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11 (금)
'뮤지컬 신데렐라' 임혜영의 이유 있는 항변 "센 캐릭터 여주에겐..." [인터뷰]②
상태바
'뮤지컬 신데렐라' 임혜영의 이유 있는 항변 "센 캐릭터 여주에겐..." [인터뷰]②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6.12 12: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용원중기자] ‘뮤지컬 신데렐라’ 애칭을 달고 다니는 임혜영(33)은 성악(숙명여대 성악과) 전공자다운 탄탄한 가창력, 청아한 음색, 착하고 예쁜 이미지로 지난 10년간 청순가련형 여주인공을 꿰차 왔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지킬 앤 하이드’의 엠마, ‘미스 사이공’의 킴, ‘브로드웨이 42번가’의 페기 쇼어, ‘바람의 나라’의 낙랑공주 사비, ‘두 도시 이야기’의 루시, ‘카르멘’의 카타리나, ‘레베카’의 나 등 아름답고 청순한 캐릭터들이 대다수다. ‘임혜영 조정은 윤공주’는 이런 캐릭터의 여주인공 캐스팅 1순위로 오르곤 하는 여배우들이다.

대작 라이선스 뮤지컬 ‘팬텀’(7월26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팬텀(유령)을 감싸 안는 파리 오페라극장의 아름다운 여가수 크리스틴 다에 역을 맡고 있는 그는 오는 7월16일 개막하는 대형 창작뮤지컬 ‘아리랑’에서도 인고의 세월을 온몸으로 헤쳐 나가는 여주인공 수국으로 무대에 선다.

 

◆ 청아한 음색, 착하고 예쁜 외모...윤공주 조정은과 ‘청순가련형’ 여주 트로이카 형성

11일 오후 충무아트홀에서 만난 임혜영에게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청순가련형 여주인공, 지겹지 않느냐”고. 그러자 작심한 듯 말을 쏟아냈다.

“‘공주와 귀족 역할만 한다’고 말씀을 많이 하셔서 한번 세 봤어요. ‘사랑은 비를 타고’의 유미리나 ‘그리스’의 샌디는 그 시대의 청춘이었고, ‘투란도트’에선 시녀였고, ‘마이 페어 레이디’에선 길거리의 꽃 파는 여자였고, ‘미스 사이공’에선 사랑의 배신과 모성애로 고통받는 여성이었어요. 공주나 귀족 역할을 한 건 몇 차례 되지 않아요.”

말투에서 억울함, 답답함이 묻어났다. 이어 그는 반문했다.

“도리어 묻고 싶어요. 청순가련형 캐릭터를 맡은 여배우들에게는 그런 질문을 줄곧 하면서, 센 역할을 주로 하는 여배우들에게는 왜 그런 질문을 잘 하지 않느냐고. 보통 그런 질문이나 비판을 안 하는 듯해요. 아무리 배역의 노래를 탁월하게 잘 해도 캐릭터와의 ‘어울림’과 ‘어울리지 않음’을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겨요. 어설프게 소화하거나 잘 못 했다가는 작품 전체 혹은 배우 개인이 망가지기 십상이니까요. 위험해서 하지 않겠다는 건 물론 아니고요.”

그에 따르면 해외 제작진은 ‘무대에 서 있을 때 그 배우의 이미지가 무엇이냐’를 굉장히 중시한다. ‘지킬 앤 하이드’에서 지킬 박사와 삼각관계를 이루는 우아한 귀족처녀 엠마와 잡초 같은 생명력의 매춘부 루시는 상반된 캐릭터다. 여배우 고유의 이미지에 영향을 얻어 엠마, 루시 역이 정해지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듯싶다. 이어 임혜영은 “물론 제 내면에 있는 강하고 센 면과 접목되는 강한 캐릭터가 있다면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히스토리가 있다. 과거 뮤지컬 ‘시카고’의 섹시하면서 도발적인 록시 하트 역을 제의받았다. 이 캐릭터는 가수 출신 옥주현, 아이비 등이 소화해 화제가 됐다. 단아한 이미지로 어필해왔던 임혜영에게는 분명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고민을 거듭했던 그는 확신이 생기질 않아 결국 ‘두 도시 이야기’의 루시를 선택했다.

한 분야를 파고들어 깊이를 체화하는 것, 변신을 거듭하며 스펙트럼을 넓혀나가는 것 모두 의미가 있다. “어렸을 땐 이것도, 저것도 해보고 싶었으나 지금은 현재 하는 작품에 집중할 뿐”이라는 임혜영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졌다.

◆ 대형 창작뮤지컬 ‘아리랑’에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수국 연기

임혜영은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려지는 대작 ‘아리랑’에 몸을 싣는다. 조정래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아리랑’은 일제강점기 파란의 시대를 살았던 민초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되새긴다. 3년의 제작기간, 5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역작이다.

임혜영은 억센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득보(이창희 김병희)를 사랑하는 방수국 역을 맡았다.

창작뮤지컬 '아리랑'에서 비운의 여인 수국 역을 맡은 임혜영

“꽃 같이 피어나는 여자예요. 백남일에게 겁탈 당하고, 연인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엄마인 감골댁(김성녀)이 죽는 것을 지켜봐야 하고, 엄마를 죽인 원수이자 일제 앞잡이 양치성(김우형 카이)의 아기를 가졌다가 아기도 죽어버리는 비운의 인물이죠. 연습을 하면서 굉장히 마음이 아프고 먹먹해져요. 어떤 면에선 베트남 전쟁의 한복판에 선 ‘미스 사이공’의 킴과 비슷해서 낯설진 않죠. 의미 있는 작품이라 배우로서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한편으론 라이선스 뮤지컬에서 요구하는 가발이나 분장 없이, 한국인의 감성을 오롯이 느끼며 무대에 서고 싶은 갈증도 컸고요.”

‘아리랑’이 흐를 때 괜히 울컥해지며 감동을 느끼게 된다. 파스타만 먹다가 김치를 먹는 느낌이란다. 재미와 다양한 느낌에 푹 빠져서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칼로막베스’ ‘남한산성’ ‘서브웨이’ 등 실험적인 창극, 연극 연출가로 각광받는 고성원 연출과의 작업에 큰 기대를 거는 눈치다.

“열창하거나 울부짖지 않아도 에너지를 끌어내는 점을 많이 배우게 돼요. 제가 연기 전공자가 아니라 아직까지도 무대에서의 테크닉, 몸을 어떻게 쓸지를 숙지하는 게 필요한데 연출님과 만나면서 많은 걸 얻고 있어요. 오늘도 4시간가량 연습하면서 어마어마하게 배웠어요.(웃음)”

gooli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