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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발레리노 전호진 '갈비뼈에서 투지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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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발레리노 전호진 '갈비뼈에서 투지를 보다'
  • 최대성 기자
  • 승인 2015.06.12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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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최대성 기자] 숱한 연말 시상식서 단연 이슈는 여자 연예인들의 드레스 코드다. 속살이 은근히 내비치는 시스루룩부터 특정 부위가 과감히 노출된 절개 패션은 길게 이어진 레드카펫을 수 놓는다. 뜨거운 드레스를 카메라로 훑을 때마다 그녀들의 아름다운 보디 라인에 한번 감탄하고 고고한 표정이 녹아 든 몸짓의 조화에 경탄한다.

이처럼 언제나 여성의 몸은 신이 빚어낸 최고의 작품이라고들 말한다. 꼭 여성의 몸만 그럴까?

 

지난 5월 27일, 예술의 전당에서 한 발레리노와 인터뷰가 있었다. 국립발레단 소속인 전호진(24)은 170cm 단신 무용수지만 부단한 노력으로 '교향곡 7번 & 봄의 제전'에서 제물 역을 꾀찬 당찬 신예다. 리허설을 방금 끝냈다며 앳된 얼굴로 인사하는 그는 약간의 수줍음을 가진 미소년이었다.

 

여리여리한 그의 아름다움이 배가될 수 있는 장소는 어디일까?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주변을 살폈고 건물 뒤편에서 빛이 좋은 좁은 통로를 발견했다. 차가운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공간이 그의 순수함을 돋보이게 할 것이다.

제법 길었던 인터뷰 시간이 끝나고 사진 촬영을 시작했다.

무용수는 몸으로 말한다고 생각했다. 거친 호흡이 숨어든 섬세한 손짓과 경쾌한 발놀림이 관객의 기립박수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그 '몸'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차림새는 상의와 하의가 붙은 무용복이었다. 아쉬운 대로 티셔츠를 벗자 긴 팔이 드러났다.

 

녹색의 이끼로 이색적인 느낌이 드는 공간에 그를 세웠다. 여러 기본적인 촬영을 하던 중 이번 작품의 포인트 동작이라며 그가 갑자기 선보인 기마자세에서 예상치 못했던 패기와 강인함을 느꼈다. 그 부분을 좀 더 강하게 담아내고 싶었다.

최기자 : “상체가 완전히 보였으면 좋겠어요. 갈비뼈의 그림자가 필요하거든요”

 

그에게 내가 생각하는 사진의 대략적인 모습을 설명하며 설득했다. 결국 무용복의 상의를 말아서 상체를 드러낸 그를 한 켠에 있던 벤치 위에 세웠다. 주변의 거대한 콘크리트 벽이 그를 둘러싸며 강하게 압박하는 가운데 정오의 태양을 향해 손짓하는 몸짓은 그야말로 '발레리노의 아름다움'이었다.

 

섬세한 손끝과 다리로 이어진 보디 라인이 부드러움이라면 단단한 근육껍질을 뚫고 솟아오른 갈비뼈의 음영은 좀 전에 보았던 거칠고 강인한 발레리노의 모습이었다. 어쩌면 발레리노에겐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단신'을 부단한 노력을 통해 '장점'으로 승화시킨 그의 '투지'가 아닐까?

 

'여성이 몸' 이상으로 아름답게 투지 넘치는 전호진 발레리노의 더 높은 서전트 점프를 기원한다.

dpdaesung@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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