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01:30 (목)
야구를 즐기는 몇 가지 관전 포인트...투구, 홈런, 수비, 주루 플레이
상태바
야구를 즐기는 몇 가지 관전 포인트...투구, 홈런, 수비, 주루 플레이
  • 박용진 편집위원
  • 승인 2015.06.15 18: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박용진 편집위원] 10구단 체제 원년인 2015시즌 KBO리그도 반환점을 향해 잰걸음을 내딛고 있다. 14일 현재 팀별 최다 64경기, 최소 59경기를 소화했다. 페넌트레이스 144경기 일정 중 40%를 끝냈다.

6월 KBO리그는 막내구단인 kt가 초반의 우려와 달리 젊은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고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가 한껏 승률을 끌어올리는 등 흥미로운 요소들이 증가했다. 이럴 때 몇 가지 포인트만 눈여겨 보면 훨씬 더 즐겁게 야구를 즐길 수 있다. 여러 측면에서 관전 포인트를 짚어 봤다.

강력한 투수진의 구성이 우승의 관건

▲ LG 류제국이 지난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전에서 호투하고 있다. [사진= 스포츠Q DB]

피칭은 야구의 75%를 차지한다고 한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그 수치는 70%도, 90%도 될 수 있고 더 높은 숫자도 될 수 있다고 '야구란 무엇인가'의 저자 레너드 코페드(이종남 옮김)는 이야기하고 있다.

알다시피 투수가 강한 팀의 승리 가능성이 크고 투수진이 강한 팀의 우승 확률이 높다. 아무리 장타력을 갖춘 선수가 즐비하더라도 투수진이 허약하면 별 도리 없이 상위권에 진입하기는 어렵게 된다. 투수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총동원하여 타자가 강하게 때리지 못하게 처리해 놓는 것이 주된 임무다. 투수의 생명은 타자에게 타이밍을 뺏는 것이다.

해태 타이거즈의 9차례 우승에는 걸출한 투수진이 버티고 있었고, 거기에 막강 타력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어야만 최강 팀으로 군림하게 된다. 해태는 선동열을 필두로, 이상윤, 김정수, 이강철, 조계현, 김상진, 문희수 등의 강력한 투수진이 마운드를 이끌었고,  김준환, 김성한, 김봉연, 이순철, 김종모, 장채근, 이종범 등 특출한 선수들로 구성된 타선이 공격을 주도했다. 투수와 타자의 조화를 앞세워 해태 왕국을 꾸려갈 수 있었다.

팽팽한 영의 행진이 이어지는 경기는 득점 없이 투수전으로 전개되어 지루하게만 느껴질 수 있을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야구팬들은 투수들이 절묘한 투구로 타자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하게 된다. 타자와의 두뇌 싸움의 수는 엄청나게 많다. 특히 투수와 타자들이 벌이는 머리 싸움과 심리전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만큼 복잡하다.

야구의 꽃이라 불리는 3점포의 매력

▲ 케이티 마르테가 14일 경기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전 8회말 2사 1·2루에서 장외 홈런을 날리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우리가 보편적으로 야구의 묘미라 하면 호쾌한 타격을 이야기하게 된다. 특히 홈런 한 방으로 경기를 순식간에 역전시킬 수 있으며 경기를 끝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래서 모두들 호쾌한 타격에 초점을 맞춰 관전하며 이런 호쾌함 때문에 열광하게 된다. 특히 홈런 중에서도 '3점포'는 경기의 성패를 좌우하는 쐐기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17년간 볼티모어 오리올스 사령탑을 맡았던 얼 위버 감독은 '투구' '수비'와 함께 '3점 홈런'을 승리의 3대 요소로 꼽았다. '만루포'는 자주 터지면 좋겠지만 확률적으로 드물고 행운의 속성이 강하다. 이런 면에서 현실성과 위력을 겸비한 '3점포'는 '꽃중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2점을 뒤지다가 3점포 한 방을 날려 단번에 뒤집는 경기는 정말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통쾌할 것이다. 또 형편없는 타격으로 일관하다가도 한 번의 호쾌한 타격으로 영웅이 되는 것이 타격이다.

이렇다고 야구의 묘미를 꼭 타격에 국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야구를 즐기는 방법에는 여러 측면이 있을 수 있다. 타격은 믿을 수 없는 도깨비 같다고 한다. 타격을 믿다간 큰 낭패를 보게 된다.

환상적인 더블플레이와 펜스플레이의 미학

호수비가 주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위기 때 환상적인 플레이를 연출하여 위기를 벗어나게 하거나, 스피드하게 더블플레이를 펼치는 모습들은 아름다움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수비는 타격이나 투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낮게 인정받기 쉬운 탤런트이다. 팬들은 호수비를 수비수가 응당 펼쳐야 할 일쯤으로 치부해 버리기 쉽다. 그래서 별로 빛이 나지 않는 것이 수비다. 타율을 따지지 수비율은 별로 따지지 않는다.

팬들은 다이빙 캐치나 러닝 캐치를 보기 좋아하지만 수비의 진정한 요체는 '예상과 집중'이다. 훌륭한 수비수는 모든 플레이를 가장 쉽게 처리해 내는 선수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지금까지 한국프로야구에서 가장 수비를 쉽게 한 선수를 꼽는다면 MBC 청룡 시절의 김재박 선수라고 평가하고 싶다.

김재박 유격수는 필자와 MBC 청룡 때 2년을 함께 하면서 많은 경기를 지켜봤지만 아무리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쉽게 처리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수준 높은 수비는 팀의 승리는 물론이거니와 관중들에게도 즐거움을 주게 된다.

홈런성 타구를 펜스 플레이로 걷어낸다던가 안타가 되는 것을 기막힌 다이빙 플레이로 잡아내는 것들은 관중들을 흥분하게 한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면의 뒤편에는 수비의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10번 잘 하다가 한 번 실수하여 경기를 놓친다면 역적이 되는 것이 수비다.

9회말 1점 리드 상황 2사 만루에서 내야 수비수들은 '타구야! 제발 내게 오지 마라'며 가슴졸이는 것도 사실이다. 압박감에서 오는 수비수들의 마음이다.

베이스러닝은 두뇌와 발의 합작품

▲ 넥센 김민성(오른쪽)이 14일 경기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케이티전 8회초 1사 1·3루에서 2타점 3루타를 날린 뒤 3루에 안착하고 있다. [사진= 스포츠Q DB]

주루는 두뇌와 발의 합작품이라고도 한다. 투수와 주자간의 두뇌 싸움도 흥미로운 장면이다. 베이스러닝은 슬럼프 없이 일정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위대한 주자는 선천적으로 타고 나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 그 잠재력을 만개시켜야 한다. 이 두 가지가 합쳐질 때 뛰어난 주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래서 야구는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주루플레이는 너무나 중요하다. 주루 선상에서 25% 정도의 객사를 줄인다면 하위팀이 상위팀으로 올라 갈 수 있다는 통계도 있다. 그 만큼 주루 플레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우리 프로야구가 여러 부문에서 괄목할 만큼 발전을 했지만 가장 취약한 분야가 주루 플레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주루 플레이 하나 잘못하여 승리를 날리는 경우와,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상황에 주루 플레이를 잘못하여 찬물을 끼얹는 경우를 가끔 본다.

순간 판단이 빠르고 자로 잰 듯이 정확해야 뛰어난 주루 플레이를 완성할 수 있다.

손의 기예인 수비력은 우승의 밑거름

▲ 두산 김재호(가운데)가 30일 경기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케이티전 1회말 무사 1루에서 이대형의 타구를 병살처리하기 위해 1루로 송구하고 있다. [사진= 스포츠Q DB]

팀이 우승하려면 수비가 강해야 한다. 수비가 약한 팀 치고 우승하는 예는 거의 없다고 본다.  삼성의 4번의 우승 중에 팀 수비력 1위가 2번 있었으며 2위가 한 번 있었다.

우승의 뒷받침에는 수비력이 필수이다. 승리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투구로 타자를 압도하는 피칭이 선결돼야 하지만 투수 자신의 수비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투수가 수비력이 좋으면 1년에 3~4승은 더 올릴 수 있다고 야구인들은 이야기한다. 투수들이 훈련해야 할 수비의 종류에는 보통 18가지 정도를 꼽는다. 투수수비훈련(Pitcher's Fielding Practice)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자동화시켜야 한다. 특히 번트시프트에 강해야 실점을 줄일 수 있다.

중계 플레이가 만드는 스릴 만점 홈 승부

7,8,9회 때 원활한 중계플레이 여부가 승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지난 7일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와 한화의 경기도 그런 한 예였다. 3-4로 리드 당하던 한화는 9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허도환의 좌전 안타 때 1루 주자 정근우가 홈까지 쇄도하다 아웃되어 절호의 기회를 놓치면서 패하고 말았다.

1루 주자가 3루에서 멈췄다면 경기는 어떤 결과를 초래했을지 모를 일이다. 김성근 감독은 9일 대구 삼성전에 앞서 기자들에게 이 대목의 아쉬움 때문에 잠을 한숨도 못 잤다고 실토할 정도였다. 베이스러닝의 중요함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스퀴즈 플레이는 위험한 작전이지만 중요하다

야구에서 스퀴즈 플레이는 가장 위험한 작전이지만 가장 극적인 작전이기도 하다. 그건 바로 작전을 펼치는 바로 그 순간, 그 자리에서 경기의 승패를 갈라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퀴즈 플레이는 한 시즌에 몇 번 사용하지 않는다. 상대 수비의 허를 찔러야 한다. 그만큼 이 작전은 모든 것이 자로 잰 듯 정확히 이루어져야 한다. 스퀴즈 플레이에 대한 예비된 수비방법은 딱히 없다. 평소 수비 훈련동작이 반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실책에 대한 여분 따위는 없다.

▲ 롯데 문규현이 지난 4월 28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전 4회초 1사 1·3루에서 기습번트를 하고 있다. [사진= 스포츠Q DB]

사라져가는 '히트 앤드 런' 작전

'히트 앤드 런(치고 달리기)'의 저해 요인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타자의 안타 칠 요소를 극도로 제약한다. 둘째,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 성공률을 극복하고 성공시켜야 하며, 땅볼에 의해 주자를 앞으로 밀어 보내는 대가로 소중한 아웃 카운트를 하나 먹게 되기 십상이다.

히트 앤드 런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오래된 미신적 샘플이다. 낡은 유행의 작전이 고착화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야구에 와서 이런 낡은 히트 앤드 런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허나 골동품처럼 여겨지던 작전도 가끔은 경기의 성패를 결정짓는 키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몇 가지 측면에서 야구의 관전포인트를 살펴봤다. 이러한 요소들을 들여다 보면서 야구를 관전하면 묘미는 배가될 것이다. 어느 하나 버릴 수 없는 귀중한 것들이다. 야구는 찬찬히 따져볼 수록 재미있고 구경거리가 많은 스포츠다. 야구가 여전히 '패스타임 스포츠'로 각광받는 이유가 아닐까.

tiger77@tiger.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