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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의 현장주의, 우연한 매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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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의 현장주의, 우연한 매직은 없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6.12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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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경기 관전하며 점찍은 선수들 기량 직접 확인…능력 있고 자신 전술에 맞는 선수면 적극 기용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이정협(24·상주 상무)에 이어 이용재(24·V-바렌 나가사키)까지.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이 발굴해낸 '2부렐라'들이 한국 축구를 더욱 살찌우고 있다.

이를 두고 '슈틸리케 매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그 속내를 보면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의 원칙이 옳다고 생각하고 우직하게 밀고 나갔을 뿐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1일 말레이시아 샤알람 스타디움에서 열린 A매치 평가전에서 염기훈(32·수원 삼성)과 이용재, 이정협의 연속골로 아랍에미리트(UAE)를 3-0으로 꺾었다.

UAE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3위로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은 순위에 위치해 있다. 중동팀 중에서는 가장 높은데다 지난 1월 AFC 아시안컵에서 디펜딩 챔피언 일본을 꺾고 4강까지 오른 만만치 않은 팀이다.

이런 팀을 상대로 1.5군 전력으로 완승을 거뒀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만큼 새로 뽑힌 선수들의 경쟁력이 아시안컵에서 뛰었던 선수들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슈틸리케호가 주전, 비주전의 경기력 차이가 크지 않은 강팀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 흙 속에서 찾아낸 진주, 발로 뛰었기에 가능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의 대표팀 전술에 맞는 원톱 찾기부터 나섰다. 이동국(36·전북 현대)의 기량은 인정했지만 나이가 적지 않아 아시안컵까지라고 봤고 박주영(30·FC 서울)은 경기력이 만족스럽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전술에도 맞지 않았다. 지동원(24·아우크스부르크)도 눈에 들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이 직접 보고 뽑은 선수에 대한 확신을 더욱 굳히게 됐다. 그 첫 작품이 이정협이었다. 이정협은 원 소속팀 부산뿐 아니라 상무 입대 후에도 주목받지 못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그를 보기 위해 상주의 경기를 다섯 차례나 지켜보면서 자신의 전술에 맞는 공격수임을 확인했다.

이용재도 마찬가지였다. 인천 아시안게임 경기를 지켜보며 이용재의 움직임에 흥미를 가진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달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그의 경기력과 움직임을 보고 대표팀에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정협과 이용재가 2부리거라는 것이 걸렸다. 그것도 유럽의 2부리그 선수가 아니라 K리그와 일본 J리그의 2부였다. 1부에서 뛰고 있는 많은 선수들을 제치고 이들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을 아시안컵 멤버로 최종 발탁했을 때 "이정협이 경기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한 책임은 감독인 내게 있다"는 말로 자신의 눈을 믿고 승부수를 던졌다.

이용재를 뽑았을 때도 같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모두가 명단에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며 ""내가 선호하는 원톱 유형은 좋은 움직임은 물론이고 수비할 때 적극적으로 가담해야 한다. 항상 열심히 뛰는 9번 공격수를 원한다"고 이용재가 자신의 전술에 가장 적합한 공격수라고 설명했다.

이정협, 이용재가 감독의 전술에 맞는 선수라는 것은 기록만으로는 알 수 없다. 이는 오직 자신의 눈을 통해 직접 관찰하고 연구해야 가능하다. 모든 경기장을 돌아다니며 직접 경기를 봤기 때문에 흙 속에서 진주를 캐낼 수 있었다.

◆ 탁상 행정 아닌 현장 축구의 중요성 다시 일깨우다

그동안 대표팀 선수들을 뽑으면서 현장을 돌아다니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이는 외국인 감독이나 한국인 감독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정작 뽑히는 선수들을 보면 모든 사람들의 예측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기존 유럽리그 선수들 위주에 K리그, J리그, 중동리그, 중국리그 선수들이 나머지 자리를 메우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러다보니 세대교체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그 선수가 그 선수였다. K리그 위주로 선수를 뽑으면 경기력이 크게 저하됐다. 이는 대표팀 선수 구성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현장에서 자신이 직접 보고 평가한 선수들을 위주로 대거 선발했다. 지난해 12월 제주 전지훈련에서 적지 않은 K리그 선수들을 대거 발탁, 아시안컵을 함께 준비한 것도 슈틸리케 감독이 직접 뛰어다니며 리스트를 만들어놨기에 가능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정확하게 몇 명인지는 모르겠지만 제주 전지훈련 선수 외에도 20명 정도의 추가 리스트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사실상 슈틸리케 감독의 머랏속에는 국가대표팀 상비군까지 들어있다고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주전들이 부상이나 예기치 않은 일로 경기력이 크게 저하돼 대표팀에 들지 못하는 경우라도 그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성용 등이 부상으로 빠지고 구자철 등이 군사 훈련으로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슈틸리케 감독이 선발한 선수들이 나름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UAE전에서 충분히 보여줬다.

'답은 탁상이 아닌 현장에 있다'는 평범한 진리와 슈틸리케 감독의 원칙이 조합돼 '슈틸리케 매직'이 완성됐다. 마술이 사람들의 눈 착각에서 비롯되듯 잘못된 선입견이 슈틸리케 감독의 원칙을 '매직'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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