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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31) '양동근같이, 문태영처럼' 미생 정효근, 그들 안에 내 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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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31) '양동근같이, 문태영처럼' 미생 정효근, 그들 안에 내 길 있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6.25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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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시즌 활약에 만족하지 않는 전자랜드 정효근, '완생'으로 가는 도전

[200자 Tip!] 2014~2015시즌 프로농구에서 가장 화제가 된 팀을 꼽으라면 인천 전자랜드를 들 수 있다. 당초 약팀으로 분류됐던 ‘언더독’ 전자랜드는 초반 9연패 늪에 빠지며 “역시나”라는 소릴 들어야 했지만 이후 보란 듯이 반등, 4강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짜릿한 데뷔 시즌을 보낸 전자랜드 ‘루키’ 정효근(22·202㎝)은 “농구는 계속된다. 감격스러운 순간이 또 올 거라 확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으로 정효근이 이끌어갈 전자랜드는 어떤 농구를 추구할까. 정효근은 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인천=스포츠Q 글 이세영·사진 이상민 기자] “3번(스몰포워드)과 4번(파워포워드) 둘 다 맡고 있는 것에 만족합니다. 두 포지션을 다 잘하면 출장시간도 늘어나고 팀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해낼 수 있으니까요.(웃음)”

프로 첫 시즌부터 스윙맨을 담당한 정효근이 ‘2년차 징크스는 없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동작 하나하나에 열정을 담았다. 지금까지 맛보지 못한 우승의 간절함을 품은채 새 시즌도 발바닥에 땀나도록 뛸 참이다. 정효근은 새달 3일 개막하는 2015 광주유니버시아드 남자 농구대표팀에 선발됐다.

▲ 정효근이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내 보조체육관에서 슛을 던지고 있다. 이날 정효근은 전자랜드와 유니버시아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30분 동안 코트를 누볐다.

2년 전 러시아 카잔 대회 때도 출전했던 정효근은 “전자랜드에서 맡은 역할과 같다. 새 포지션에 적응하지 않아도 돼 좋다”며 “한양대에서 같이 뛰었던 (이)재도형과 대표팀에서 만나 반갑다”고 U대회를 앞둔 소감을 밝혔다. 이 대회를 통해 정효근은 프로 2년차 시즌의 문을 연다.

지난 시즌은 전자랜드나 정효근에게 놀라움 자체로 기억될만한 ‘어메이징 시즌’이었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전자랜드에 입단한 정효근은 처음엔 팬들로부터 별 기대를 받진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향상된 플레이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정규리그 51경기를 뛰며 경기당 4.76점에 2.3리바운드 0.8어시스트. 정효근에겐 루키 시즌 자체가 반전 드라마였다.

“시즌 초반 활약이 저조했을 때 팬들이 기사에 악성 댓글을 많이 남겼는데 차츰 개선된 면모를 보여드리니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셨습니다. 팬들의 성원에 힘이 절로 났습니다.”

시즌 초반 9연패를 당한 전자랜드는 이후 연승을 거듭하면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 여기서 만난 SK를 3연승 스윕으로 제압하고 4강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원주 동부에 2승 3패로 밀린 전자랜드는 창단 첫 우승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세상을 다 가질듯한 환희도 잠시, 플레이오프의 아쉬움은 짙게 남았다. 정효근은 “동부에게 지고 나서 ‘다음 시즌엔 반드시 우승컵을 가져와야겠다’는 열망이 커졌다. 지금까지 농구를 해오면서 우승을 한 번도 못해봤는데 우승의 맛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졌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농구는 다섯 명이 하는 팀 스포츠이지만 개인 역량도 매우 중요하다. 포워드로서 실력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혹독한 훈련을 소화해야 한다.

▲ 정효근(오른쪽)은 포워드로서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비시즌 동안 혹독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 '잘하는' 포워드가 되기 위해서는?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해야 한다’

정효근이 프로 두 번째 시즌을 앞두고 마음에 새기는 슬로건이다. 신인 때 코트에서 그저 열심히 뛰었다면 이제는 시야를 넓게 보고 자신의 플레이를 컨트롤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농구를 잘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정효근은 “프로에서 포워드는 슛 능력을 갖춰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비력이 빼어나야 주전으로 롱런할 수 있다”며 “공격은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지만 수비는 몸에 배어있는 거다. 몸이 기억할 정도로 연습한다면 수비에서만큼은 슬럼프를 없앨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막으면 공격자가 무조건 공을 돌릴 정도로 탁월한 수비력을 갖추고 싶다”고 바람을 표현했다.

수비를 기르기 위해 정효근은 지난 4월 말부터 한 달간 미국 시애틀로 농구 연수를 다녀왔다. 프로아마 컵 대회를 통해 자신보다 체격조건이 뛰어난 선수들을 맡아야 했기에 힘들었지만 많은 것을 얻은 시간이었다.

“시애틀에서 몸집이 큰 흑인 선수들을 상대하다보니 제 위치를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유망주다, 샛별이다’ 띄워주시지만 미국에 가니 저보다 정말 잘 하는 선수가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었지요. 허탈감이 밀려오기도 했지만 겸손해졌다고 할까요. 제 실력이 이 정도라는 걸 받아들이고 난 뒤부터는 무엇이든 배워가려 애썼습니다. 잃은 것보단 얻은 게 많았던 연수였습니다.”

정효근의 수비력은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100m 달리기에서 출발하기 전 운동화 끈을 묶는 단계다. 아직 채울 것이 많기에 더 분발해야 하는 정효근이다.

▲ 아직 프로 무대에서 뛰는 포워드로서 걸음마 단계이지만 정효근은 시즌을 거듭하며 발전해 간다면 리그를 대표할 수 있는 포워드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 유도훈 감독이 바라보는 2년차 정효근

“특정 포지션을 고정적으로 맡는 것보다는 실패하더라도 여기저기 부딪쳐본 뒤 왜 실패했는지 알고 넘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도훈(48) 전자랜드 감독은 정효근이 실력을 쌓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조바심을 가지지 말고 한 시즌씩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게 쌓인다면 훌륭한 포워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유 감독은 “시애틀에 갔다 와서 순간적인 파워나 볼 키핑력은 향상됐다. 다만 아웃사이드나 미들레인지에서 슛 정확도가 아직 떨어진다. 본인이 감각을 유지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취재 당일 연습경기에서도 초반 슛 감각이 무뎌보였다. 유니버시아드 대표팀과 전자랜드 유니폼을 번갈아가며 입은 정효근은 총 11점 중 전반엔 단 3점밖에 넣지 못했다. 리바운드나 패턴 플레이를 만들어 내는 장면을 보기 드물었다. 다행히도 후반에 몸이 풀린 정효근은 3점슛 2개를 꽂아 넣으며 외곽 슈터로서 존재감을 높였다.

정효근은 “유도훈 감독님께서 가장 많이 주문하시는 건 ‘끌려 다니는 플레이를 하지 않는 것, 주도적인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며 “감독님의 말을 듣고 마음을 새롭게 잡았다. 주도적인 습관을 기르고자 새벽에 일어나서 줄넘기를 하는데, 힘들지만 보람 있다”고 웃었다.

▲ 정효근은 "유도훈 감독님께서 가장 많이 주문하시는 건 '끌려 다니는 플레이를 하지 않는 것, 주도적인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며 "감독님의 말을 듣고 마음을 새롭게 잡았다"고 말했다.

◆ "태영이형 위치까지 올라가고 싶다"

정효근이 가장 닮고 싶은 선수는 2014~2015시즌 베스트5에 빛나는 문태영(서울 삼성)이다. 울산 모비스의 3연패를 이끈 문태영은 프로농구 역대 FA 최고액인 8억3000 만원에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문태영은 폭발적인 득점력과 드리블, 돌파, 슛 모두 리그 정상급으로 꼽히는 테크니션이다. 정효근은 “화려한 공격에 가려져 있어서 그렇지 수비 실력도 대단하다”고 말했다. 상대 길목을 적재적소에 차단하고 센터와 펼치는 더블팀에도 능하다는 게 정효근의 평가.

정효근은 “(양)동근이 형처럼 농구를 오래 하면서도 태영이형 정도 위치까지 올라가는 게 목표”라며 “레전드까진 바라지 않지만 나중에 베테랑 선수가 됐을 때 ‘가장 잘하는 포워드를 꼽아보자’고 하면 이름이 들어갈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성장하는 면모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언젠가는 전자랜드 우승의 주역으로 우뚝 설 테니 기대해주시고 응원도 많이 해주세요. 전자랜드에 정효근이란 선수가 있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이제 시작이기에 ‘미생’ 정효근은 더 힘찬 발걸음으로 전진할 준비가 돼 있다. 비시즌 동안 연마한 기술을 코트에서 유감 없이 보여준다면 자신과 전자랜드의 ‘어메이징 시즌’이 다시 올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 롤모델인 문태영처럼 공격과 수비를 자유자재로 펼치고 싶다는 정효근은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치르며 한 단 계 성장할 것을 다짐했다.

■ 정효근 프로필

△ 생년월일 = 1993년 12월 14일
△ 출생지 = 서울
△ 포지션 = 포워드
△ 체격 = 202㎝ 93㎏
△ 출신교 = 대경중-대경상고-한양대
△ 프로 입단 = 2014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 전자랜드 지명
△ 주요 경력
- 2013 카잔유니버시아드 농구대표팀
- 2015 광주유니버시아드 농구대표팀
△ 수상 경력
- 2014~2015 프로농구 올스타전 덩크슛 콘테스트 1위

[취재후기] 정효근에게 농구는 ‘밀당의 고수’다.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어 미워해도 좋아할 수밖에 없단다. 때로는 힘들어서 하기 싫을 때도 있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되고 팬들 앞에 서면 여지없이 심장이 뛴다는 정효근.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완생’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라면 굵은 땀방울도 아낌없이 쏟아내겠다는 각오다. 진심을 다한 노력으로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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