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21:45 (목)
'팬텀' 임혜영 "박효신, 감정전달·파워·고음 다 되는 괴물" [인터뷰]①
상태바
'팬텀' 임혜영 "박효신, 감정전달·파워·고음 다 되는 괴물" [인터뷰]①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6.12 12: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용원중기자] 국내 초연 중인 대작 뮤지컬 ‘팬텀’(7월26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은 가스통 르루의 추리소설 '오페라의 유령'(1910)을 원작으로 극작가 아서 코핏과 작곡가 모리 예스톤이 완성한 뮤지컬이다.

파리 오페라극장의 지하세계에 거주하는 팬텀(유령)의 인간적인 면모에 더 깊게 파고들어 그의 삶 속에 감춰진 비밀과 비극적인 운명을 그린 작품으로 현대적 음악과 정교한 발레 안무, 정통 클래식 등이 어우러져 호평을 받으며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 "가수 출신 박효신에 대한 우려, 기우일 뿐...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아"

팬텀이 사랑에 빠지는 파리 오페라극장의 여가수 크리스틴 다에 역은 뮤지컬 여배우 임혜영, 국내 최정상 소프라노 김순영, 유럽 고음악계를 정복한 세계적인 소프라노 임선혜가 번갈아가며 맡고 있다. 팬텀 역은 뮤지컬 배우 류정한, 크로스오버 테너 카이, 가수 출신 박효신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특히 이 작품은 천장을 뚫을 듯 솟구치는 고음역대, 클래식 발성과 창법을 요구하는 난이도 높은 노래들로 인해 배우들에게는 ‘죽음의 무대’로 불릴 정도다. 11일 오후 충무아트홀에서 크리스틴의 표정을 간직한 임혜영을 만났다.

“정한 오빠와는 2008년 ‘지킬 앤 하이드’ 이후 공연을 많이 해왔기에 놀이터에서 맘껏 뛰어노는 느낌이에요. 같은 소속사 식구인 카이 오빠와는 놀이공원에서 노는 느낌이고요. 효신 오빠와는 예쁜 카페에서 맛있는 음식과 차를 마시는 행복한 느낌?”

오페레타라고 부를 정도의 ‘팬텀’에 출연한 R&B 가수 출신인 박효신이 과연 잘 해낼까, 의구심이 자리했던 게 사실이다. 특히 2013년 ‘엘리자벳’으로 데뷔, ‘모차르트!’에 이은 불과 세 번째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가수로서 무대에 섰던 카리스마와 에너지가 있어서인지 너무 잘 하세요. 오빠의 연기를 보며 ‘이 작품에서 클래식 창법이 전혀 중요하지 않구나!’란 생각을 하게 돼요. 일단 감정 전달에서 탁월하고요. 힘이랑 발성의 클래스가 아주 달라요. 고음, 감성 전달 면에선 가창력 1~2위를 다투는 뮤지컬 남자배우들에게도 밀리지 않을 걸요.”

'팬텀'에서 여주인공 크리스틴 다에로 분한 임혜영

◆ 소속사 선배 옥주현으로부터 새벽까지 영상통화하며 코칭받아

‘팬텀’은 ‘마이 트루 러브’를 비롯해 1막 후반부 비스트로 신에서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화려한 기량을 과시해야 하는 등 웬만한 여배우라면 엄두조차 내기 힘든 난코스다.

임혜영은 ‘팬텀’ 출연을 앞두고 3가지 시도를 했다. 고교시절과 대학입시 때 주로 들었던 소프라노 조수미의 음반을 다시 반복해 들었고, 친분이 있는 강혜정 소프라노에게 레슨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소속사 선배이자 뮤지컬 디바 옥주현으로부터 코칭을 얻었다.

“성악을 전공(숙명여대 성악과)했지만 뮤지컬을 해왔고, 뮤지컬에선 성악 발성을 적당한 선에서만 쓰거든요. 그러면서 많이 잊어 버렸죠. 제가 너무 좋아하는 조수미 선생님의 음색이라면 클래식이든 뮤지컬이든 다 어울릴 것 같다고 판단했어요. 클래식, 재즈, 록을 다양하게 배운 주현 언니로부터는 감정에 따라 소리를 어떻게 달리 쓰는 지를 배웠죠. 어느 정도의 피치에 있어야 하는 지를 누구보다 정확히 아시니까요. 새벽 1~2시에 영상 통화를 하면서 노래를 들려준 뒤 체크를 받고 하는 식이었죠.”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가고 나서는 스트레스로 인해 귀도 안 들리고, 담이 걸리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역 소프라노가 연기하는 크리스틴과 자신의 크리스틴은 다를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두 분 모두 훌륭한 성악가들이세요. 다만 전 ‘팬텀’이 ‘오페라의 유령’보다 드라마적으로 강한 데다 크리스틴의 감정이 팬텀에게 많은 영향을 주므로 고도의 연기력이 요구된다고 생각했어요. 노래만으로는 커버가 되질 않죠. 크리스틴의 정서가 잘 녹아들면 어려운 노래들도 무난히 소화할 수 있을 거라 여겼어요. 소리의 길을 찾은 뒤부터는 단순히 소리만 내는 게 아니라 정서적으로 풀고 싶었어요.”

 

또 한 가지. 고음에서의 자신감이 있었다. 보통 성악가들이 높은 ‘도’음에서 시작했을 때 ‘파’가 지르기에 편하다고 하는데 임혜영은 ‘라’ ‘시’가 편했다.

“연출님이 ‘난 아무 것도 몰라요’ 풍 크리스틴을 절대 연기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셨어요. 씩씩하고 밝은 캐릭터이자 등장인물 중 머리 위에 먹구름이 없는 유일한 캐릭터라고 말하셨어요. 그래야 팬텀을 기꺼이 안아줄 수 있을 테니까. 공연에서 세 배우들의 크리스틴 연기가 조금씩 달라요. 저의 경우, 팬텀이 가면을 벗자 크리스틴이 놀라 도망치는 장면에서 눈을 질끈 감았다고 비명 대신 ‘아니...안 돼!’라고 대사 처리를 해요. 순간의 놀라움과 당혹스러움 등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 올해로 데뷔 10년...작품에 대한 간절함, 직업에 대한 소중함 배가

2006년 체코 뮤지컬 ‘드라큘라’의 앙상블 겸 아드리아나 커버로 데뷔한 지 10년이 됐다. 많은 것들을 이뤘고, 좌절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데뷔했던 해에 ‘그리스’의 여주인공 샌디 오디션에 떨어져서 울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네요. 사람은 욕심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며 쓸데없는 욕심이 없어지는 건 기분 좋아요. 주어진 작품에 대한 간절함, 직업에 대한 소중함이 짙어진 것 역시 좋고요. 아직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요? ‘뮤지컬 배우 임혜영’은 계속 갈 길을 가는 중이라 그런 건 크게 없어요. 후후.”

gooli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