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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김태훈 가고 '독한 혀' 허지웅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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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김태훈 가고 '독한 혀' 허지웅 오다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4.04.0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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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이예림기자] 일반인들의 TV 출연이 더이상 낯설지 않은 세상이 됐다. SBS '자기야- 백년손님’의 함익병 의사, 종편채널 JTBC ‘마녀사냥’의 곽정은 기자 등 비연예인들의 방송 출연은 높은 시청률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원조'가 있다. 몇년 전 연예인보다 많이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입담을 과시했던  김태훈(45) 팝 칼럼니스트다. 토크쇼에서 그는 화려한 언변에 유머까지 탑재한 ‘말발’로 시청자 뿐만 아니라 패널들까지 사로잡았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말발’ 스타가 나타났다. 후배 평론가 허지웅(35)이다. 불과 1~2년 전까지 김태훈 독식 구조였다면 지금은 허지웅 세상이다.

◆ 글 쓰는 똑똑하고 '잡식성' 남자들 언변에 카타르시스 느껴 

지난 2월 케이블채널 tvN 토크쇼 프로그램 ‘택시’는 ‘뇌가 섹시한 남자’ 특집으로 영화평론가 허지웅과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을 섭외했다. 두 사람은 칼럼을 집필하다가 방송계에 진입한 공통점이 있다.

▲ tvN '택시' 방송캡처

김태훈 칼럼니스트는 과거 음반직배사에서 홍보 마케터로 근무했으며 음악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 이후 각종 매체에 글을 기고하기 시작했고 2006 SBS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잠 못드는 밤, 김태훈입니다’ DJ로 위치 이동을 했다. 연애서적 ‘김태훈의 러브 토크’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를 출간하며 연애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2008년에는 MBC '섹션 TV 연예통신’과 토크쇼 ‘강심장’에 패널로 나와 입담을 뽐내면서 방송인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현재 그는 이동진 영화평론가와 함께 SBS 영화 프로그램 ‘접속 무비월드’의 코너 ‘영화는 수다다’와 ‘금요일엔 수다다’에 출연 중이다.

허지웅은 영화전문지 '프리미어' 기자로 활동하다가 남성지 'GQ'로 옮겨 다양한 분야의 글을 썼다. 전문 분야는 영화평론이지만 정치 칼럼에서도 필력을 날렸다. 그의 특징은 문화평론가로 활동하며 사회 이슈에 대해 거침 없는 발언을 쏟아냄으로써 논쟁의 중심에 서곤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종편채널 JTBC ‘썰전’에 출연하며 단박에 대중적 관심을 샀다가 19금 예능 ‘마녀사냥’의 공동MC를 맡아 대세임을 입증했다. 자전적 에세이 ‘대한민국 표류기’에 이어 지난달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두 사람은 한마디로 '잡식성'이다. 전문 분야는 각각 팝과 영화지만 전공 외에 여러 분야의 지식을 아우른다. 김태훈의 경우 영화 지식은 전문가 수준은 아니며 이동진 평론가에 의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방송 프로그램에서 어느 분야의 전문가와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갈 만큼 다방면에 지식이 많다. 반면 허지웅은  영화, 대중문화, 정치 영역에 치중한다.  

◆ 달변의 '보수형' 김태훈 vs 핵심의 '진보형' 허지웅

'빅 토커'인 두 사람 모두 가볍고 과시욕이 강해 보이나 화술에서 매우 다른 면모를 보인다. 김태훈은 오래 말한다. 일종의 과시형이다. 원래 달변인데다 DJ 활동 영향이 크다. 그의 말은 지식의 나열이다. 하지만 문제될 법한 발언을 하지 않아 시청자의 반감을 사지 않는다. 다소 보수적인 성향에 지상파 방송사에 주로 출연해 왔고 신중하다. 그런 성향으로 인해 대중이 크게 열광하지도, 쉽게 떠나가지도 않는다.

▲ SBS '금요일엔 수다다' 방송캡처

허지웅은 인터뷰를 많이 한 기자 출신답게 패널의 눈을 마주보며 말을 잘 들어준다. 공감형이라 할 수 있다. 삭막한 현실에 지친 시청자에게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는 ‘마녀사냥’에서 과거 동거 경험을 스스럼 없이 밝혔다. 김태훈이 연애와 남녀 심리에 대해 말한면서도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치는 것과 달리, 허지웅은 공개석상에서 금기어인 '성'까지 서슴 없이 말한다.

그는 김태훈보다 솔직하고 대담하며 저돌적이다. 이혼 경험이 있으며 젊은 여성들로부터 "섹시하다"는 환호를 이끌어낼 정도로 특유의 매력을 발산한다. 지상파 방송보다 자유로운 종편채널에서 진행을 맡는 진보적 성향의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사람들에게 관철시킨다. 집 공개를 하고 ‘셀카’를 많이 찍는 등 지식보다 오히려 스타일을 과시한다. 그에 대한 사람들의 호불호가 뚜렷히 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 JTBC '썰전' 방송캡처

예전에는 김태훈 칼럼니스트의 말을 주의 깊게 들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곧바로 정보를 검색하고 원하는 지식만을 취합할 수 있는 요즘, 한 엘리트의 방대한 지식은 과거와 달리 별반 강점이 되지 못한다.

각종 이슈가 난무하는 복잡한 사회에서 사람들은 누군가의 통찰력 있는 의견을 궁금해 한다. 두 남자가 존재하는 이유다. 시대는 지식 주입에서 지식의 융합, 쌍방향 소통으로 변화했다. IT 등의 발달로 대중은 적극적인 시청자로 바뀌었다. 허지웅의 방식이 현재의 트렌드와 맞아 떨어져 '대세'로 부상했지만 '허지웅 신드롬'이 언제까지 지속할 지는 지켜볼 일이다. 약도 과하면 독이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pres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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