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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기성용' 조소현, '여자 펠레' 마르타 봉쇄에 월드컵 명운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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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기성용' 조소현, '여자 펠레' 마르타 봉쇄에 월드컵 명운 걸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6.09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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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월드컵 브라질전, 공수 조율하는 중앙 미드필더 책임 막중…마르타 중심 공격진 봉쇄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브라질에 '여자 펠레'가 있다면 한국에는 '여자 기성용'이 있다. 아무리 여자축구 강국 브라질이라고 하지만 12년만에 여자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역시 두려움없이 맞서겠다는 각오로 가득차 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10일 오전 8시(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브라질과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E조리그 첫 결전을 갖는다.

브라질은 FIFA 여자축구 랭킹 7위의 강팀. 한국은 FIFA 18위이기 때문에 전력차는 확실히 크다. 역대 세 차례 A매치에서 1승 2패로 뒤진다.

그러나 2003년 이후 12년 만에 본선에 오른 한국 여자축구도 두려움이 없다. 이미 지난달 31일 미국과 최종 평가전에서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자랑하며 자신감을 얻고 몬트리올에 입성했다. 브라질의 화려한 파상 공세를 수비로 막아내고 역습을 펼친다면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 중심에는 조소현(27·인천 현대제철)이 있다.

▲ 조소현 등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9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훈련에서 마지막 담금질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어느덧 서른 바라보는 살아있는 전설 마르타, 20대 패기로 묶는다

브라질의 특급 스타는 단연 마르타(29·로센고르드)다. A매치 91경기에서 79골을 넣는 특급 골잡이여서 '여자 펠레'라고 불릴 정도다.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FIFA 올해의 선수상에서 3위 안에 계속 들었을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2006년부터 5회 연속 올해의 선수상을 받기도 했다.

2003년 미국 월드컵 당시 17세 신성이었던 마르타는 어느덧 서른줄을 바라보는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역대 월드컵에서 비르기트 프린츠(독일)와 함께 14골로 통산골 공동 1위에 있는 마르타는 한 골만 더하면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마르타에 대한 기량 평가는 엇갈린다. 지난해 FIFA 올해의 선수상 3위에 오른 것만 보더라도 그의 기량은 죽지 않았다. 전 국가대표 차연희(29·이천 대교)는 "마르타가 나이가 들었지만 오히려 기량은 더 발전한 것 같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나이는 속일 수 없다는 평가도 있다.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겠느냐는 주위 시각이 그것이다. 물론 마르타는 9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회는 내 축구 인생의 또 다른 챕터일 뿐"이라며 "나이는 많지만 늙지는 않았다"고 일축했지만 끈질긴 밀집 수비라면 봉쇄 가능성은 충분하다.

▲ 브라질의 특급 스타 마르타가 9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훈련에서 전력 질주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바로 수비를 이끄는 리더가 조소현이다. 조소현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캡틴 기성용(26·스완지 시티)과 상당히 닮았다. 조소현 역시 기성용처럼 주장 역할을 맡고 있는데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원을 지키고 공수를 조율한다는 점까지 같다.

이미 지난 4월 러시아와 평가전에서도 투지 넘치고 솔선수범하는 플레이로 눈길을 모았다. 또 수비수, 미드필더와 끊임없이 대화하며 조직력을 단단히 다지는 리더십도 보여줬다. 중원을 지배하면서 전방으로 패스를 전달하는 패스마스터의 모습까지 기성용과 판박이었다.

결국 마르타를 중심으로 한 브라질의 공격진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조소현이 지키는 미드필드부터 막아서야만 한다. 미드필드가 뚫리게 되면 중앙 수비의 부담은 배 이상으로 다가온다. 조소현의 일차 저지선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 조소현 "마르타? 골은 물론 어시스트도 못하게 하겠다" 각오

오스바우드 바당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마르타는 네이마르(22·바르셀로나)와 같은 존재"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만큼 마르타가 브라질에서 차지하는 존재 가치를 느끼게 한다. 이를 바꿔서 말하면 마르타가 봉쇄되면 브라질의 공격력이 뚝 떨어진다는 얘기로 풀이할 수도 있다.

조소현은 자신의 첫 번째 역할을 '마르타 봉쇄'로 들었다. 조소현은 기자회견에서 "마르타가 12년 전 월드컵에서 한국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는 등 좋은 기억이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은 똑같이 당하지 않겠다. 쉽게 골이나 어시스트를 올리지 못하게 내가 잘 막아야 한다. 미드필더로서 내가 맡은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윤덕여 감독(왼쪽)과 주장 조소현이 9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또 조소현은 "그동안 열심히 훈련했기 때문에 준비는 잘 되어 있다"며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노력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도 함께 전했다. 조소현은 "미국전을 통해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브라질전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골이다. 골이 나오느냐에 따라 승패가 가려질 것 같다"고 말했다. 마르타를 막으며 수비를 하겠지만 공격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윤덕여 감독 역시 "조소현은 주장으로서 충분한 능력을 발휘해줄 것"이라며 "공격라인은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에게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 언제든지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선수다. 다른 선수들도 기대되지만 조소현과 지소연에게 특히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전은 우리 선수들이 큰 자신감을 갖게 된 경기였다. 강한 전력의 미국을 맞아 수비수들이 얼마나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며 "우리가 그동안 집중 훈련해왔던 수비 조직력을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전을 통해 검증된 수비 조직력이 브라질전에서도 발휘된다면 의외의 대어를 낚을 수도 있다. 미국전에서 그랬던 것처럼 브라질을 상대로 무실점으로 막아낸다면 최소 무승부를 거둘 수도 있다. 무승부만으로도 큰 수확이고 코스타리카, 스페인으로 이어지는 2연전에서도 더욱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첫 단추를 잘 꿴다면 16강 목표는 그만큼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그 중심에 캡틴 조소현이 있다.

▲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주장 조소현이 9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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