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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곡성' 박은태·'철성' 한지상,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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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곡성' 박은태·'철성' 한지상,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리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6.13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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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비해 한결 정리된 무대...'편곡의 위력' 입증

[스포츠Q 용원중기자]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거장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작가 팀 라이스 콤비의 대표작이다. 1971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40년 넘게 사랑받아온 명품 뮤지컬이다.

성경 속 예수의 마지막 7일을 클래식과 록을 결합한 '록 오페라' 방식으로 그렸는데 무엇보다 지저스와 유다 역 배우에게 고음의 한계, 음역의 벽을 뛰어넘는 가창력을 요구한다. 신이 아닌 인간으로서 고뇌하는 ‘예언자’ 예수의 모습, 인간적 고뇌와 갈등을 입체적으로 드러내야 하는 ‘배신자’ 유다는 짙은 감정연기를 노래야 실어내야 하므로 넘버 소화력이 관건이다.

예수 역 박은태와 마리아 역 장은아

12일 개막한 공연에서 예수 역 박은태와 유다 역 한지상은 2년 전 출연 경험을 토대로 보다 원숙해진 모습으로 난제를 너끈히 해결했다.

얇은 미성에 자유자재의 고음 구사를 자랑하는 박은태는 이날 카스트라토를 연상케 하는 가성을 비롯해 폭발적인 고음을 펑펑 터뜨리는가 하면 묵직한 저음역대로 순간 이동하는 보컬 파노라마로 감탄을 자아냈다. 2부의 명곡 ‘겟세마네’를 절창할 때 그만의 장점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탁월하게 소화했다. 하지만 또 다른 예수 마이클 리가 노래에 절절한 연기력을 담아내는 데 있어 ‘선수’라면, 박은태의 예수 연기는 폭발적 가창에 비해선 덜 ‘폭발적’이었다.

한지상은 송곳 같이 찌르면서도 시원한 음색이 일품이다. ‘철성’이란 평가를 듣는 이유다. 2년 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유다 역 이후 정상의 뮤지컬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날 한지상은 여러 뮤지컬과 드라마 등에 출연하며 다진 노련함으로 무대를 활보했다. 빠른 록비트의 ‘Heaven on Their Minds’, 이 작품의 주제가인 ‘Superstar’를 앙상블과 절창했다. 하지만 과거의 절절함은 다소 느끼기 힘들었다. 좋게 말하면 ‘자신감’, 나쁘게 말하면 ‘조’가 들어버린 느낌이랄까. 목 상태도 최상은 아니라 기량을 100% 발휘하진 못한 것같아 아쉬웠다.

유다 역 한지상

이지나 연출의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2년 전에 비해 전체적으로 정리된 느낌이었다. 극 전체가 대사 없이 26곡의 음악으로 이어지는 작품이므로 ‘무대는 덜어낸 반면 넘버는 채운’ 전략 덕분이다.

영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와 비슷하게 사막을 구현한 세트는 심플하면서 작품에 집중하는 효과를 자아냈다. 특히 과거도, 현재도 아닌 초현실적인 우주적 공간으로 구현해 이 이야기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서사임을 웅변하는 듯 보였다. 듣는 즐거움이 큰 이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한 요인은 편곡이었다. 정재일 음악 수퍼바이저는 오리지널 무대를 뛰어넘는 풍성하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편곡의 힘으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예수의 열 두 제자 중 시몬 역 최종선의 예상치 않았던 놀라운 가창, 2부에 짧고 굵게 등장해 큰 재미를 준 명품 조연 김영주의 원숙한 헤롯 왕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반면 숱한 남자를 상대해온 몸 파는 여자였으나 예수를 만나면서 무조건적 사랑에 빠지는 막달라 마리아 역 이영미는 최상의 캐스팅이었는지에 의문이 들었다.

유다 역 한지상이 여성 앙상블과 함께 'Superstar'를 부르는 장면

마리아 캐릭터는 강인함과 나약함, 애절함, 정결한 면모가 고루 담겨야 몰입이 배가된다. 초대 마리아 역 이본느 엘리만이 부른 ‘I Don’t Know How to Love Him’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유도 파워와 순수성의 조화 덕분이었다. 이영미는 ‘셜록홈즈’ ‘헤드윅’ 등에서 뛰어남을 입증한 배우이며 마리아의 독립적이며 주체적인 면모를 그려내는 점에선 훌륭했다. 그러나 예수의 유일한 안식처인 매력적인 여성성, 애절한 발라드(사랑노래)를 살려내는 데는 부족함이 있었다.

2015년 버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활기 넘치는 록 뮤지컬의 참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던 성찬이자, 핵심에 더욱 깊숙이 접근한 수연임에 분명하다. 예수 역 마이클 리·박은태, 유다 역 한지상·윤형렬·최재림, 마리아 역 이영미·장은아·함연지, 빌라도 역 김태한·지현준. 9월13일까지 잠실 샤롯데씨어터.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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