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7:37 (목)
[캐릭터 열전] '밀회' 김용건의 노회한 최상위층 속물연기
상태바
[캐릭터 열전] '밀회' 김용건의 노회한 최상위층 속물연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4.05 1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JTBC 월화드라마 '밀회' 서필원 서한그룹 회장

[스포츠Q 용원중기자] JTBC 월화드라마 ‘밀회’는 그야말로 캐릭터 향연이다. 주연인 김희애 유아인 뿐만 아니라 조연진 하나하나가 현실적인 캐릭터를 구축, 연기를 풀어감으로써 눈이 호강하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이 가운데 중견 연기자 김용건이 맡은 서한그룹 서필원 회장은 우리 사회 최상위 권력층의 이중적 속성, 아내와 자식마저도 돈(권력)의 저울에 올려놓는 냉정한 면모를 아주 리얼하게 그려낸다.

74세의 서한그룹 회장 서필원은 토건업으로 기반을 닦아 갑부가 된 인물로 한국 클래식 음악계 최대의 스폰서 역할을 한다. 두 번째 아내 한성숙(심혜진)은 서한예술재단 이사장으로, 고명딸 서영우(김혜은)은 서한아트센터 대표로 앉혀놓고 승자 독식의 원칙에 따라 치열한 경쟁을 부추긴다. 이 와중에 대학과 해외 유학을 지원해준 딸의 친구 오혜원(김희애)을 서한예술재단 기획실장으로 임명해 아내와 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게끔 하는 비선라인으로 활용한다.

▲ '밀회'의 김용건

서회장은 극 초반 중후하고 인자한 모습을 보이는 듯했으나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모든 걸 꿰뚫어보는 노회한 권력자의 모습을 드러낸다. 아내 성숙 앞에서 딸 영우를 호되게 질책하는가 싶더니 모두를 물리친 뒤 영우에게 “저 늙은 여우들(심혜진 김희애)의 반만이라도 따라가라”고 훈수를 둔다. 아내가 해외출장을 간 사이 중년의 수육집 여종업원을 일별하고는 “한번 품어줘야겠다”며 혜원에게 우회적으로 지시내린 뒤 손가락으로 이를 쑤시는가 하면, 옷방 정리를 위해 집에 들른 아내의 비서를 향해서는 “아직 찰지니까 좋은 남자 만날 거야”라며 덕담(?)을 건넨다. 말말이 주옥과 같다.

▲ 화제가 된 수육집 장면[사진='밀회' 방송캡처]

서회장의 언행은 낯설지가 않다. 오히려 친근하다. 과거 공개석상에서 질문하는 여기자의 볼을 톡톡 쓰다듬어 논란이 일었던 정몽준 의원, 모 신문사 기자들과의 은밀한 회식에서 여기자를 끌어안았다가 문제가 되자 “술에 취해 여주인인줄 착각했다”고 변명해 질타를 받았던 최연희 의원, 부인 외에 몇 명의 여자들을 거느려 배다른 자식을 양산한 재벌 회장과 신문사 사주들의 행태를 심심치 않게 접해왔기 때문이다.

돈과 명예, 권력을 소유한 서회장과 같은 부류는 겉으로 여유롭고 인자하다. 인생의 만년에 이르러 더더욱 두려울 게 없으므로 도덕적 해이가 찾아오기 십상이다. 상대 입장에서 성희롱으로 여겨질 법한 발언을, 치욕적인 인격모독이 될 수 있는 행동을 그냥 예뻐서, 기분이 좋아서, 선의로 그랬다고 자연스럽게 눙칠 만큼. 그러니 자신의 행동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죄책감이 자리할 공간은 별반 없다. 개선의 여지 역시 없다. 그렇게 살다가 평화롭게 잠드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SBS 주말극 ‘세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엇비슷한 캐릭터인 김 명예회장을 맡았던 김용건은 이번 드라마에서도 상류층의 감춰진 천박한 속내를 천연덕스럽게 그려내며 오랜 연기경력에 걸맞은 내공을 뿜어내고 있다.

gooli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