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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협 데자뷔' 이용재의 발견, 누가 슈틸리케 눈을 의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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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협 데자뷔' 이용재의 발견, 누가 슈틸리케 눈을 의심하는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6.11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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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J2리거 선발에 의구심…이정협 이어 A매치 데뷔전 데뷔골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의 눈은 또 다시 정확했다. 팬들은 2부 리거를 대표팀에 뽑은 것에 대해 물음표를 붙였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그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었다.

이용재(24·V-바렌 나가사키)는 11일 말레이시아 샤알람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아랍에미리트(UAE)와 평가전에서 선발로 나서 1-0으로 근소하게 앞서던 후반 15분 팀의 두 번재 골을 넣으며 3-0 완승을 이끌었다. 이용재는 왼쪽 사이드라인에서 김진수(23·호펜하임)가 롱 스로인으로 넘겨준 공을 머리로 받은 뒤 상대 수비를 제치고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사실 이용재는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을 때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 주인공이다. 물론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주역이긴 했지만 홍콩과 16강전에서만 한 골을 성공시켰을 정도로 인상적인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게다가 소속팀 나가사키가 일본 J2리그에 있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달 일본으로 건너가 직접 자신의 눈으로 이용재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아시안게임부터 그를 지켜봤고 지난해 12월 제주 전지훈련에서도 잠재력을 눈여겨봤던 슈틸리케 감독은 다시 한번 자신의 눈을 자신했다. 의심을 확신으로 만드는데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2부리거라도 평가절하 않는다, 이정협 이어 A매치 데뷔전 데뷔골

슈틸리케 감독은 이미 이정협(24·상주 상무)을 발굴, 큰 성공을 거뒀다. 원 소속팀이 부산뿐 아니라 상주에서도 이정협은 선발보다 교체로 뛴 경기가 더 많은 '조커'였다. 그러나 그의 움직임을 눈여겨 본 슈틸리케 감독은 제주 전지훈련을 거쳐 그를 아시안컵에 데려갔다.

이정협은 슈틸리케 감독의 신뢰에 부응했다. 자신의 A매치 데뷔전이었던 지난 1월 4일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교체로 출전하고도 데뷔골을 넣으며 '군데렐라'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정협은 이후에도 호주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와 이라크와 4강전에서 한 골씩 넣으며 존재감을 알렸다.

이번에는 이용재 차례였다. 이용재 역시 J2리거이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그가 속한 팀이 아니라 그의 움직임과 경기력에 주목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일 대표팀 명단을 발표한 자리에서 최전방 공격수가 둘 다 2부 리그 소속인 것에 대한 질문에 "어디에서 뛰느냐가 아니라 어떤 내용으로 뛰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이용재의 선발에 대해 자신감을 가졌다.

또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명단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며 자신의 선택을 다시 한번 믿어보라고 강조했다. 이정협을 선발했을 때와 판박이처럼 닮아 있다.

◆ 공격도 적극적, 수비도 적극적 '전형적인 9번' 실천

슈틸리케 감독은 "이용재를 뽑는 것이 논란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단 한번도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용재는 UAE전에서도 슈틸리케 감독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이 선호하는 원톱은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는 9번 공격수다. 공격에서 좋은 움직임은 물론이고 수비할 때도 적극적으로 상대를 막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용재는 UAE전에서 이를 100% 실천했다.

UAE는 전반 내내 한국 진영을 좀처럼 뚫지 못했다. 전반 45분은 거의 한국의 공격 일변도였다. 이용재는 전방에서 날카로운 슛을 터뜨리면서도 상대에 공을 뺏기면 전방부터 강하게 압박하면서 UAE 선수들이 좀처럼 하프라인을 넘어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는 다시 UAE 진영에서 역습으로 빨리 바꿔놓을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는데 유용했다.

경기가 끝난 뒤 슈틸리케 감독은 "이용재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좀 자제해야 한다"며 2부 리거라고 색안경을 쓰지 말아줄 것을 주문했다. 이어 "전반에 두 차례 좋은 기회를 골로 연결시키지 못했지만 평소 주문대로 골문 앞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며 "다행히도 교체 직전에 골을 넣어 만족한다"고 밝혔다.

1980년 이후 역대 28번째 A매치 데뷔전 데뷔골을 기록한 이용재는 "모든 선수가 한 경기로 평가될 수는 없다. 잘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며 "2부 리거의 편견을 깨뜨렸다기보다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용재의 발견은 그렇지 않아도 원톱 공격수가 부족한 한국 축구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단 한 경기로 이용재가 이정협처럼 '2부렐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슈틸리케 감독이 현장을 뛰어다니며 발굴한 인재라면 이젠 믿음이 간다.

■ 1980년대 이후 A매치 데뷔전 데뷔골 현황

순서 날짜 이름 상대팀 장소 대회 비고
1 1980.8.25 최순호 인도네시아 춘천 대통령배 국제축구 1골
2 1982.2.18 정종수 인도 인도 뉴델리 네루 골드컵 1골
3 1982.3.21 강신우 일본 서울 동대문 한일 정기전 1골
4 1983.3.6 김경호 일본 일본 도쿄 한일 정기전 1골
5 1983.6.8 노인호 태국 수원 대통령배 국제축구 2골
6 1983.6.8 이상용 태국 수원 대통령배 국제축구 1골
7 1983.11.1 신연호 태국 태국 방콕 올림픽 예선 1골
8 1983.11.3 김종건 중국 태국 방콕 올림픽 예선 2골
9 1984.9.30 이경남 일본 서울 잠실 한일 정기전 1골
10 1984.10.4 최상국 카메룬 서울 잠실 친선대회 3골
11 1984.10.13 왕선재 파키스탄 인도 캘커타 아시안컵 예선 2골
12 1985.7.21 김주성 인도네시아 서울 잠실 월드컵 예선 1골
13 1988.12.6 황선홍 일본 카타르 도하 아시안컵 본선 1골
14 1990.2.4 이상윤 노르웨이 몰타 친선경기 1골
15 1991.6.11 하석주 몰타 광주 대통령배 1골
16 1992.8.26 정재권 중국 중국 베이징 다이너스티컵 1골
17 1992.8.29 김정혁 일본 중국 베이징 다이너스티컵 1골
18 1994.9.13 김도훈 우크라이나 서울 동대문 친선경기 1골
19 1995.1.31 최용수 콜롬비아 홍콩 칼스버그컵 1골
20 2000.4.5 이천수 라오스 서울 동대문 아시안컵 예선 1골
21 2000.4.7 최태욱 몽골 서울 동대문 아시안컵 예선 2골
22 2005.6.3 박주영 우즈베키스탄 우즈벡 타슈켄트 월드컵 최종예선 1골
23 2005.10.12 조원희 이란 서울 상암 친선경기 1골
24 2007.6.29 이근호 이라크 서귀포 친선경기 1골
25 2010.8.11 윤빛가람 나이지리아 수원 친선경기 1골
26 2010.12.30 지동원 시리아 UAE 두바이 친선경기 1골
27 2015.1.4 이정협 사우디 호주 시드니 친선경기 1골
28 2015.6.11 이용재 UAE 말련 샤알람 친선경기 1골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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