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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이규혁, 23년 정든 스케이트화 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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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이규혁, 23년 정든 스케이트화 벗다
  • 강두원 기자
  • 승인 2014.04.07 2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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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한 현역 은퇴식, "후배 위해 지도자로 나서고 싶다"고 밝혀

[스포츠Q 강두원 기자]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스타로 23년동안 자리매김한 이규혁(36)이 정든 스케이트화를 벗었다.

이규혁은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현역 은퇴식을 갖고 23년 국가대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날 은퇴식에는 소치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상화, 조해리, 박승희를 비롯해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 김재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규혁은 은퇴사를 통해 초등학교 은사부터 지금의 자리까지 자신을 이끌어준 수많은 코치와 감독 그리고 가족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며 감사를 전했다. 몇몇 이름을 거론할 때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 [스포츠Q 노민규 기자]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식 국가대표 은퇴식을 가진 이규혁이 은퇴사를 낭독하던 도중 눈물을 보이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올림픽 메달을 따지 못해 슬펐고 좌절감도 컸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니 슬픈 것도 아쉬운 것도 아닌 하나의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웃어 보였다.

지금은 올림픽 6회 출전이 메달보다 더 갚지다고 밝힌 이규혁은 국가대표 지도자에 대한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이른 시일 내에 국가대표 코치나 감독을 하고 싶다. 내가 가지고 있는 살아있는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달해주고 싶다. 지도자가 아니더라도 평창올림픽에서 후배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데 보탬이 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스케이트화를 신고 빙판을 지친 이규혁은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부터 2014 소치올림픽까지 6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전후무후한 대기록을 세우는 등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기둥이었다.

그는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 우승 4회, 종목별세계선수권대회 우승 1회 등 세계 정상급 스케이트 선수로 군림했지만 6번의 올림픽 출전에도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1997년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시리즈 2차대회 남자 1000m에서 1분10분42으로 세계신기록을 작성해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부상했다.

4년 뒤 2001년에는 캐나다 오벌피날레국제남자대회 1500m에서 1분45초20으로 다시 세계신기록을 달성했다.

▲ [스포츠Q 노민규 기자] '올림픽 영웅' 이규혁(가운데)이 자신을 이끌어 준 코치와 감독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소치 대회까지 그가 동계 올림픽에서 거둔 최고성적은 2006년 토리노 1000m에서 거둔 4위. 당시 1분09초37로 결승선을 통과해 3위 네덜란드의 에르벤 벤네마르스에 0.05초 뒤져 동메달을 놓쳤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도 저조한 성적을 거둔 뒤 자신의 6번째 동계올림픽인 소치대회에 도전하며 “마지막 올림픽인 만큼 즐기겠다”고 다짐한 이규혁은 남자 500m와 1000m에 출전해 기적을 노렸으나 각각 18위와 21위에 그치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날 눈물의 은퇴식을 치룬 이규혁이 다시 빙판 위에 서는 모습을 볼 수 없겠지만 그가 올림픽에서 보여준 불굴의 투지와 철저한 자기관리는 후배들에게 충분히 귀감으로 남았다.

kdw0926@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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