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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를 때우지 말고 나를 대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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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를 때우지 말고 나를 대접하라
  • 하혜령 편집위원
  • 승인 2014.04.0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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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하혜령 편집위원] 드디어 ‘식’이다.

의식주 가운데 싱글에게 가장 큰 경제적 부담을 주는 것은 ‘집’이지만 매일 곤혹스러운 것은 이 ‘식’이다. 생존의 필수 요소이고 인간의 가장 큰 낙인 ‘먹는 것’이 곤혹스러운 이유는 식구가 없기 때문이다. 혼자 식사하는 걸 껄끄럽게 생각하고, 식당에서 혼자 밥먹는 사람을 불쌍하게 쳐다보는 한국사회에서 식사를 같이할 가족과 같이 살지 않는 싱글은 ‘오늘은 또 누구를 만나서 밥을 먹나’가 매일매일의 과제다.

주부들은 ‘오늘은 또 뭘 해먹이나’가 매 끼니 고민이라지만 싱글은 거기에 ‘누구와’가 추가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곤혹스럽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먹어야 산다. 먹어야 오래도록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고, 사랑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다. 하지만 싱글들에게 혼자하는 식사는 한끼 ‘때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인스턴트 식품이나 배달 음식으로 허기만 채우고 넘어가는 게 대부분 싱글의 평일 저녁이나 주말 모습이다. 나도 30대까진 그랬다.

▲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방송캡처

지금 당장, 먹고 싶은 음식이 한두개는 머리속을 맴도는 ‘식탐충만’ 인간이기도 하다. 거기에 매일 점심과 저녁을 비싼 접대까진 아니어도 식사를 동반한 비즈니스 미팅이 아주 중요한 업무인 직업을 가졌던 지라 이런 성향은 갈수록 강화됐다.사실 나란 사람은 20대부터 ‘난 먹기 위해 산다’를 뻔뻔스레 천명하고 다닌 인종이다. 내일 세끼 무엇을 먹을 것인지를 잠들기 전 생각하고, 만날 사람들의 취향과 동선을 생각해서 다양한 옵션과 식당을 머리속으로 정리한 후 당일 그 음식을 먹기 위해 치밀하게 대화를 유도하고 목표를 성취하는 ‘식욕성취형’ 인간이다.

서울 시내 웬만한 맛집들은 대부분 가서 먹어봤고, 접대를 이유로 내 또래가 경험할 수 있는 것보다 비싼 음식도 곧잘 먹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식탐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미각도 나름 벼려왔다 자부하는 사람이지만, 학업과 바쁜 직장생활을 핑계로 30대까지 내 손으로 직접 만들 수 있는 메뉴는 라면 정도였다. 그러니 비즈니스 미팅이나 약속이 없는 평일 저녁과 지쳐 쓰러진 휴일의 식사는 인스턴트 음식으로 때우기 일쑤였다.

그러다 기혼과 미혼으로 갈리며 같이 밥 먹어줄 친구들도 줄어들고 뭘 먹어도 신나게 소화시킬 수 있는 위장의 힘도 약해지는 것을 느낀 30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혼자서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먹고 싶은 음식은 같이할 사람이 없어도 만들어 먹거나 식당에 가 당당히 먹자고.

그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한식 조리사 자격 대비 학원을 등록한 것이다. 이왕 배우는 거, 나를 위한 요리사가 되어보기로 한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요리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식재료의 속성과 선택, 손질 그리고 칼질과 불 조절임을 배웠다. 사실 요즘은 인터넷 검색만 몇번해도 레시피들이 많이 올라와 있기 때문에 양념이나 조리과정은 굳이 외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재료 손질의 귀찮음을 극복하는 훈련, 제대로된 칼질을 좀 배워두면 요리를 하는데 두려움을 많이 걷어낼 수 있다. 그정도 기본기만 장착하면 그뒤엔 자주 만들어보면서 나만의 레시피를 익혀가며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어 나를 위해 대접하는 습관을 익혀가는게 싱글에겐 절대적으로 필요한 듯하다.

정성껏 만든 음식을 깨끗한 식탁에 예쁘고 깨끗한 그릇에 담아 혼자라도 제대로 먹는 습관을 쌓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음식을 만들다 보니 나중엔 친구들을 초대해 같이 식사를 하거나 선물을 하며 요리를 매개로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amiblue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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