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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 "공부와 운동을 병행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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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 "공부와 운동을 병행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수"
  • 박정근 편집위원
  • 승인 2014.04.0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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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포츠 여행 (6) 허구연 해설위원과의 2박3일 심층 인터뷰 <하>

[애리조나=박정근 호서대 교수(인터내셔널스포츠그룹: ISG 대표이사)]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허구연 해설위원과 함께 2박3일을 동행하면서 야구를 넘어 스포츠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그와 가장 오랫동안 이야기한 부분은 ‘공부하는 야구선수’였다. 허 위원은 미국 선수들을 보면 아침 일찍 연습한 뒤 수업에 들어가고 방과 후 또다시 연습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고 평가하며 우리나라도 이러한 모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구연 위원과의 두 번째 이야기에는 ‘공부하는 야구선수’를 비롯해 학생선수들의 장래, 스포츠 복지 등 질적인 스포츠 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생각을 담았다. 메이저리그에서 겪었던 무궁무진한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었다.

◆ 공부하는 야구선수의 자세를 확립해야

허구연 위원은 ‘공부하는 야구선수’는 반드시 지켜 나가야 할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같이 스포츠를 하나의 문화처럼 여기고 참여하는 마인드가 바탕이 돼야 하며 운동을 그만두더라도 사회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길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 미국은 스포츠를 단순히 게임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문화처럼 여긴다.

▲ 미국에서는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 등 NBA 선수를 모르면 촌닭으로 여긴다. 여자도 스포츠를 알아야 하는 건 상식이다. 미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운동을 통해 체력을 키우기 때문에 성인이 돼서 며칠간 밤새워 일해도 끄떡없지만 운동이 부족한 한국인들은 체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특히 유아·초·중·고 시절에 체육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등한시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 지난해 야구계도 공부하는 선수 확립을 위해 주말리그를 실시했는데 고등학교 팀부터 시행했다. 축구처럼 초등학교부터 점진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좋지 않나? 어떻게 생각하나.

▲ 맞는 말이다. 초등학교 교육 과정을 습득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고교, 대학에서 공부하라는 것은 무리다. 당장 미국처럼 시행하기는 어렵겠지만 교육부가 주도해서 공부하는 운동선수 제도를 반드시 실현시켜야 한다. 대부분 미국 대학의 학생선수들은 아침 일찍 연습한 뒤 수업에 들어가고 방과 후 또다시 연습하고 하면서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메이저리그 20승 투수인 마이크 무시나는 스탠포드대학 경제학사 출신으로 공부와 운동을 병행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 외에도 공부한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많다. 이와 같이 하려면 공부하고 운동할 수 있는 시설, 환경, 선수들과 학부모들의 인식 전환도 있어야 한다.

공부한 메이저리거 표상 ‘마이크 무시나’

메이저리그에서 18년 동안 활약한 마이크 무시나는 잘 생긴 외모와 스탠포드대학 경제학과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메이저리그의 백작’으로 통한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270승 153패, 방어율 3.68을 기록했다. 골든글러브 7회나 수상한 그는 탈삼진 2813개로 메이저리그 역대 19위에 올랐고 대부분의 시즌에서 방어율과 탈삼진 부분에서 톱5 안에 포함됐다. 각각 1차례씩 완봉승과 다승 부분 1위를 경험했던 그는 데뷔 2년차인 1992년부터 은퇴한 2008년까지 1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메이저리그 대표적인 투수였다.

- 한국에서는 마이크 무시나와 같은 선수를 양성하기 어렵나? 문경 글로벌 선진학교는 스포츠를 활용해서 글로벌화하는 학교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경북 문경에 있는 문경 글로벌 고등학교는 매일 2~4시간만 단체 훈련을 하고 그 나머지 시간은 공부를 한다. 매년 선수 10명씩 뽑는다고 들었다. 내가 아는 지인 중 한 사람은 자녀가 그 학교에 다니면서 야구를 하는데 너무 행복해했다. 아이가 야구를 좋아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니 야구의 순기능적 측면이 강화되는 것 같은 생각이다. 그리고 그 학교는 한 학기를 미국 연수를 통해 야구와 공부를 경험하도록 한다고 들었다. 이 때문에 이 학생들은 졸업하면 야구행정을 선도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공부하는 학교를 위한 모범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내가 듣기로는 올해부터 고등학교 팀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 캄보디아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양산 원동중 선수들이 캄보디아를 방문했다. 그들 중에는 우리나라가 얼마나 잘사는 나라인지 부모들의 고마움을 느꼈다고 말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캄보디아, 베트남에 야구장을 건립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베풀 수 있는 나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야구를 통한 실천이다. 먼 훗날 한국인들이 캄보디아, 베트남 야구의 기초를 만들었다는 역사적 기록을 남겼으면 좋겠다.

▲ 지난달 12일 허구연 해설위원이 묵고 있는 호텔 앞 수영장에서 인터뷰를 했다. [사진=인터내셔널스포츠그룹(ISG) 제공]

- 야구 선수들은 야구를 그만 뒀을 때 야구외의 다른 직업에 종사하기가 쉽지 않다. 좋은 해결책이 있나.

▲ 이름 있는 야구선수나 무명선수도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운동선수 출신들은 기본적인 체력이 좋아 남들보다 몇 배 이상의 일을 할 수 있다. 지인 중 아들이 야구선수였는데 선수로서 성공하기 어려울 것 같아 대학교 2학년 때 야구를 그만두고,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직장 생활을 성실히 한 그는 비즈니스 잡지 표지모델로 등장할 정도로 성공했다. 사교적인 성격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결과다. 이처럼 선수들이 운동을 그만두더라도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소양을 가르쳐 주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 그래도 야구선수라면 야구를 통해 성공하고 싶지 않을까.

▲ 당연하다. 하지만 야구선수 100명 중 성공하는 선수가 10명이라고 치면 나머지 90명은 희생당한다. 그래서 '공부하는 선수상' 확립을 위해 교육부나 정부차원에서 개혁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 스포츠 복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

허구연 위원은 학교와 사회, 엘리트 체육이 연계를 통해 스포츠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차원에서 다양한 종목의 체육시설이 갖춰질 수 있도록 보다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 스포츠 복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정치인들은 복지를 강조했는데 건강 복지가 최우선이라 생각한다. 건강을 지키는 데는 운동만큼 좋은 것이 없다. 학교 체육, 사회 체육, 엘리트 체육이 연계해서 스포츠를 활성화해야 한다. 특히 공교육 체육 수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의료비를 절감하고 질병 예방을 위해서도 체육이 필요하다. 유년시절 스포츠를 통해 건강하게 키워야 한다. 엘리트 스포츠에만 중점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국민 모두가 올림픽 금메달만 쳐다보고 있으면 안 된다. 엘리트 스포츠도 중요하지만 생활 체육, 학교 체육과 연계를 통해 발전해야 한다.

- 스포츠 복지를 위해서는 체육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 스포츠 시설의 인프라는 상당히 중요하다. 프로, 학원 체육,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육 시설이 필요하다. 정치인들이 너무 유권자들의 표만 의식한 낭비적인 시설 투자는 이제 재고돼야 한다.

- 미국에서 장애인들이 단체로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를 구경하는 모습을 보니 부러웠다.

▲ 그것이 바로 스포츠의 순기능이자 복지의 일부이다. 장애인 복지도 매우 중요하다. 나도 장애인들이 스프링 캠프의 시범 경기를 보면서 기쁨을 느끼고 밝은 표정을 짓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 국내에도 야구 발전을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 물론이다. 최성 고양시장은 야구 발전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고양시에서는 현재 다문화가정들을 위한 야구팀 창단을 지원하고 있다. 고양 원더스 구단주 허민 대표는 원더스 야구팀을 위해 매년 40억 원을 지원하면서 새로운 도전 기회를 주고 있다. 이는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물론 야구인들도 매우 고마워하고 있다. 이러한 시설을 갖추는데 고양시의 지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 지난달 12일 허구연 해설위원과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인터내셔널스포츠그룹(ISG) 제공]

◆ 허구연 해설위원이 말하는 메이저리그 에피소드

허구연 위원은 미국 메이저리그와 인연을 맺은 지 30년이 넘었다고 한다. 다양한 선수들과 팀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한 무궁무진하다.

- 메이저리그와의 인연은 언제부터였나.

▲ 1984년 처음으로 플로리다주 베로 비치를 방문했을 때가 처음이니 30년 정도된 것 같다. 나도 매년 방문하지만 메이저리그 구단을 속속들이 알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한다면.

▲ MLB 라커에서는 사진을 못 찍게 돼 있다. 대다수의 선수들이 알몸으로 라커를 지나다녀 사진 찍었다가 큰일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 MLB 모 구단 홍보담당자가 사진을 찍는 한국기자들에게 모두 나가라고 고함지른 일화가 있다. 이처럼 재미있는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 연습할 때 보니 푸이그는 영어를 못하는 것 같다.

▲ 푸이그는 영어를 못한다. 쿠바에서 망명했기 때문에 에스파냐어를 사용하고 있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말썽도 많이 피우는 편이다.

- 야구가 다시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 다시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겠나. IOC와 MLB가 파워게임을 하고 있지만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잘하면 도쿄 올림픽 때 재진입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 현재 야구계에 가장 개선할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야구계에도 개선해야 할 점들이 물론 존재한다. 특히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춰야 한다. 현재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앞으로 조금씩 고쳐 나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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