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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엘리자벳'...도발의 '황후' 조정은·깊어진 '죽음' 전동석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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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엘리자벳'...도발의 '황후' 조정은·깊어진 '죽음' 전동석 [리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6.1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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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2012년 국내 초연된 뮤지컬 ‘엘리자벳’이 2013년 앙코르 공연에 이어 2년 만에 돌아왔다.

견고하던 군주제에 균열이 생기며 새로운 질서가 태동하던 19세기 중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제국 황후였던 엘리자베스의 드라마틱한 일대기를 그린 이 작품은 1992년 빈 초연 이후 12개국에서 상연되며 독일어권에서 흥행에 가장 성공한 뮤지컬로 각광받았다. 자유의지를 추구하며 일생을 살았던 비운의 황후 엘리자벳의 삶과 사랑 그리고 죽음이 미하엘 쿤체의 극작, 실베스터 르베이의 음악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나는 나만의 것' 장면에 등장한 엘리자벳 역 조정은[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승마와 줄타기를 즐기던 시골의 귀족처녀 씨씨가 일약 황후 엘리자벳으로 신분 상승하는 이야기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연상케 하지만 뮤지컬 ‘엘리자벳’은 그녀의 생애를 관통했던 ‘죽음’과의 밀당(밀고 당기기), 억압적인 황실 생활에 대한 저항에 초점을 맞춘다.

오스트리아 뮤지컬임에도 극 내용은 국내 관객의 흥미를 끌 요소가 다분하다. 비밀스러운 왕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신데렐라 스토리, 마마보이, 고부갈등, 로맨스, 불륜, 권력을 둘러싼 암투 등이 몽땅 들어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풍스런 세트와 의상, ‘나는 나만의 것’ 등 중독성 강한 넘버들이 대거 포진해 눈과 귀를 매혹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앞서 두 차례의 무대를 거친 뮤지컬 ‘엘리자벳’은 전체적으로 훨씬 정돈되고,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는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보여줬다.

작품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물은 타이틀 롤 엘리자벳과 판타지 캐릭터 ‘죽음’이다. 올해에는 초연, 앙코르 공연에 출연했던 옥주현과 새롭게 가세한 조정은이 더블 캐스팅됐다. ‘죽음’은 초연부터 함께했던 전동석을 비롯해 첫 출연인 신성록 최동욱(세븐)이 번갈아가며 연기한다.

14일 공연에 등장한 조정은과 전동석 페어는 ‘신구 조화’로 강력한 파워를 가동했다. 옥주현이 위풍당당한 체구와 화려한 미모, 청아한 목소리로 고음과 끝음 처리를 테크니컬하게 해냄으로써 ‘엘리자벳= 옥주현’이라는 등식을 써내려갔다면, 조정은은 도발적이었다.

'전염병'을 열창하는 죽음 역 전동석

베테랑 배우 조정은은 16세 처녀, 20~30대 화려한 황후, 쓸쓸한 중년에 이르는 캐릭터 변화를 뚜렷하게 해냈다. 풍부한 표정은 절로 관객으로 하여금 엘리자벳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가창에 있어서도 극단의 고음 발성을 이어가다가 비명을 지르듯 끝음을 날려버리는 창법을 구사해 인상적이었다. 퇴색한 사랑, 멀어져버린 관계를 노래한 황제 프란츠 요제프와 이중창 ‘행복은 너무도 멀리에’에선 농익은 감정을 충분히 실어낸 점이 두드러졌다.

전동석은 체중감량을 통해 날카로워진 마스크와 공연장을 가득 메우는 풍성한 발성으로 불멸의 캐릭터 ‘죽음’에 판타지 숨결을 너끈히 불어 넣었다. 폐부 깊숙이에서 끌어낸 듯한 묵직한 저음과 천장을 뚫을 듯 쩌렁쩌렁한 고음을 오가며 소화한 ‘마지막 춤’ ‘그림자는 길어지고’ ‘추도곡’ 등은 압권이었다. 노래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엘리자벳에 대한 사랑, 죽음에의 유혹, 비탄을 표현한 연기술은 한층 깊어졌다. 배우 전동석의 성장을 입증하는 듯했다.

반면 엘리자벳 암살범이자 작품의 내레이터인 루케니 역 최민철은 연기와 가창 모두 캐릭터에 걸맞게 강렬했으나 이날, 대사전달력이 떨어지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남녀 앙상블의 합창에선 다소 뜬 고음 파트가 귀에 거슬리기도 했다. 9월6일까지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정전자홀.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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