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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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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6.1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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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박미례 객원기자] ‘젊은 클래식’을 상징하는 2015 디토 페스티벌 ‘슈베르티아데(슈베르트의 밤)’가 지난 6일 개막해 열기를 높여가고 있다. 솔리스트, UCLA 교수, 실내악단 ‘앙상블 디토’ 리더, 9회째를 맞는 실내악 축제 예술감독으로 분주한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37)이 바쁜 틈을 쪼갰다.

서울 강남의 한 고급 게스트하우스에 분신과 다름없는 비올라 케이스를 메고 등장한 그는 9년 전 처음 만났을 때 모습 그대로였다.

 

◆ 9회 맞은 '디토 페스티벌'...청중 신뢰 얻으며 발전 거듭

“그간 레퍼토리의 발전과 진화가 두드러졌다고 자부한다. 페스티벌 프로그램 가운데 2012년부터 시작한 현대음악 공연인 ‘디퍼런트 디토’는 가장 집중도가 높은 무대 중 하나다. 디토 페스티벌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다. 여기서 소개되는 작곡가들의 음악을 들으면 어려워할 법도 한데 초창기 쉽고 상업적인 곡들부터 신뢰를 쌓아왔기에 이젠 디토를 믿고 난도 높은 프로그램을 들어주시는 것 같다.”

20일 오후 7시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디퍼런트 디토- 추락천사’에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늘 흔들렸던 ‘천사’ 슈베르트를 탐구한다.

각광받는 미국 작곡가 존 론의 첼로 듀오로 공연을 시작한다. 앙상블 디토의 첼리스트 마이클 니콜라스와 올해 디토에 합류한 첼리스트 제이 캠벨이 연주한다. 이어지는 조지 크럼의 ‘검은 천사들’은 베트남전쟁에서 영감을 얻은 곡으로 고함소리, 휘파람, 유리잔 부딪히는 소리들과 현악4중주로 곡이 이뤄졌다. 마지막 곡인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 ‘죽음과 소녀’는 인생에 대한 허무함, 어두운 비극에 둘러싸인 슈베르트의 정서가 반영돼 있다.

“어떤 일이든 발전을 위해서는 투자와 도전이 필요하다. 페스티벌의 디렉터로써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음악을 청중과 나누고 있으며, 청중의 마음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건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앙상블 디토[사진=크레디아 제공]

올해 디토 페스티벌의 주제인 ‘슈베르트’는 31세에 요절했지만 ‘노래의 왕’으로 남은 천재 음악가다. 방랑하는 청춘, 보헤미안 같은 삶을 살았던 슈베르트의 정체성은 음악 속에서 자유롭게 방랑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약하길 욕망하는 디토 멤버들에게 각별한 의미일 수밖에 없다.

“멜로디의 제왕이자 ‘배고픈 아티스트’ 이미지를 지닌 슈베르트는 매직과 같다. 그의 곡은 매지컬하다. 아름답고 쉬운 멜로디, 밝고 어두운 감성의 대비가 두드러진다. 비극적인 개인사와 더불어 인생무상의 허무주의, 보헤미안 감성에 밴 그의 멜로디에 주목하고 싶었다. 그는 음악에 영속성, 고요함, 심오함을 담아냈다. 음악활동도 정력적으로 했다. 거대한 음악의 문을 연 거장에 주목하고 싶었다.”

디토 앙상블(용재 오닐, 스테판 피 재키브, 자니 리, 마이클 니콜라스, 제이 캠벨)은 3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슈베르티올로지’를 열며 페스티벌에 마침표를 찍는다. 슈베르트 현악4중주 ‘크바르테트자츠’를 시작으로 영화 ‘해피엔드’ 등에 삽입된 강렬하면서 아름다운 피아노 3중주 2번, 슈베르트가 죽기 2개월 전에 완성한 장대하면서 숭고한 느낌의 현악5중주를 연주한다.

◆ “나눔활동은 인간 본연의 행위...모두가 향상될 수 있는 길”

지난 2004년 ‘인간극장’을 통해 미국으로 입양된 전쟁고아 출신 한국인 어머니와 아일랜드계 조부모 슬하에서 자랐으며, 에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상을 받은 전도유망한 한국계 미국인 비올리스트의 드라마틱한 인생이 소개됐다. ‘리처드 용재 오닐’이란 이름이 국내에 알려진지 벌써 10년이 흘렀다.

 

그 사이 그는 그래미상 후보에 오르고, 7장의 솔로 음반을 발매하고, 최정상 오케스트라와 빈번하게 협연하는 세계적인 음악가로 성장했다. 모국에선 ‘클래식 한류’를 주도하는 프런트 맨으로 단단히 자리매김했다.

한국방문의 해, 유니세프, 대한적십자사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가 하면 2012년 이후 안산시 후원 아래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로 구성된 ‘안녕, 오케스트라’의 멘토 겸 지휘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기공연에서 아이들은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 요한 슈트라우스의 ‘라데스키 행진곡’, 쇼스타코비치를 연주했다. 용재 오닐은 연주자로 이 무대에 섰다.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변화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음악에 대해 설명하고, 연주를 보여주는 등 여러 가지를 할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본보기 역할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을 막 대하면 그들의 열정을 끌어낼 수 없다. 나 역시 보편적인 가정환경에서 성장하지 않았으나 좋은 교육을 통해 시련을 극복하고 변화, 발전했다. 변화와 성장에 있어 교육의 중요성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아이들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게 된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활동은 즐거운 일인 한편 큰 도전이다.”

최근엔 식수지원 사업을 위해 물 부족 국가인 아프리카 케냐를 방문했다. 오염된 물로 인해 설사병으로 죽어가는 아이들, 부족한 물을 찾기 위해 매일 30km 이상을 걸어가야 하는 현실은 참혹했다. 그가 벌여오고 있는 나눔활동의 의미를 더욱 곱씹게 해준 순간이었다.

 

“나눔활동은 영향력 있는 음악가이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인간 본연의 행위이자 도덕성에 관한 활동이다. 우리는 인류의 일원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다.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해선 올바로 사는 게 중요하다. 베토벤이나 슈베르트의 명곡들을 보라. 세월의 시험을 통과한 대작들은 인간 본성에 대한 심오한 이해가 담겨 있다. 더 많이 나누고 산다면 경쟁 치열하고 험난한 세상에 온기를 퍼뜨릴 수 있지 않을까. 난, 모두가 함께 향상될 수 있는 길을 지향한다.”

◆ 10월 ‘거장’ 기든 크레이머와 조인트 프로젝트, 中 데뷔 공연 진행

리처드 용재 오닐은 오는 10월 2개의 중요한 공연을 앞두고 있다. 10월7일과 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기든 크레이머와 디토 앙상블의 조인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첫째 날은 러시아 출신 독일 작곡가 알프레드 슈니트케와 슈베르트의 실내악, 둘째 날은 오케스트라 협연(하이든 피아노 협주곡 D장조, 모차르트 ‘세레나타 노투르나’, 슈니트케 ‘셋을 위한 협주곡’)을 한다. 용재 오닐을 비롯해 디토 멤버들이 ‘거장’과 앙상블을 이룰 예정이다.

또 중국에서 디토 앙상블 데뷔 공연을 마련한다. 이미 지난 2010년 전석 매진 돌풍을 일으키며 화려하게 일본 무대에 데뷔한 디토가 중국 진출의 새 역사를 쓰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용재 오닐은 “중국은 여러 모로 흥미로운 국가라 디토의 연주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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