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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트레이스 유' 이지호 서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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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트레이스 유' 이지호 서경수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4.05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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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오빠’ 이지호 ‘베이글남’ 서경수 불꽃 케미 눈길

[300자 Tip!] 요즘 대학로의 화두는 ‘남자’다. 20대 여성들이 공연의 주 관객층을 형성하는 풍토에서 잘 생기고 매력적인 남자 주연배우를 꽂는 게 흥행의 관건이 됐다. 제작사마다 사활을 건 꽃미남 배우 수급에 혈안이 됐다. 창작 록 뮤지컬 ‘트레이스 유’(6월 29일까지 유니플렉스2관)는 이 공식을 철저히 따라 지난해 초연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시즌에도 빈 좌석을 찾기 힘들 정도다. 공연을 관람한 날, 남자 관객은 똘랑 3명에 불과했다. 열광의 여탕에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 뮤지컬 '트레이스 유'의 이지호(왼쪽)과 서경수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트레이스 유’는 록클럽 드바이에서 공연하며 살아가는 밴드 보컬리스트 구본하와 클럽 주인 이우빈이 엮어가는 2인극이다. 본하가 사랑하는 묘령의 여인과 여기에 숨겨진 두 주인공의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요즘 대세인 미스터리 터치의 이야기 구조, 라이브 밴드와 함께하는 강렬한 록 사운드는 공연장을 매번 후끈 달군다.

◆ 2인극 뮤지컬 ‘트레이스 유’ 다섯 페어 불꽃 경쟁

본하와 우빈으로는 10명의 배우가 캐스팅돼 각기 색깔 다른 5조를 형성한다. 이율 문성일이 자유로움, 이창용 장승조는 드라마틱, 이지호 서경수는 신선함, 최성원 김대현은 달콤쌉싸름, 최재웅 윤소호는 내추럴을 담당한다. 여성 관객 입장에서는 입맛대로 고를 수 있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이들 다섯 페어 가운데 이지호(31) 서경수(27)를 ‘찜’했다. 벚꽃이 만개한 4월 초 대학로에서 나눈 2인 토크를 전재한다.

이지호: 지난해 뮤지컬 ‘헤이! 자나’에 함께 출연하며 급친해졌어요. 저희 둘 다 ‘트레이스 유’에는 처음 참가한 거고요. 경수가 본하를, 제가 우빈을 맡고 있죠. 콘서트 형식의 뮤지컬은 처음이라 초반엔 다소 당황했어요. 록 클럽의 느낌을 좀더 즐겼어야 했는데 싶었죠.

서경수: 첫 공연이 잘 기억나질 않아요. 좀 더 놀고 즐겼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형이랑 비슷해요.

이: 리허설 때와 달리 본공연에 들어가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계속 무대를 뛰어다녀야 하고, 작품의 형식이 딱히 없으니까 그 점도 막막했고요. 김달중 연출님은 옆에서 지켜보다가 가끔 조언해주는 스타일이시거든요. 비현실적 소재의 작품인 만큼 비슷한 부류의 영화를 챙겨보고 책을 보면서 상상을 많이 했어요. 나라면 어떨까, 혼자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지호(181cm 72kg, '번지점프를 하다' '룩앳미' '스프링 어웨이크닝' 출연)

서: 평소 좋아했던 장르가 록이라 리허설을 즐겁게 치렀어요. 공연장 객석이 가득 차니까 미친 듯이 흥분되는 거예요. 너무 심취하면 제어가 힘들어질 것 같아 절제하느라 애를 먹었죠. 체력 안배 역시 중요하고요. 다른 작품들보다 관객으로부터 얻은 에너지가 몇곱절은 큰 거 같아요. 객석과의 소통은 정말 강렬해요. 형 말대로 소재가 비현실적이라 흥미롭고, 표현이 자유로워서 배우로서는 매력적이죠.

◆ 이지호-서경수, 신선하고 자연스러운 ‘초록색’ 페어

이: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는 무슨 얘기인지 이해가 안됐어요. 점차 사랑에 관한 이야기구나 이해하고 나서부터는 두 인물 간, 타 인물과의 처절한 사랑에 매료됐죠. 특히 이 작품은 음악이 아주 좋아요.

서: 쉽지 않은 내용이라 관객들이 두 사람의 정서가 어떻게 변하는지, 참 힘들고 불쌍하구나란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데 주력했죠. 형이랑은 지난번 한무대에 서며 호흡하고, 일상에서 친밀하게 지낸 점이 이번 작품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이: 페어를 결정할 때 저 역시 경수랑 짝이 되기를 원했어요. 많이 믿고 의지하는 동생이거든요. 다른 페어들과 경쟁이 치열해요. 연습때는 기량의 50, 드레스 리허설 때는 70정도 밖에 안 보여줄 정도로요. 저희는 최성원-김대현 조의 연기가 인상적이더라고요. 캐릭터의 감정 상태가 잘 보이는데다 외모도 친근하잖아요.

서: 저희는 색깔로 치면 자연스럽고 화합이 잘되는 초록색? 아, 핑크 느낌도 나요. 사랑스러운 느낌의 배우들이 아닐까 싶어요.(웃음) 주변에서는 지호 형은 바른 교회오빠 느낌, 전 의젓하면서도 애교 많다고들 얘기하시더라고요.

서경수(186cm 78kg, '카르멘' '한여름 밤의 꿈' '렌트' '파이란' 출연)

이: 많은 분들이 이 작품에 공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빈이 본하를 생각하는 게 애인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여겼거든요. 인간적인 느낌?

서: 전 나르시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트레이스 유’에서는 자기애가 곧 서로에 대한 사랑이니까. 본하는 사랑에 목마른 사람이에요. 사랑받고 자라지 못해서 그런 거라 불쌍하죠. 인격이 분리된 계기가 쓸쓸함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엄마가 없다고 여기다가 어느 날 엄마가 나타났을 때 받았을 충격은 엄청났을 거에요.

이: 우빈을 맡고나서 저로부터 출발했어요. 대본상으로는 정신병원에서 나가기 위해 본하를 이용하는 나쁜 인물이죠. 본하가 없으면 너무 외롭고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거든요. 본하를 가족처럼, 남편처럼 여겼을 거예요.

◆ 뮤지컬 키드로 성장 후 앙상블로 데뷔...조승우 남경주가 ‘롤모델’

서: 고1 때 국악예고로 편입했어요. 노래를 워낙 좋아했는데 학교에서 연기만 수업해 실망했죠. 대학입시를 앞두고는 무용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고3때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앙당블 오디션에 합격해 연기를 칭찬받은 뒤 연기에도 눈을 뜨게 됐죠. 경희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뒤 뮤지컬에 관심이 커졌어요. 뮤지컬은 노래, 연기, 춤을 다 펼칠 수 있는 장르잖아요. ‘넥스트 투 노멀’에 출연하며 뮤지컬의 매력을 더욱 크게 느끼게 됐죠.

 

이: 전 초등학생 때부터 춤추는 걸 좋아해서 고교시절엔 god의 백댄서로도 활동했어요. 고교졸업 후 옷사러 갔다가 길거리 캐스팅돼 20세부터 CF, 화보모델로 활동했죠. 그러면서 탤런트 준비를 차곡차곡 해나갔는데 23세 무렵 다니던 교회에서 올린 뮤지컬 ‘페임’에 참여하면서부터 뮤지컬에 빠져들게 됐어요. 군대에 입대해서도 뮤지컬 생각에 사로잡혀 휴가 나올 때마다 보컬레슨을 받았고 제대 후 남경주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실력을 연마했어요. 28세에 ‘피맛골연가’ 앙상블로 데뷔하게 됐죠.

서: 나름 열심히 살아왔기에 현재의 제 위치에 만족해요. 예전엔 영향력 강한 멋진 배우가 꿈이었어요. 지금은 진정성 있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죠. 조승우 선배님처럼요. 선배님은 어두움과 밝음이 공존해서 여러 가지를 상상하게 만들어요. 실력과 더불어 인품이 느껴지고요. 선배님처럼 되고 싶어서 군대도 호루라기 연극단(서울경찰홍보단)에서 마쳤죠.

이: 뒤늦은 나이에 뮤지컬 배우를 시작한 거에 대해선 후회하지 않아요. 어떤 배우가 되기 전에 좋은 사람(가족, 가장, 사회구성원)이 되고 싶어요. 좋은 사람이 되는데 배우가 장애가 된다면 배우를 그만 둘 수도 있거든요. 독서와 운동을 거르지 않고 그 경력에도 매일 피아노와 노래연습을 하는 남경주 선생님을 존경해요. 그분처럼 되는 게 꿈이죠.

 

[취재후기] 동생이 경험 풍부한 어른과 같고, 형이 순진무구한 아이와 같은 기묘한 조합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서로를 보완하며 상승효과를 준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페어다. 서경수는 눈빛이 살이 있는 배우라 인상적이고, 이지호는 자세가 진지한 뮤지컬 배우라 좋다. 청춘의 꿈이 어떻게 영글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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