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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취산 진달래 '치유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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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취산 진달래 '치유의 전당'
  • 이두영 편집위원
  • 승인 2014.04.0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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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군락...탁 트인 꽃길 올해도 곱네

[스포츠Q 이두영 편집위원] 붉은 색은 인체의 감각을 자극해서 대사와 혈액순환을 도와 사람을 활동적이고 적극적이 되게 합니다. 일부 집단이나 국가는 구성원들의 충성도와 일체감, 단결심을 끌어올리기 위해 붉은 색을 즐겨 사용하지요. 스페인 투우사들은 황소를 흥분시키기 위해 붉은 보자기를 흔듭니다. 아프리카 마사이족은 맹수와 싸우는 일이 잦아서 투쟁심과 용기를 고취시키기 위해 붉은 망토를 걸치고 다닙니다. 이처럼 붉은 색은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 오만석이 자주 뇌까렸던 것처럼 사람이든 동물이든 ‘미춰 버리게’ 하는 색깔입니다.

그런데 뻘겋기는 하되 광기와 난폭성이 쏘옥 빠진 순한 색이 있습니다. 4월 초,중순에 지천으로 피는 진달래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연분홍 진달래꽃은 엔돌핀과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하고 기분을 적당히 들뜨게 합니다.

▲ 봉우재에서 올려다본 군락지입니다.

 

내내 탁 트인 산등성이...편안한 치유의 길 

전남 여수의 영취산은 우리나라 진달래 명산 중 가장 화려합니다. 군락지의 순도가 가장 높습입니다. 영취산은 평소에는 존재감이 없어도 매년 이맘때 2주 정도는 폭발적인 관심을 받는 산이지요. 그런데 먼저 봉우리 명칭에 관한 얘기부터 해야겠군요. 산의 최고봉은 영취산이 아니라 해발 510m의 ‘진례산’입니다. 영취산(영취봉)은 해발 439m의 봉우리로 따로 있습니다. 2003년 국가지리정보원이 산을 대표하는 이름을 영취산에서 진례산으로 변경해 고시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익숙해진 영취산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저는 최고봉의 명칭을 영취산으로 바꾸었더라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번 산행 중 영취산과 진례산, 두 명칭을 두고 등산객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광경을 두어 번 보았기에 하는 말입니다.

 봉우리의 위치를 정리하자면 산의 북쪽 진달래 축제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450m봉이고 이어 진례산, 봉우재, 시루봉(405m), 영취봉(439m) 순으로 늘어서 있습니다. 진달래 군락은 산등성이 주변 곳곳에 있지만 450봉과 시루봉 부근이 가장 화려합니다. 산행 들머리는 5곳 정도이지만  ▲북쪽의 GS칼텍스정유(월내동), ▲남쪽의 흥국사(중흥동), ▲동쪽의 상암초등학교(상암동) 등 3곳이 대표적입니다. 흥국사에서 봉우재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리며 가장 가파른 코스입니다. 나머지 코스들은 난이도가 중간 이하여서 노약자도 쉬엄쉬엄 오를 수 있습니다.

 어느 코스를 이용하든 걷는 시간은 4시간 이내입니다. 그러나 넘치는 에너지를 해소하기 위해 등산화 앞코만 보며 걷는 행군족이 아니라면 이맘때 영취산에 가서 4시간 만에 내려오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흥국사에는 벚꽃이 화려하고 홍교(무지개형 다리)를 비롯한 고풍스러운 사찰 문화재가 많아 흥취가 절로 납니다. 만약 흥국사에서 봉우재로 연결되는 등산로가 버겁다 생각되면 다른 코스로 올랐다가 능선 타기를 마치고 봉우재에서 흥국사로 내려가 경내를 둘러보고 하산하면 됩니다. 진달래를 넣어 일출 사진을 찍고 싶으면 GS칼텍스 쪽이나 상암동 쪽에서 출발해 30분 정도 오르면 진달래 군락이  환하게 보입니다. 걸으면서 일출사진 찍을 곳은 많습니다. 유명한 사진 명소처럼 사진가들끼리 자리 쟁탈전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쉬운 것은 올해는 꽃이 일찍 만개해 이미 절정을 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축제는 지난 일요일까지 열렸습니다.

 

▲ 450봉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뒤돌아 보니 해가 떠오르고 있습니다.날씨가 너무 흐립니다.

 

▲ 450봉 근처의 군락지입니다.
▲ 450봉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 진달래꽃 터널이 군데 군데 있습니다. 진달래 나무가 사람 키보다 큽니다.
   
▲ 봉우재 남쪽의 영취산 능선에 펼쳐진 진달래 군락.

 

 
▲ 정상 부근에 구름이 두둥실!
▲ 450봉 진달래 군락

 

▲ 요즘 산에 가면 카메라 장비를 챙겨 다니는 분들 매우 많습니다. 오히려 프로인 저의 장비가 얼마 안 되고 아마추어 분들 가방이 훨씬 더 큽니다. 만약 제가 프로(사진을 생계에 이용하는 사람)가 아니고 아마추어라면 무거운 삼각대는 놔 두고 등산지팡이만 갖고 다니겠습니다. 사실 아마추어 사진가에게 삼각대가 필요한 순간은 폭포촬영이나, 타이머 맞춰놓고 셀카 찍는 경우 외에는 거의 없습니다.흠 잡는 얘기가 아니라 배낭의 무게로 인해 관절이 손상되는 것을 예방하자는 얘기입니다.

 

* 진달래는?

진달래목 진달래과 낙엽관목으로 잎이 돋기 전에 꽃이 먼저 핍니다. 학명은 로도덴드론 무크로눌라툼(Rhododendron mucronulatum)입니다. Rhododendron은 장미를 뜻하는 그리스어 Rhodon(로돈)과 나무를 뜻하는 Dendron(덴드론)의 합성어이고, mucronulatum은 ‘머리가 약간 뾰족한’을 의미합니다.

진달래꽃잎은 꽃전이나 진달래술(두견주)에 쓰이기도 하며 한방에서는 영산홍이란 약재로 쓰여 기관지염·두통 해소를 돕기도 합니다. 잎과 가지에 털이 있는 종류는 털진달래라고 부르며 제주도 한라산의 털진달래가 유명하지요. 한라산 진달래는 5월에 핍니다.

 전국의 진달래 명산은 영취산을 비롯해 경남 창녕 화왕산, 거제 대금산, 대구 비슬산, 창원 천주산, 인천 강화 고려산, 경기도 가평 연인산 등이 있습니다

 

*여수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는 향일암(돌산도 끝에 있는 해돋이와 해넘이 감상 명소), 진남관(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시 수군 중심기지), 거문도와 백도, 금오도 비렁길(비렁길은 벼랑길이라는 뜻입니다), 오동도, 사도 등이 있습니다.

* 승우여행사에서는 4월 12일(토) 하루 일정으로 영취산 진달래 감상 산행을 갑니다. (02)720-8311. 홍익여행사에는 KTX 열차를 이용해 명소를 여행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이 있습니다. (02)717-1002

 

* 잠깐! 이런 것은 고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등산에도 예의가 있습니다. 타인을 배려하는 의식이 필요합니다. 산행을 하다 보면 남을 의식하지 않고 큰 소리로 떠들거나 MP3 플레이어를 크게 틀어 놓은 채 걷는 분이 있습니다. 요즘은 싸구려 중국산 MP3가 판을 쳐서 시골의 나이든 어르신들도 하나씩 다 갖고 다닌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등산로도 엄연한 공공장소입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자연을 감상하며 힐링을 얻으려는 분들에게 피해는 끼치지 말아야겠습니다.

travel220@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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