초창기 때는 선수자원과 투수 분업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다재다능한 선수들이 투수로 나서기도 했다. 김재박은 그 중 하나였다.

마땅한 투수 자원이 바닥난 상황에서 김재박의 어깨를 믿은 것이다. 믿음에 화답하듯 김재박은 2구만에 이해창을 3루수 직선타로, 이어 3루주자 함학수도 아웃시키며 불을 껐다.  

마운드에서 위기를 넘긴 김재박은 타석에서도 활약했다. 이어진 10회말 1사 만루. 김재박은 상대투수 김시진으로부터 중견수 키를 넘기는 끝내기 라인드라이브 안타(10회말이라서 끝내기 안타로 기록, 연장전이 아니었으면 3루타가 되었을 상황)를 뽑아내며 승리타점까지 기록하게 된다. 필자는 그 당시 MBC 청룡 수비코치로 현장에 있었는데 무척 통쾌했다.

프로야구 33년사에 단 3명뿐인 '승리투수의 승리타점' 기록의 마지막 주인공이 된 것이다. 김재박 이전에는 김성한(해태)이 1982년 5월 삼성과 MBC를 상대로 2차례 달성했고, '철완' 최동원(롯데)도 1984년 MBC청룡을 상대로 이 기록을 달성한 적이 있다.

야구는 이 맛에 미치고 열광 하나 보다.

김재박은 당시 주장이었다. 선수였지만 코칭스태프 미팅에 참여 시킬 정도로 중량감 있는 선수였다. 자기표현을 거의 하지 않는 과묵한 성격이었는데도 선수들에게 한마디 하면 누구도 거역하지 못할 만큼 위엄이 있었다.

▲ 김재박은 여우라는 별명답게 빠른 상황 판단과 두뇌 회전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감독이 된 이후로는 적절하게 멘트를 구사했지만 그때는 답답할 정도로 말을 하지 않았다. 감독이란 자리는 기자들의 등살(?)에 말을 안 할 수 없어서 그렇게 변한 것 같다.

김재박은 야구를 예술로 승화시킨 선수다. ‘여시(여우)’라는 별명답게 모든 부문에서 상황 판단과 두뇌 회전이 빨라 경기를 재치있게 이끌어 나갔다. 아마추어 시절 7관왕의 포스에 비해 프로 무대에서는 꽃을 피우지 못했지만, 당시 서울 관중들은 모두 김재박에 빠질 만큼 그의 플레이에 열광했다.

600이 넘는 당구 실력처럼 플레이 하나하나가 예술이었다. 수비도 예술(손의 기예), 주루도 예술(발과 머리의 합작품), 센스도 예술이었다. 방망이를 투수 쪽으로 향해 살짝 세우고 약간 웅크린 자세로 타격에 임했다. 기예의 과학인 그 타격자세에서 머리를 써 휘두르는 부드러운 레벨스윙은 어느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당시 많은 야구선수들의 교과서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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