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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을 전재홍, 서울예대 '선후배'서 야구천재 '라이벌'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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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을 전재홍, 서울예대 '선후배'서 야구천재 '라이벌'로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6.14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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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김건덕 이승엽 연기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야구선수 복장을 한 채 연습실에서 대본과 노래 연습대신 캐치볼 연습을 하고 있어요. 야구를 좋아하는 다른 배우들이 너무 부러워하죠. 하하.”

국내 최초의 야구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6월26일부터 대학로 TOM1관)은 1994년 세계 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끈 김건덕 투수와 이승엽 선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19세 두 야구 천재의 성장담을 경쾌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주인공인 김건덕 투수로 분한 강태을(35)과 ‘국민 타자’ 이승엽을 맡은 전재홍(34)이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머리를 맞댔다.

창작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의 이승엽 선수 역 전재홍(왼쪽)과 김건덕 투수 역 강태을이 대학로에서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극중 엇갈린 길을 선택하는 라이벌이자 절친한 친구로 나오는 두 배우는 서울예대 연극과 선후배 사이다. 물샐틈없는 호흡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

“대학 시절엔 군 입대로 인해 직접 마주한 적이 없다가 2009년 대통령 암살범 소재 뮤지컬 ‘어쌔신’ 때 사격장 주인으로 분한 재홍이를 처음 봤어요. 고작 한 살 차이인데도 동생 같았는데 이제 너무 많이 성장했어요. 지금은 동료 같고, 기대게 되는 존재예요.”(강태을)

“학교에서부터 ‘실력이 출중한 선배’라고 익히 얘기를 많이 들었죠. ‘어쌔신’ 때 주인공 존 윌크스 부스 역을 맡은 형과 볼링과 당구를 참 많이 쳤어요. 하하. 그랬던 형이 어느 순간 뮤지컬계 ‘영웅’이 돼버려 너무 자랑스러워요.”(전재홍)

◆ 서로 다른 길 선택하는 ‘19세 야구천재’ 생생하게 표현하는데 주력

사실적인 야구 시합장면을 위해 배우들은 프로야구 선수 출신 코치에게 원 포인트 레슨을 받는 중이다. 정교한 타격 폼과 역동적인 투구부터 번트, 땅볼, 외야 플라이, 홈런 폼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연습실이 마운드이자 경기장으로 뒤바뀐 형국이다.

 

대본이 창조해낸 상상 속 인물이 아닌 실존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 더욱이 야구관계자들이나 전 국민이 익히 알고 있는 캐릭터이기에 표현에 대한 부담이 남다를 듯싶다.

“내가 표현하는 인물이 똑같을 순 없으니까 압박감은 없어요. 그 인물을 얼마나 공감해서 잘 표현하느냐가 관건이죠. 우리에게 낯선 인물일 수 있는 김건덕 투수는 세계적인 투수로 활동하진 못했지만 역경을 딛고 현재 부산 사상구 리틀야구단 코치로 활동하고 계세요. 관객들도 꿈을 잃지 않은 김건덕 투수를 통해 희망을 얻어가셨으면 해요.”(강태을)

강태을 역시 과거 ‘헤드윅’ ‘선덕여왕’을 끝냈을 때 고비를 맞은 적이 있었다. 허무함과 자괴감에 빠져 허우적댔다. 이대로 계속 하다간 더 이상 무대에 서지 못할 것 같아 8개월 동안 활동을 접었다. “이제부터 쉼 쉬면서 조금씩 해보자”라고 마음을 다잡은 뒤 ‘록키호러쇼’ 내한공연 내레이션을 하면서 재기했다. 주역만을 도맡던 그에겐 형편없이 작은 역할이었지만 희열이 엄습했다. 그 뒤로도 조연을 몇 차례 했다. 작품을 조금 떨어져서 볼 수 있게 되면서 되레 연기와 노래가 풍성해졌다.

“김건덕 투수와 달리 이승엽 선수는 전 국민의 우상이므로 부담이 되더라고요. 처음엔 대구 사투리와 독특한 말투, 왼손 타격 연습에 매진했어요. 그런데 노래도 해야 하니 사투리에 비중을 두지 않게 됐고요. 건덕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내면,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해 최고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되는 과정 등 대중이 잘 몰랐던 면모와 전체 그림을 보는 능력, 야구에 대한 열정을 표현하는데 주력하려고요.”(전재홍)

 

극중 10대 후반의 모습이 주로 등장하고 7년 후인 20대 중반이 잠깐 등장하기에 ‘동안’ 관리는 필수다. 강태을 전재홍은 “운동선수들이 일찌감치 중후한 풍모를 보이기에 전혀 어색함이 없다”고 자신만만해 한다. 반면 대사처리는 10대처럼 보이게 할 수 있으나 여리고 풋풋한 감성, 백지 같은 사춘기 소년의 내면이 드러나는 노래는 난코스다. “톤에서 오골거리지 않게 밸런스를 맞추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귀띔한다.

◆ 日극단 시키 출신 전재홍 ‘강렬한 카리스마’...2세배우 전재홍 ‘부드러운 매력’

폭발적인 가창력과 강력한 카리스마의 강태을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일본 유명극단 시키에서 실력을 연마했다. 이후 한국 무대에 ‘대장금’으로 데뷔, 제3회 뮤지컬어워즈 신인상을 수상하며 혜성처럼 떠올랐다.

이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돈 주앙’ ‘몬테크리스토’ ‘햄릿’ ‘렌트’ ‘모차르트 오페라 락’ ‘그날들’을 거쳐 ‘영웅’의 안중근 의사 역으로 국내 대표적인 남자 뮤지컬배우 중 한 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요즘 노래 레슨을 집중적으로 받으며 새로운 자극을 느끼고 있단다.

 

“프로페셔널 배우라 하더라도 안 되는 부분이 있는데 레슨을 하다보면 고쳐지거든요. 그동안 게을렀구나 싶어요. 미래를 위해서 꾸준히 받으려고요. 배우로서 소망이 있다면 배우의 소리 그리고 아우라만으로 작품이 찾아오게끔 하는 파워를 갖추고 싶은 거죠. 어떤 공연에 출연해도 관객을 불러 모으며, 작품을 성공시키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극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약 중인 중견배우 전국환의 아들인 전재홍은 감미로운 매력을 발산하는 배우다. 2005년 뮤지컬 ‘그리스’ 앙상블로 시작해 ‘지킬 앤 하이드’ ‘스위니 토드’ ‘파이브 코스 러브’ ‘겨울연가’ ‘울지마 톤즈’ ‘브로드웨이 42번가’ ‘쓰루 더 도어’,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 ‘나는 너다’ 등에 출연했다.

특히 쇼뮤지컬 대표작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브로드웨이의 잘 나가는 빌리 로러 역을 맡아 젠틀한 이미지와 화려한 탭댄스 실력으로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데 이어 연극 ‘나는 너다’에서 1인2역(지킴이와 우덕순)으로 “전재홍의 재발견” 평가를 들었다.

“그동안 운 좋게도 가능성만으로 캐스팅이 됐던 것 같아요. 나이와 경력을 따지게 된 순간부터 두려워지더라고요. 다양한 분야에서 연기를 하고 싶어요. 캐릭터 욕심이 강해서 많은 배역을 만나고 싶고요. 전에는 ‘내가 잘 해낼까’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어떻게 더 잘 표현할까’에 초점이 맞춰져요. 그만큼 성장하지 않았나 싶어서 뿌듯해요. 관객으로부터는 ‘잘 할 거야’ ‘이번엔 또 다르네’란 얘기를 듣고 싶죠.”

 

[취재후기] 강태을과 전재홍은 이미지가 상반된 배우들이다. 진한 인상의 강태을이 무게감이 강하다면, 세련된 분위기의 전재홍은 쇼뮤지컬을 좋아하는 취향만큼이나 엔터테이너 속성이 번뜩인다. 서로 다른 개성의 두 배우가 만들어낼 연기 칵테일이 어떤 맛을 낼지,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가 기다려진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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