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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그림' '송강호' '외로움'...유해진을 설명하는 키워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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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그림' '송강호' '외로움'...유해진을 설명하는 키워드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6.16 0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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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노민규기자] 구수한 충청도 악센트, 능청스러운 표정연기의 코믹연기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배우 유해진(45)이 유쾌함을 지워내고 진지하게 말을 건다. 삼청동 언덕에 자리한 카페 통창으로, 그가 즐겨 오르는 북한산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곽경택 감독의 ‘극비수사’(6월18일 개봉)는 1978년 부산에서 일어난 유괴 사건 당시 범인검거보다 아이를 구하기 위해 33일을 헌신한 공길용 형사와 김중산 도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유해진이 맡은 김중산은 진정한 도의 가치를 추구하는 역술인으로, 사주풀이를 통해 수사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 '극비수사’에서 시종일관 진지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해적’ ‘타짜’ 등...유해진표 코미디 연기를 시도하면 엄청난 흥행이 뒤따랐다. 반면 정극연기를 한 작품은 연기에 대한 호평은 잇따랐으나, 흥행이 저조할 때가 많았다. 이는 대중의 기대치에 따른 간극으로 보인다.

▲ 한동안 정극 연기만 했다. ‘해적’이 하도 세서 그런지, 오랜만에 한 건데 ‘코미디 배우’라는 낙인효과가 찍힌 것 같다. 내가 선택한 작품이 흥행이 됐다면 좋았겠으나 안 됐다 하더라도 소중한 건 마찬가지다. 고마운 작품들이다. 그런 작품들이 있어서 정극 연기를 한 ‘이끼’ ‘부당거래’의 흥행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귀한 선택이었다. 이번 ‘극비수사’나 ‘베테랑’ 모두 정극 연기를 했다.

- 코믹 연기와 정극 연기를 오가는 이유는 ‘변화’에의 열망인가.

▲ 한 가지만 한다면 발전이 있을까? 새로운 게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난 반복되는 게 싫다. 한가지 모습으로 대중에게 인식되는 거는 바람직하진 않은 것 같다.

- 김중산 도사 캐릭터에 아버지의 모습을 투영시켰다고 들었다.

▲ 처음엔 개량 한복 스타일링 얘기가 나왔고, 윤석 형이 와이셔츠를 입는 게 어떠냐는 조언도 했다. 어느 순간 아버지가 매치됐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아버지의 젊었을 때 모습이 묻어나더라. 의상이라든가 소신을 지켜가는 모습이 흡사하다. 여유 있는 형편은 아니었으나 목수와 건축업을 하신 아버지는 고집 세고 대쪽 같으셨다.

 

- 김중산을 연기하는데 있어 키워드는 뭐였나.

▲ 마음과 정성이었다. 역술인으로써 사주보다도 아이 셋을 둔 아버지로서 유괴된 아이가 살아 있으며, 찾아야만 한다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내는데 공을 들였다. 보통의 영화들과는 분명 다른 부분이 있는 듯하다. 유괴 소재 영화가 보통은 스릴러로 가는데 ‘극비수사’는 휴먼 드라마가 강조됐다.

- 작품에서 계속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 김중산 가족이 모기장에서 옹기종기 모여 자는 장면이다. 애기가 잠을 제대로 안자서 이후 세트장 재촬영까지 요구하면서 찍었을 만큼 정이 많이 간다. 아버지와 엄마는 애들이 모기에 물릴까봐 가장자리에서 잔다. 가난하지만 울타리 안에서 함께 잠드는 모습은 짠한 가족의 초상이기도 하고 시대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유괴된 아이의 부모가 원한 모습이기도 할 거다. 여러 가지가 함축된 장면이라 기억에 남는다.

- 가족에 대한 열망이 강한 것 같다. 그렇다면 왜 결혼해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지 않는가.

▲ (버럭)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다. 항상 가족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단란한 가정, 나의 꿈이기도 하다.

- 공길용 형사 역 김윤석과는 ‘타짜1,2’ ‘전우치’에 이어 4번째 공연이다. 김윤석 배우에 대해선 연기를 차갑게 해내는 배우란 평이 많다.

▲ 그렇진 않다. 작품마다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간다. 그런 점은 ‘타짜’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이번엔 따뜻함이 많이 나왔다. 냉정한 역할을 할 때도 ‘인간 김윤석’은 그대로다. 형은 온통 그 작품에 젖어 지낸다. 난 중간에 쉼표도 있어야 하는 사람인데 그는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쉼표 없이 달려가는 사람이다. 그만큼 작품에 애착이 강하다는 얘기이므로 존경스럽다.

'극비수사'에서 공길용 형사(김윤석)와 김중산 도사(유해진)

- 무려 8차례나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을 만큼 ‘주연을 서포팅하는’ 조연을 많이 했다. 케미스트리가 가장 잘 이뤄진 주연배우를 꼽는다면?

▲ 황정민(70년생 동갑내기다) 배우. ‘부당거래’ 당시 어려운 장면이 많았다. 사전에 별로 맞춰보지도 않고, 얘기를 많이 나누지 않았는데도 묘하게 앙상블이 잘 이뤄졌다. 류승완 감독님이 브릿지 역할을 잘 해준 측면도 있었고. 아무튼 묘한 느낌이었다. 이번에 ‘베테랑’에서 다시 만났는데 그런 기억 때문에 현장에서 반갑고 즐거웠다. 호흡이 잘 맞는 건 확실하다.

- 공연해보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 송강호 선배다. 유일하게 함께 촬영한 작품이 있다면 ‘신라면’(CF)이다. 하하. 남들은 여러 작품을 한줄 아는데 공연한 적이 없다.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귀한 분이다. 배우로 있는 한 작은 역이라도 한번쯤 해봤으면 좋겠다.

- '산악인’으로 불릴 만큼 산을 즐겨 타는 것으로 유명하다. 산은 당신에게 있어 어떤 대상인가.

▲ 2003년 영화 ‘빙우’를 계기로 산과 인연을 맺어서 한땐 암벽등반도 했다. 가끔 타다가 매일 가게 된 건 몇 년 전부터다. 산은 내게 밀접한 친구이기도, 스트레스를 푸는 공간일 수도 있다. 마음을 비우기 위해 한편으론 채우기 위해 간다. 일상에서 산행을 못했으면 재미없어서 못 살았을 것 같다. 보통은 북한산의 한 봉우리에 올라가는데 끝까지 가고 안 가고는 기분의 차이다. 매번 힘들어 죽겠지만 안 하면 찝찝하다. 하루의 숙제 같다.

 

- 평소 그림을 그리고, 갤러리에 자주 들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정우 강예원 구혜선 등 그림 그리는 배우들이 많은데 그들처럼 전시를 통해 대중과 공유하고픈 생각은 없나?

▲ 좋아하는 그림들을 보러 가면 머리가 텅 비며 좋은 에너지가 스멀스멀 차오른다. 산을 타는 것과 같은 맥락인 듯하다. 느낌과 감각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전시할 만큼 실력이 되질 않는다. 예전에 이준익 감독님이 집에 놀러와 그림을 본 뒤 합동 전시를 제안하셨다. 그래서 2점을 출품했다. 한 점은 상당히 고가로 매매의사가 들어왔는데 거절했다. 팔기 위해 그린 게 아니었고, 그 작품에 애착이 있어서였다. 순간 생각나는 걸 그려서 유화보다는 아크릴을 이용해 작업한다. 볼펜으로 그릴 경우도 있고, 나무를 조각할 때도 있다.

- 올해에만 ‘극비수사’ ‘소수의견’ ‘베테랑’이 연이어 개봉된다. 각기 다른 장르다. 작품 선택의 기준이 궁금하다.

▲ 장르를 막 나누곤 하는데 전체로 보면 드라마 아닐까. 장르를 굳이 의식하진 않는다. 이야기에 끌리느냐, 드라마와 상황이 진정성이 있느냐, 그 다음으로 캐릭터가 스토리에 걸맞느냐를 본다. 이야기가 좋으면 캐릭터는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변형이 가능하다. ‘베테랑’은 류승완 감독님에 대한 무한신뢰, 황정민 배우와 공연의 즐거움으로 인해 선택했다. 진실의 편에 서서 부당한 국가권력에 맞서 싸우는 ‘소수의견’은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 선택했다. 작품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보람을 느낄 만큼의 관객이 들었으면 좋겠다.

- '천의 얼굴’ ‘믿고 보는 배우’란 소리를 들을 만큼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다. 지금의 유해진을 이끈 동인은 무어라고 보나.

▲ 겸손을 떨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난 운이 좋은 배우일 뿐이다. 연기 잘 하는 친구, 노력하는 친구들이 즐비하다. ‘누구에게 운이 가냐’의 문제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영화계도 마찬가지일 거다. 영화도 마찬가지이지 않나. 잘 되기 위해 만들고, 모두들 노력하는데...웰메이드 영화가 망하기도 한다. 신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취재후기] 최근 유해진이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장면이 입길에 올랐다. 앵커 손석희 특유의 멘트를 천연덕스레 면전에서 구사,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손석희를 당황케(?) 한 모습은 웃음을 자아냈다. “인터뷰이가 잘 못 얘기하면 평소 그러시잖아요”라고 말한 유해진은 “좋아했던 분인데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을 보니 친근감이 확 들었다”고 전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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