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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 없는 고민 예능, 이대로 괜찮나요? [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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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 없는 고민 예능, 이대로 괜찮나요? [뷰포인트]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6.13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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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동상이몽' 등 고민 예능 프로그램

[스포츠Q 오소영 기자] '29년 동안 모태 솔로'라는 고민을 가진 남성 출연자와 대화하던 MC 신동엽은 "혹시 남자는 만나봤느냐"고 물었다. 스튜디오에 모인 관객들은 크게 웃었고, 질문을 부정한 출연자는 당황했다. (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225회)

무용 유망주 고등학생은 "엄마가 1등에만 집착한다"고 털어놨다. 늘 1등을 해 왔기에, 허리 통증 호소에도 어머니의 질책이 계속된다는 것. 대부분 연예인 패널들은 "엄마의 헌신이 있어야 훌륭한 선수가 나온다"는 의견을 냈다. 농구선수 출신의 서장훈만이 자신의 경험을 빗대 "무용 코치, 선수 자신에게 맡겨야 한다"고 조언했으나 이에 귀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다.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3회)

▲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KBS 2TV '안녕하세요'는 각종 사연을 방송한다. [사진=방송 캡처]

'안녕하세요'와 '동상이몽'은 고민을 소재로 인기리에 방송 중인 지상파 프로그램이다. 이들 예능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와 같은 시사교양 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전문가 없이도 해결 가능한 정도의 고민을 소재로 하고, 재미적 측면을 살렸다는 것. 그러나 종종 보이는 고민의 심각성이나 해결책 없이 마무리되는 모습은 '전문성 없이도 이들 예능이 괜찮을까'에 대한 의문이 들게 한다.

◆ 고민 예능, '공감' '치유' '해소'의 기능

'안녕하세요'에서 중점을 두는 것은 사연자의 고민 토로다. 출연자는 고민을 털어놓고, 고민과 얽혀있는 사람이 스튜디오에 동석해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점차 알아간다. 이 과정에서 MC와 출연 게스트로부터 조언을 들으며 '갈등'이 고민인 경우에는 종종 자연스러운 화해가 이뤄지기도 한다.

'동상이몽'에는 갈등을 빚는 두 명의 출연자가 등장하고, 이들은 미리 녹화된 VCR 영상을 함께 본다. 이들 영상은 어머니와 자녀 각각의 시선으로 일상을 보여준다. '동상이몽'은 두 사람의 갈등 이유를 '각자의 눈으로만 현상을 바라봤기 때문'이라고 일깨워준다.

전문가들도 이들 프로그램의 필요성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이남옥 한국가족상담협회 부회장은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치유는 가능하다"며 "전문가의 조언이나 출연은 식상할 수 있는데, 연예인들의 진행과 조언을 통해 무거운 주제를 흥미롭게 살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원 한국사회상담연구소장 역시 "과거에는 고민을 털어놓거나 상담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조차 못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프로그램들의 등장은 상담, 치료의 대중화적 측면에서 긍정적이다"고 평했다.

▲ 고민을 다루더라도 '예능' 프로그램이다보니 때로는 중요하고 진지한 주제를 너무 가볍게 다루기도 한다. [사진=방송 캡처]

◆ 객석이 '고민인지 아닌지' 정하는 시스템, 해결책은 어디에?

문제는 종종 나타나는 이 고민 프로그램의 한계다. 이들 프로그램의 목표는 화해와 공감이다. 그러나 두 사람 간 대화, 패널의 조언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안녕하세요'의 경우 고민을 갖고 나온 출연자와, 갈등을 빚는 대상자가 함께 자리한다. 스튜디오에서 패널들이 다양한 조언을 내놓고, 대화하지만 방송 말미에 가서도 끝까지 갈등의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근본적 해결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락된다. 가끔 사안에 따라 전문가의 조언이 등장하기도 하나, 전문적 지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상이몽'도 마찬가지다. 지난 6일 방송한 '동상이몽'에는 "50살 차이나는 엄마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딸이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초점이 맞춰진 부분은 두 사람의 세대 차였다. 그러나 VCR에서 보다 심각하게 드러난 것은 명령조의 말투, 욕설을 섞는 등의 언어폭력이었다. 물론 이날 패널들도 "서로 주고받는 말이 거칠다" 정도는 언급했으나 이를 깊게 다루지는 않았다.

'안녕하세요'는 고민인지 아닌지를 객석 투표로 결정하고, '동상이몽' 또한 어머니와 자녀 편으로 나뉘어 한 쪽을 지지하는 표를 던진다. 문제에 대해 원인을 점검하고 해결책을 짚어주는 대신 패널로부터 조언을 얻고, 객석 반응으로 문제의 정도를 측정한다.

◆ "모든 고민은 개인의 심각한 문제" "전문적 감수의 필요성"

고민 해결에는 보다 진지하고 세심한 접근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결국은 웃음을 주는 '예능'에서, 이는 쉽게 놓칠 수 있는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안녕하세요' 225회에서의 한 장면은 이를 나타내준다. '"혹시 남자는 만나봤느냐"는 질문은(결과적으로 출연자 성향의 문제는 아니었으나) 사회 분위기상 많은 관객이 모인 상황에서 쉽게 묻고 답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게다가 객석은 이 질문을 듣고 웃음을 터뜨리기까지 했다. 이는 고민을 다루는 자세의 문제다.

정성원 소장은 "고민을 가진 이들에 대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방송의 재미를 위해 자칫 희화화될 수 있으나, 모든 고민은 그 고민을 가진 개인에게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고, 이남옥 부회장 역시 "고민을 가진 자에 대한 존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부모와 자녀의 갈등을 각자의 시선에서 보여준 후 해결책을 모색한다. [사진=방송 캡처]

또한 패널들의 조언에는 전문성과 신뢰성이 필요하다. '동상이몽' 3회 '1등에 집착하는 엄마' 편은 이를 실감하게 했다. 어머니를 지지하는 연예인 패널들의 의견에, 농구선수 출신의 서장훈은 자신의 경험을 빗대 "선수 본인, 무용 코치에게 맡기는 편이 적절하다. 그래야 부상 없이 전성기 때 제대로 빛을 본다"고 조언했으나 패널들은 "본인과 출연자를 동일시하지 말라"고 그에게 무안을 줬다. 출연자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패널의 조언이 오히려 무시된 셈이다.

정 소장은 "프로그램에 전문가가 직접 출연하지 않아도 되나, 조언의 내용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감수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방송의 조언을 따를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결코 가벼운 문제는 아니다. 재미를 주는 예능이라도 영향력에 대한 진지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패널 구성에도, 출연자와 비슷한 경험과 고민을 한 적이 있었던 사람들이 출연하는 것이 고민 해결에 보다 더 도움이 되는 방향일 것이다"고 덧붙였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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