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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기보배 꿈꾸는 꼬마궁사들, '같이 해요, 즐거운 양궁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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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기보배 꿈꾸는 꼬마궁사들, '같이 해요, 즐거운 양궁 놀이'
  • 강두원 기자
  • 승인 2014.04.04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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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팀 탐방] '양궁 명문' 안양서초 양궁부, '강요는 No, 즐기는 환경 만들어줘야'

[300자 Tip!] 2012 런던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에서 손에 땀을 쥐는 접전 끝에 금메달을 거머쥔 기보배. 첫 올림픽 무대에 나간 기보배가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과녁을 향해 힘차게 화살을 쏘아 보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의 격려? 가족들의 믿음? 팬들의 응원? 물론 셋 다 필요하다. 그러나 그가 졸업한 안양서초등학교 양궁부의 분위기를 보니 ‘아. 그는 양궁을 즐기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즐겁고 재미있는 양궁을 추구하는 안양서초 양궁부. 그곳에서 훈련하는 아이들은 밝고 순수한 모습과 함께 ‘제2의 기보배’가 되기 위해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항상 웃고 떠드는 초등학생의 모습을 잃지 않은 채.

[안양=스포츠Q 글 강두원 · 사진 이상민 기자]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위치한 안양 비산양궁장. 해발 100m는 족히 돼 보이는 높은 산자락 귀퉁이에 위치한 넓은 양궁장은 사대를 바라보고 오른쪽은 깎아지르는 절벽이 바람을 막아주고 반대편은 탁 트여 시위를 당기기 좋은 지형이었다.

‘이런 곳에서 훈련하면 훌륭한 선수가 나오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양궁장에 도착하니 한 무리에 꼬마아이들이 반가운 인사를 던진다.

각자 한 손에 활 하나씩을 들고 옹기종기 모여 화살을 꺼내 시위를 당기는 것이 범상치 않은 이들은 안양서초등학교 양궁부원들이다.

▲ 안양서초 양궁부원들은 항상 웃고 떠드는 어린이들이지만 활을 잡고 과녁을 주시보는 눈빛에선 초등학생답지 않은 진지함을 느낄 수 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총 11명으로 이루어진 안양서초 양궁부는 18년째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박형미(49) 양궁전임코치의 지도 아래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초등학교 양궁 명문이다.

특히 안양서초 양궁부는 1992년 창단 이래 수준급 양궁 선수들을 많이 배출했지만 특히 2012년 올림픽 양궁 여자 2관왕에 빛나는 기보배(26·광주광역시청)를 배출해 낸 학교로 유명하다.

이들이 양궁 명문의 위상을 유지하고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게 된 비결, 궁금하지 않은가? 많이도 필요 없었다. 세 가지면 충분했다.

◆ 양궁 명문의 비결 1 = 확고한 철학 ‘즐거운 양궁’

박형미 코치는 안양서초 양궁전임코치로 재직하기 이전에도 강화초등학교에서 10년간 아이들을 가르쳤다. 코치 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제자들을 상급학교로 진학시키지 못한 적이 없다고 자신하는 그가 아이들을 가르칠 때 가장 중요시하는 덕목은 바로 ‘즐거움’이다

아이들은 박형미 코치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시끌벅적했다. 박 코치의 자제를 시켜도 조금만 지나면 다시 웃고 떠드는 모습이 영락없는 초등학생이었다. 아이들은 훈련할 때는 진지하게 훈련하고 그렇지 않은 시간에는 언제나 밝은 모습이었다.

기자를 붙들고 연신 “저도 인터뷰 하면 안돼요?”, “질문 어떤 거 하세요?”라고 속사포 같이 말을 쏟아내는 이들을 보며 박 코치 또한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안양서초 양궁부의 특징 물어보셨죠? 아이들의 저런 모습이 저희 양궁부의 특징이예요. 아이들은 지금 초등학교 양궁부 선수이지만 한편으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동네꼬마들이죠.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박 코치의 말을 들은 후 아이들을 보니 목표한대로 화살이 꽂히지 않아 아쉬워하는 모습은 있어도 어느 한 명도 힘들어하는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양궁이란 종목 특성상 반복적인 훈련이 쉽지 않아요. 집중력도 상당히 필요하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해마다 양궁부원을 뽑을 때 본인들이 정말 양궁에 관심이 많아서 혹은 양궁이 좋아서 하겠다는 아이들만 뽑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실력도 늘지 않고 대부분 중학교에 진학해서 활을 내려놓게 됩니다. 초등학교에서 즐겁고 재미있게 양궁을 배우면 이후부터 실력이 저절로 늘어난다고 봅니다.”

▲ 18년 간 안양서초 양궁부를 이끌고 있는 박형미 양궁전담코치는 "아이들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훈련을 강요하기 보다는 즐거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아이들이 양궁을 즐겨야지만 후에 선수로서 힘든 환경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 양궁 명문의 비결 2 = 학교와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

안양서초 양궁부는 지난해 4월 제10회 수원양궁협회장기 경기도초중대회에서 이지현(현 안양서중 1)이 개인종합에서 1등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단체종합 우승을 달성했다. 1일 끝난 제43회 전국소년체전 2차 평가전 겸 제39회 경기도학생체육대회 여초부에서 오은수가 30m와 25m, 개인종합까지 석권하며 3관왕을 차지하는 등 눈부신 성적을 이어오고 있다.

박형미 코치는 오랜 기간 실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로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저희 양궁부의 분위기는 언제나 최고예요. 실력을 인정받다 보니까 지원도 더욱 늘어나고 그만큼 환경도 좋아졌죠.”

안양서초 내에는 양궁부를 위한 양궁장이 있다. 하지만 양궁부 부원들이 학교에서 2.5km 가량 떨어진 안양 비산양궁장으로 훈련을 오는 이유는 양궁장이 현재 증축공사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증축공사에 들어간 안양서초 내 양궁장은 다음달 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며 완공 후에는 양궁부 아이들이 훈련하는데 최적의 훈련환경과 분위기를 제공하게 된다.

“안양서초 김형희 교장선생님께서 정말 지원을 많이 해주십니다. 이번 양궁장 증축도 교장선생님이 전폭적으로 추진하신 덕분에 시작하게 됐죠. 아이들을 첫 번째로 생각하시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항상 격려도 많이 해주십니다.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비결 중 하나입니다.”

◆ 양궁 명문의 비결 3 = '올림픽 효자종목의 아우라'

양궁은 대한민국의 올림픽 금메달 효자종목이다. 국제대회마다 양궁에 걸려 있는 금메달 중 절반 이상을 따내기 때문에 그만큼 인기도 많고 양궁선수가 되고 싶어 하는 어린이들도 많다. 박 코치는 이런 올림픽의 성적이 많은 지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에서 워낙 잘하다 보니까 다른 종목에 비해 지원이 많은 건 확실한 것 같아요. 학교에서도 많이 지원해주시지만 안양시체육회, 안양시양궁협회는 물론 대한체육회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십니다. 덕분에 부족함 없이 훈련에 임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큰 관심만큼 제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 안양서초 양궁부 부원들이 얼굴에 미소를 띈 채 단체촬영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양서초는 특히 양궁 금메달리스트 기보배가 졸업한 학교로 유명세를 탔다. 아이들 역시 "기보배 선수 알아요?" 또는 "전화번호 알아요?" 라는 등의 질문을 연신 쏟아내며 기자를 당혹케 했다. 대한민국에서 기보배의 인기가 가장 높은 곳이 안양서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오를 정도로 그의 인기는 대단했다. 박 코치 역시 올림픽에서 기보배가 거둔 성적이 학교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기보배의 영향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물론 (기)보배의 영향도 크죠.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학교라는 소문이 나자 '어떻게 하면 들어갈 수 있냐'라는 문의도 많았으니까요. 지금 저희 양궁부의 유일한 남자아이인 (김)강이는 양궁하려고 양지초등학교에서 저희 학교로 전학까지 왔어요."

아이들은 취재가 끝나갈 무렵까지 웃고 떠들고 온통 정신이 없게 했다. 자신들을 취재하러 왔다는 생각에 밝고 순수한 모습이 더욱 크게 표출됐다. 박 코치는 그런 아이들을 크게 말리지 않았다. 아이들 역시 영락없는 초등학생들의 모습이었지만 기본적인 예의를 지킬 줄 아는 착한 꼬마 양궁부원들이었다.

박 코치는 "아이들 통제하는 게 제일 힘들어요. 그래도 저렇게 뛰놀면서 훈련하는 게 아이들한테 훈련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고 좀 더 즐겁게 재미있게 활을 잡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올바른 길이 아닌가 합니다"라고 말하며 그저 흐뭇하게 웃어보였다.

■ 미니 인터뷰 - 오은수(안양서초 6년)

= 제49회 전국소년체전 2차 평가전 겸 제39회 경기도학생체육대회 양궁 여초부 개인종합 1위

- 양궁은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재미도 있어 보이고 어떤 건지 궁금해서 3학년 말에 시작하게 됐어요.”

- 훈련하는 거 힘들지 않나요.

“체력운동이나 달리기 할 때 힘들긴 한데 그렇다고 양궁을 그만두고 싶거나 한 적은 없어요.”

▲ 안양서초 양궁부의 맏언니 오은수는 경기도대회에서 종합1위를 차지한 기대주다. "기보배선수처럼 국가대표가 되서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라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 양궁하면서 언제가 제일 좋나요.

“당연히 최고기록 경신했을 때죠. 기록 경신했을 때 정말 좋아요. 다른 건 장비 교체해줄 때? 대회나가서 상 받을 때? 음..그냥 활 쏠 때가 제일 좋아요.(웃음)”

- 기보배 선수가 안양서초 출신인데 기보배 선수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대단하죠. 저렇게 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 나도 언젠가 저런 대표선수가 되겠지 라는 생각도 많이 해요.”

- 대회 나가면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은 어떤 건가요.

“다른 선수하고 비교 되는 게 싫어서 잘 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그리고...긴장하지 말자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 목표는 국가대표가 되는 건가요.

“그럼요. 기보배 선수처럼 국가대표가 돼서 올림픽에 나가고 싶어요. 유명해지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코치님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관심 많이 가져 주시고 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원히 안양서초에 남아주셨으면 좋겠고요. 저를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취재후기] 이날 만난 아이들은 참 밝고 순수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계속 양궁을 하길 원한다면 순수했던 모습은 뒤로 한 채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할지 모른다.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고 발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속에서 지금의 순수함만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kdw0926@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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